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꾸라지' 강경 여론 vs. 집행유예 가능땐 불구속 원칙

▲ 우병우 전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이 21일 구속전피의자심문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두하고 있다.<사진=포커스뉴스 제공>

[위클리오늘=강민규 기자] 우병우(50) 전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의 구속영장을 심사하는 오민석(48)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고민은 크게 두 가지일 것으로 짐작된다. 

우선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구속영장에 적시한 우병우 전 수석의 범죄혐의가 제대로 소명된 것으로 판단할 것이냐 하는 문제다. 

형사소소법 법문대로 하면 '죄를 범하였다고 인정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소명됐는 지 여부가 오민석 판사의 일차적인 관심대상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범죄사실의 소명은 구속영장 발부의 전제 조건일 뿐이고, 구속영장을 발부하느냐 여부는 해당 피의자에게 증거인멸이나 도주우려가 있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원칙이다.

오민석 판사 전임 서울중앙지법 영장담당 판사들의 경우 구속영장 심사에서 범죄사실의 소명 여부에 무게중심을 두는 경향을 보였다. 즉 범죄사실이 소명되면 영장을 발부하고, 소명이 미진하다고 판단하면 영장을 기각하는 것이 관례화되다시피했다.

하지만 이는 중범죄일 경우 해당되는 논리다. 중범죄 혐의가 있는 피의자의 경우 신병을 구속하지 않으면 처벌을 피하기 위해 도주하거나 증거을 인멸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범죄사실이 소명된다는 자체만으로 구속영장을 발부할 수 있는 근거를 세울 수 있는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례가 이런 서울중앙지법 영장담당 판사들의 경향을 가장 잘 나타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오민석 판사가 맡은 우병우 전 수석의 경우 특검이 구속영장에 적시한 혐의사실이 소명된다고 해도 과연 구속까지 시켜야할 사안인가 하는 부분에서 물음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즉 오민석 판사의 경우 단순히 범죄사실의 소명 뿐아니라 형소법상 구속사유, 즉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에 대한 판단도 같이 할 가능성이 높다.

특검이 우병우 전 수석에게 적용한 죄목은 4가지다. 형법상 직권남용죄와 직무유기죄, 특별감찰관법 위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불출석에 따른 국회모욕죄) 등이다.

이들 죄목의 법정형을 징역형 중심으로 보면, 직권남용죄가 5년이하의 징역, 직무유기가 1년이하의 징역, 특별감찰관법이  5년이하의 징역, 국회증언감정법이  5년이하의 징역형이다.

최고 법정형이 징역 1~5년인 셈이다. 물론 이들 범죄도 가벼운 범죄가 아니지만, 우병우라는 개인적인 특수성을 빼고 형량 자체만 놓고 보면 구속영장을 반드시 발부해야 할 만큼의 중범죄라고 단정하기는 힘들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시각이다.

오민석 판사는 그 나름대로의 기준이 있겠지만, 해당 피의자가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받을 가능성이 높으면 불구속 수사 원칙대로 하는 게 기존 영장담당 판사들의 대체적인 판단 경향이었다. 집행유예 가능성이 높으면 특수한 경우가 아닌 한 구속영장 발부를 꺼려온 게 대체적인 태도였다.

최고 법정형이 5년이하의 징역형인 경우 한번만 작량감경을 받으면 집행유예 조건에 해당된다. 우병우 전 수석이 바로 이런 사례에 해당되는 셈이다.

오민석 판사로서는 관례대로 하느냐, 우병우 전 수석에 대한 국민정서를 우선시하느냐를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특검이 우병우 전 수석의 혐의 내용에 청문회 위증죄라도 포함시켰다면 오민석 판사로서는 범죄사실 소명 자체에 좀더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나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건과 달리 특검이 우병우 전 수석에게는 국회위증죄를 구속영장에 적시하지 않았다.

우병우 전 수석에게 국회증언감정법 위반이 적용되긴 했지만, 구체적인 죄목은 위증죄가 아니고 청문회 불출석에 따른 국회모욕죄다.

국회모욕죄는 최고 법정형의 최고 징역 5년이지만, 국회 위증죄는 1년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이다. 

국회위증죄의 경우 우병우 전 수석에게 적용된 불출석죄와 달리 작량감경을 해도 집행유예의 조건에 해당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오민석 판사는 21일 오전 10시30분 우병우 전수석에 대한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시작해 이르면 이날 밤 늦게 판단 결과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민석 판사는 지난 9일 법원 정기인사에서 서울중앙지법 영장담당판사로 새로 발령된 세명 중 한명이다. 

우병우 전 수석 건은 서울중앙지법 영장담당 판사들이 모두 바뀐 상태에서 실시되는 첫 최순실 게이트 관련 사안이어서 더욱 이목이 집중된다.

오민석 판사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법리적인 문제를 떠나 우병우 전 수석에 대한구속영장 발부 여부에 따라 찬반 여론이 동시에 일어날 것이 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박영수 특검으로선 이번에 우 전 수석의 신병을 확보하면 특검사상 유례없는 깔금한 대미를 장식하게 된다.  하지만 만약 오민석 판사가 우병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할 경우엔 특검으로선 지금까지 따놓은 점수마저 대부분 까먹는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우병우 전 수석이 최순실 일파의 국정농단 기간 민정수석 자리에 있었다는 것 자체를 범죄로 보는 국민적 시각이 너무나 강고하기 때문이다.  '법미꾸라기' '법률 장어'라는 별칭까지 생긴 우병우 전 수석의 신병병확보에 실패하면 결국 화살은 특검으로 날아올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우병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 건은 단판승부다. 오민석 판사가 우병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을 이번에 기각하면, 활동기한이 연장되지 않는 한 특검이 이재용 부회장 건에서 처럼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봐야 한다. 

오민석 판사의 결정에 따라 박영수 특검팀의 마지막 모습이 사실상 결정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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