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롯데쇼핑 보유주식 약 3900여억원 어치를 매각해 주목받고 있는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임종호 기자]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놓고 신동빈 롯데회장과 형제의 난을 벌이다 일시 휴전중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롯데쇼핑 주식을 대량 매각,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SDJ코퍼레이션은 지난 17일 롯데쇼핑 지분 173만883주(6.88%)를 주당 22만6000원에 블록딜을 통해 매각했다고 22일 밝혔다. 매각 대금이 총 3911억7955만여원에 달하는 상당한 규모다.

신동주 회장의 롯데쇼핑 지분 매각대금의 용도는 일본 광윤사의 차입금 상환, 신격호 총괄회장의 세금 대납을 위한 차입금 상환, 한국에서의 신규사업 투자 등 다목적이라는게 SDJ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번 지분 매각으로 신동부 회장의 롯데쇼핑 지분은 거의 반토막이 났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 회장은 원래 롯데쇼핑 주식 423만5883주(14.83%)를 보유해왔으나 이번 주식 매각으로 7.95%로 줄었다.

경영권 분쟁중인 동생 신동빈 회장과 롯데쇼핑 주식보유 차이가 단 1744주에 불과했으나 이젠 큰 차이를 보이며, 3대주주로 전락한 것이다.

현재 롯데쇼핑의 지분율 5% 이상 주요주주로는 최대주주인 신동빈(423만7627주) 롯데그룹 회장을 비롯해 호텔롯데(8.83%), 한국후지필름(7.86%), 롯데제과(7.86%)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경영권 다툼 기간중엔 보유지분의 변화는 매우 예민한 사안이다. 이런 점에서 신동주 회장이 4000억원에 가까운 주식을, 그것도 롯데그룹 핵심 계열사중 하나인 롯데쇼핑 지분을 대량 매각한 진짜 배경이 무엇일까.

일단 신동주 회장이 롯데쇼핑 지분을 대량 매각했다는 것은 경영권 분쟁에서 불리해질 수 밖에 없단 이유로 재계 일각에선 경영권 분쟁 포기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이번에 주식을 대량 매각하고 남은 7.95%의 지분마저 지난 1월 신동주 회장이 주식담보대출을 받아 담보로 잡힌 물량이어서 사실상 전량 매각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물론 대출금을 상환하고 담보주식을 찾아올 수는 있지만, 역으로 대출금을 갚지 못하거나 주가급락으로 반대매매가 이루어질 경우는 영영 주식을 못찾을 수도 있다.

잇단 경영권 경쟁에서 고배를 마신 신동주 회장이 장기적인 포석 아래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실제 신동주 회장 측도 “경영권 포기는 절대 아니다”라며 “더 강력한 투쟁을 위한 포석”이라고 선을 그었다. 신동빈 회장측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촌평했다.

이런 관점에서 증권가에선 신동주 회장이 롯데쇼핑 주식 매각대금으로 롯데알미늄 지분을 매수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았다.

신동주 회장이 지배하고 있는 광윤사가 롯데알미늄 지분 22.8%를 갖고 있고 롯데알미늄은 롯데제과의 최대주주다.

즉, 롯데알미늄을 통해 자연스럽게 롯데제과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며 신동빈 회장과의 긴장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롯데그룹의 지배구조상 롯데제과는 롯데쇼핑 보다 상위에 위치한다. 신동주 회장으로선 롯데쇼핑 지분보다 롯데제과 지분을 늘리기 위해 다소 과도한 할인율(11%)을 적용해서라도 블록딜로 주식을 팔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들은 "신동주 회장이 수 차례 경영권 분쟁에서 신동빈 회장에게 고배를 마셨지만, 아직 그의 뒤엔 신격호 명예회장이 있는데다가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 주식을 직간접적으로 대거 보유하고 있는만큼 경영권 분쟁에서 퇴각하거나 포기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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