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민석판사 "소명부족" 우병우 영장 기각..특검 부실수사 논란 여지

▲ 우병우 전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사진=포커스뉴스>

[위클리오늘=강민규 기자] 우병우 전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이 결국 구속의 칼날을 피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담당 오민석 부장판사는 22일 오전 1시9분쯤 우병우 전 수석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오민석 판사는 “영장청구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의 정도와 그 법률적 평가에 관한 다툼의 여지 등에 비추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결국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부실했다는 지적이다. 

앞서 오민석 판사는 전날 오전10시30분부터 오후 3시50분까지 5시간동안 서울중앙지법에서 우병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벌였다.

영장실질심사가 끝난 뒤 우병우 전 수석은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수의를 입고 대기했고, 오민석 판사는 이후 9시간동안 추가로 서류 검토를 한 결과 결국 기각결정을 내렸다. 우병우 전 수석은 영장 기각 직후 서울구치소를 나와 귀가했다.

박영수 특검이 법원에 제출한 우병우 전 수석의 구속영장은 40페이지에 달할 정도로 방대했지만, 오민석 판사를 설득하는 데는 실패했다.

이로써 오는 28일 활동기한이 종료되는 특검은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그동안 이룬 성과도 상당부분 퇴색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신병확보에 잇따라 성공하면서 파죽지세를 이어가던 특검 수사에도 급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게 됐다.

오민석 판사가 제시한 기각사유에 비추어 특검은 우병우 전 수석의 혐의에 대한 명확한 증거나 증언을 확보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특검이 우병우 전 수석의 구속영장에 기재한 사유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직무유기, 특별감찰관법 위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등에관한 법률 위반(청문회 불출석) 등 4가지였다.

특검은 특히 직권남용죄에 초점을 맞춰 우병우 전 수석의 월권적 인사 개입 등을 다수 적시했지만, 이같은 우 전 수석의 행위가 민정수석으로서 권한범위 내의 행위인 지, 일탈한 행위인 지를 제대로 소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우병우 전 수석에게 적용된 죄목들의 법정형이 죄다 징역 5년을 넘지 않는 것들이어서 오민석 판사가 구속영장을 발부할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는 지적이 처음부터 있었다.

특검이 우병우 전 수석에게 적용한 죄목들의 법정형을 징역형 중심으로 보면, 직권남용죄가 5년이하의 징역, 직무유기가 1년이하의 징역, 특별감찰관법이  5년이하의 징역, 국회증언감정법이  3년이하의 징역형이다.

최고 법정형이 징역 1~5년인 셈이다. 물론 이들 범죄도 가벼운 범죄가 아니지만, 우병우라는 개인적인 특수성을 빼고 형량 자체만 놓고 보면 구속영장을 반드시 발부해야 할 만큼의 중범죄라고 단정하기는 힘들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시각이다.

피의자가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받을 가능성이 높으면 웬만해선 구속영장 발부를 자제하는 게 오민석 판사 전임 기존 서울중앙지법 영장담당 판사들의 대체적인 경향이었다. 

법정형이나 죄질을 고려했을 때 집행유예 가능성이 높으면 특수한 경우가 아닌 한 형소법상의 대원칙인 불구속 원칙을 더 중시하는 경향을 보인 것이다.

법정형이 5년이하의 징역형인 경우 한번만 작량감경을 받으면 집행유예 조건에 해당된다. 우병우 전 수석도 이런 사례에 속한다.

오민석 판사도 우병우 전 수석과 관련해 법원칙과 법원 관례에 따를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 있었는데, 실제로 이런 결론이 난 것이다. 

오민석 판사도 우병우 전 수석에 대한 국민정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겠지만 결국 원칙에 따르기로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특검이 우병우 전 수석의 혐의 내용에 국회 청문회 위증죄라도 포함시켰다면 오민석 판사의 판단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검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나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건과 달리 우병우 전 수석에게는 국회위증죄를 구속영장에 포함하지 않았다.

특히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장관의 경우 주된 혐의가 우병우 전 수석과 같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였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운용에 관여했다는 것인데, 우병우 전 수석에게 적용된 혐의사실도 이들과 비슷한 비중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차이가 나는 것은 김기춘 전실장과 조윤선 전 장관에게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와 함께 국회 위증죄도 병행적용됐고, 우병우 전 수석에게는 이를 적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검이 우병우 전 수석에게 국회 위증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그 자체로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에 대한 소명 부족을 자인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를 남겼다. 

특검은 우병우 전 수석에게 위증죄 대신 청문회 불출석에 따른 국회모욕죄를 적용했는데, 이는 법정형이 위증죄에 비해 낮다. 이 점도 이날 오민석 판사가 구속영장을 기각하는 데 한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국회 위증죄는 1년이상 10년 이하의 징역형인데 비해 청문회 불출석죄는 법정형이 최고 징역 3년에 불과하다. 

국회모욕죄 역시 직권남용죄나 특별감찰관법과 같이 한번만 작량감경하면 집행유예가 가능한 범죄에 해당하는 셈이다.

하지만 국회위증죄의 경우 작량감경을 해도 집행유예의 조건에 해당되지 않을 수 있다.

특검이 우병우 전 수석에 대한 소환 날짜를 토요일로 잡고 국회 위증죄 마저 적용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두고 두고 뒷말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오민석 판사의 결정에 반발해 특검이 우병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도 낮은 상태다. 특검 활동시한이 연장돼 특검이 우병우 전 수석에 대한 보강 수사를 벌인다고 해도 추가적인 성과가 있을 지도 미지수다. 

업무수첩과 휴대폰 등 우병우 전 수석 관련 증거가 대부분 사라진 상태여서 추가수사를 한다고 해도 오민석 판사가 기각사유로 적시한 소명 부족을 극복할 가능성 자체가 낮아 보인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특검이 활동시한 연장에 명분에 더하기 위해 우병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전력을 다하지 않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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