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특검' 빌미 삼아 서울고등법원에 전격 소송 제기

▲ 특허권남용 이유로 공정위로부터 1조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받은 퀄컴이 법원에 소송장을 내며 반격을 시작했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방상훈 기자] 퀄컴이 반격을 시작했다. '특허권 남용'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무려 1조30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받은 퀄컴이 돌연 불복을 선언하며 21일 늦은 오후 서울 고등법원에 소송을 걸었다.

소송 타이밍이 절묘하다. 원래 공정위 처분에 대한 소송은 해당 기업이 공정위로부터 판결문을 수령한 날부터 30일안에 해야한다.

지난달 23일 공정위로부터 최종 판결문을 받은 퀄컴으로선 21일이 꼭 30일째 되는 데드라인이다. 그것도 업무 마감 시간을 목전에 둔 오후 5시경 법원에 소송장을 제출했다.

퀄컴은 논리는 표면적으로 공정위의 처분이 사실관계 및 법적 근거 측면에서 모두 부당하다는 것이다. 절차상의 문제 제기도 했다. 한미FTA(자유무역협정)에 따라 보장된 적법절차에 관한 미국 기업들의 권리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퀄컴이 공정위를 대상으로 소송으로 맞불을 놓은 그 이면에는 퀄컴에 기술료를 가장 많이 내는 삼성전자의 실질적인 오너인 이재용 부회장의 전격 구속이 큰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를 수사중인 박영수 특검이 삼성의 뇌물공여 혐의에서 제기한 삼성과 공정위 유착설을 퀄컴 스스로 유리한 쪽으로 해석을 내려 공정위 제재가 삼성의 로비 탓이란 의혹을 거론한 것이다.

‘삼성 특검’이 퀄컴 반격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의미다. 블룸버그가 21일 ‘삼성스캔들이 한국 공정위의 제재를 약화시킨다고 퀄컴이 주장했다’는 제목으로 돈 로젠버그 퀄컴 법무담당 수석부사장의 인터뷰 기사를 실은 것이 이를 방증한다.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퀄컴은 “공정위의 잘못된 결정은 우리가 상업적인 이익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불공정한 절차의 결과물”이라며 “조사를 감독한 전 공정위 부위원장과 삼성 간 커넥션 의혹에 대한 특검수사는 우려 수준을 높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공정위가 작년 12월 퀄컴에 1조3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특허 라이선스 정책 자체에 대한 시정명령을 내린 배경에 삼성의 로비가 개입돼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공정위와 삼성은 즉각 말도안되는 억측이라고 반박했다. 공정위 측은 “퀄컴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해 제재받은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이제와 딴소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 측도 퀄컴의 특허 갑질 혐의에 대해서는 인텔, 애플 등 같은 미국 기업들까지 적극적으로 나서 공정위에 증언을 했던 사실이라고 일축했다.

일단 칼을 뽑은 만큼 퀄컴은 이번 소송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퀄컴은 법무법인 세종, 화우 등 메이저 로펌을 총 동원해 대규모 소송전을 불사할 태세다.

그러나, 그동안 한국에서 거뒤들인 천문학적인 로열티를 바탕으로 글로벌 반도체업체로 올라선 퀄컴이 삼성 특검을 핑계 삼아 역공에 나선 것에 대해 국내 산업계에선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사실 공정위가 이동통신 모뎀칩셋 특허권을 남용한 퀄컴에 역대 최대인 1조3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이는 퀄컴이 2009년 11월부터 7년간 한국기업들로부터 로열티로 벌어들인 약 38조원의 2.7%에 불과하다.

퀄컴은 특히 이 특허권을 무기로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이동통신업체들을 대상으로 불공정 계약을 강요하는 등 슈퍼 갑질을 행사한다는 비난을 줄기차게 받아왔다.

퀄컴이 공정위의 1조여원에 달하는 과징금 보다는 공정위 시정명령 자체가 퀄컴의 사업 모델을 정조준 한 것이기에 더욱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공정위 시정조치로 삼성전자·LG전자·팬택 등 국내업체는 물론 애플·샤오미·화웨이 등 한국에 휴대폰을 판매하는 중국업체들도 퀄컴에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실제 공정위 제재 직후 미국 경쟁당국인 연방거래위원회(FTC)가 비슷한 혐의로 퀄컴을 캘리포니아주 연방법원에 제소한 것도 퀄컴으로선 부담스러운 일이다.

원천적으로 한국 공정위 제재 조치 자체를 무마시키거나 대폭 축소 조정을 함으로써 그 후폭풍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고, 그 목적달성을 위해 삼성특검과 이재용부회장 구속 건이 매우 유용한 소스로 작용한 셈이다.

공정위의 강력한 제재조치에 대해 대반격을 시작한 퀄컴이 과연 그 뜻을 이룰 수 있을 지 향후 퀄컴과 공정위간의 치열한 소송전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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