▲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를 예감한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유난히 어두운 표정을 지어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임종호 기자] 투병중인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실질적으로 삼성그룹을 이끌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7일 새벽 전격 구속됐다.

지난 14일 특검이 뇌물공여, 횡령, 재산해외도피, 위증 등의 혐의로 재청구한 영장에 대해 법원이 실질심사를 거쳐 이날 오전 5시38분경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이다.

특검은 쾌재를 부르고 있다. 법원이 장고끝에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받아들임에 따라 특검은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수사에 한층 탄력을 얻게됐다. 코앞에 닥친 박 대통령 대면조사 추진에도 상당한 동력을 확보했다.

반면 삼성은 패닉상태다. 대한민국 재계를 대표하는 그룹이자 굴지의 글로벌기업으로 발돋움한 삼성으로선 총수구속이란 '초유의 사태'를 맞아 한치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안갯속으로 빠졌다.

당장 그룹 이미지에 치명상을 입게됐다. 장장 79년동안 단 한번도 없었던 총수의 구속이다. 그룹 사상 유례없는 일이 특검 출범 꼭 79일만에 일어났다.

타이밍도 매우 안좋다. 고 이병철 회장은 물론 수 년째 병상에서 투병중인 이건희 회장 때도 없던 일이 하필이면 본격적인 '이재용 시대'를 맞이하려는 찰나에 벌어졌기에 그렇다.

삼성 임직원들이 구속결정이후 참담한 분위기에 휩싸인 이유다. 일부 직원은 할 말을 잃고, 망연자실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총수 부재' 사태가 야기할 후폭풍은 예상 외로 클 것으로 보인다. 시스템이 강한 삼성이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플랜B를 가동하겠지만, 이 부회장이 추진해온 굵직한 프로젝트가 좌초 내지는 무기한 연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등기이사로 공식 이름을 올리며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이른바 '뉴삼성' '이재용식 삼성'의 전략은 심각한 타격을 받게됐고, 차질이 불가피해 졌다.

삼성그룹이 국내 최고를 넘어 글로벌 최고기업으로서 한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강력 추진해온 미래성장동력 확보 작업 역시 크게 흔들릴 것이란 진단도 나온다.

총수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한국형 재벌그룹' 특성상 '오너리스크'가 현실화됐다는 것은 일반적이지만 삼성의 경우 다른 기업과 차원이 다르다.

삼성그룹이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와 경영구도 재편을 위해 추진해온 삼성전자 지주사 전환 작업도 난항이 예상된다.

10조원에 육박하는 미국 하만 인수가 무산될 위기이며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신규사업 추진에 급브레이크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삼성'을 기치로 이 부회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해외 사업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 부회장은 떠오르는 거대시장 인도를 필두로 탈 중국, 탈 미국을 위한 신시장 개척을 전략적으로 추진해왔었다.

삼성 내부적으로 올해 경영계획 수립부터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작년 11월 중순부터 사장단 및 임원 정기인사, 대내외 행사 등을 특검수사로 미뤄왔던 삼성으로선 특검의 영장 재청구가 받아들여져 매우 난감한 상황이다.

신입사원 채용은 아예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삼성고시'라 불리우는 삼성공채는 보통 3월부터 시작되는데 총수 구속으로 계획조차 잡지 못할 형국이다. 삼성 입사를 목표로 준비해온 취업준비생들에게도 큰 충격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거대그룹 삼성 총수의 구속은 비단 삼성만의 문제로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절대적인 그룹이다. 이런 점에서 가뜩이나 침체에 빠진 우리경제에 적지않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재계에선 "글로벌 대표기업 삼성 총수가 부재 상황이 된다는 것은 삼성뿐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며 "무엇보다 선진국들은 CEO나 오너가 구속되면 회사 방향성이나 경영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인식해 이번 이 부회장 구속이 그의 혐의를 떠나 삼성과 대한민국 경제에 가져다줄 유무형의 손실이 엄청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저작권자 © 위클리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