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6차 변론기일에 참석한 박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의 김평우 변호사가 물을 마시고 있다.<사진=포커스뉴스>

[위클리오늘=강민규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대리인단의 김평우 변호사(72·사법시험 8회)가 또 헌법재판소 헌법재판관들에게 막말에 가까운 맹공을 퍼부었다. 

김평우 변호사는 22일 헌재에서 열린 대통령 박근혜 탄핵심판 16차 변론에서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을 향해 "법관이 독단적인 지식으로 재판 진행을 하면 안 된다", "강일원 재판관의 이론이 맞는지 아닌지 증거를 대야 할 것이다", "미국에서 공부했으니 기본적인 법률지식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본다" 등 훈계와 조롱을 섞은 격한 발언을 쏟아냈다.

김평우 변호사는 지난 20일 열린 15차 변론에서는 헌재소장대행으로 심판을 주재하는 이정미 재판관에게 "왜 함부로 진행하고 그래요?", "그럴 거면, 왜 헌법재판관씩이나 해요?" 등 헌재의 권위와 이정미 재판관의 자존심을 긁는 격한 표현을 서슴치 않았다.

김평우 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장 지낸 법조계 원로인데, 이런 인물이 최고 사법기관 중 하나인 헌법재판소의 권위에 흠집을 내는 발언을 마구 쏟아내는 것을 두고 법조계 안팎에서 비난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측은 급기야 이날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에 대해 기피신청을 내기도 했다.

기피는 법관이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경우 직무집행에서 배제해달라는 형사소송법상 절차다.

대통령 측의 갑작스런 기피 신청에 헌재는 10분간 휴정을 한 뒤 논의 끝에 각하 결정을 내렸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기피신청이 오직 심판의 지연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서 부적합해 각하한다"고 말했다. 

앞서, 대통령 대리인단측은 “강일원 재판관이 헌법적 근거도 없이 증거에 적법성을 부여해 증거 규칙을 멋대로 위반하고 일방적으로 위헌위법한 재판진행과 독선적인 해석을 통해 고압적으로 재판을 진행해 헌법재판소법 40조에 준용되는 민사소송법 43조 1항, 재판공정성을 해할 수 있어 기피신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김평우 변호사를 비롯한 박 대통령 대리인단이 이처럼 헌재 재판관들을 격하게 공격하는 것은 헌재의 공정성 문제에 논란을 일으킴으로써 일차적으론 탄핵결정을 가급적 늦추고 궁극적으론 인용결정이 나더라도 친박 진영에서 불복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근거를 남기려는 정치적 의도로 풀이된다.

이날 김평우 변호사는 강일원 주심재판관을 직접 거론하며 심판 진행의 공정성과 변론 진행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평우 변호사는 "강일원 재판관은 탄핵소추 의결 절차가 적법절차 위반에 해당하는 지는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이 아니라고 한 법적 근거를 대라"고 요구했다.
 
강일원 재판관은 지난해 12월 22일 탄핵심판 1차 변론준비절차에서 대통령 대리인단이 제기한 탄핵소추 의결의 적법절차 위반 주장에 대해 주요 쟁점이 아니므로 심판 절차에서 다루지 않겠다고 결정한 바 있다.

대통령 변호인단은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 자체가 적법절차를 어긴 것이라는 주장을 헌재 변론 초기부터 제기해 왔다.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죄 등 범죄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는데도 언론보도 등 풍문만을 근거로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해 탄핵심판에 필요한 형식적 조건도 갖추지 못한 것이므로 헌재에서는 탄핵심판을 요건 흠결을 이유로 아예 각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통령 대리인단의 김평우, 정기승 변호사는 이같은 자신들의 주장을 증인신문을 통해 입증하겠다고 정세균 국회의장과 헌법학자 등을 무더기로 증인으로 신청하기도 했다.

김평우·정기승 변호사는 전날 증인신청서를 제출했는데, 증인신청서에는 정 의장을 포함해 헌재가 직권취소한 바 있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도 증인으로 포함됐다. 

탄핵소추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김무성, 나경원, 황영철, 유승민, 정종섭, 정진석, 김도읍, 우상호, 박완주, 김관영 의원도 증인으로 신청했다.

국회 운영위원회 수석전문위원과 국회 의사국장, 헌법학자인 허영, 최대권, 조병윤 교수까지 증인명단에 포함시켰다.

김평우 변호사 등의 이같은 주장과 증인신청은 헌재가 이날 변론에서 최종변론 날짜를 확정하기로 한 상황에서 최종 심판을 늦춰보려는 지연 전술로 분석된다.

박 대통령 측은 지난해 12월16일 "탄핵소추 절차는 아무런 객관적 증거 없이 이뤄진 것"이라며 "각하돼야 한다"는 내용의 준비서면을 헌재에 제출한 바 있다.

하지만 법무부가 지난해 12월24일 "국회의 탄핵소추 발의 및 의결 요건을 충족하고 헌법재판소에 적법한 소추의결서 정본이 제출됐다"며 "적법한 요건을 갖춘 것으로 판단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했다.

이에 주심 강일원 재판관은 같은달 27일 "법무부는 탄핵심판 청구가 법률상 요건을 지켰다고 보고 있다. 절차적인 문제는 치우고 사실인정 중심으로 심팡을 진행하겠다"고 밝히면서 이 문제는 일단락된 상태였다.

헌재와 강일원 재판관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김평우 변호사는 이날 재차 반박하는 주장을 폈다. 

김평우 변호사는 "전문가들을 증인으로 불러 (강일원 재판관관의 결정이) 틀렸음을 입증하겠다"고 말했다.

김평우 변호사는 "우선 탄핵심판 사건은 전례가 2004년 한 건 밖에 없어서 한 사건이 결정났다고 해서 누적된 사건이 집적돼 반복적으로 나올 때 인정되는 '판례'라는 지위를 부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평우 변호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 사건에서는 적법절차 위반은 주요 쟁점이 아니었다"며 "그 사건과 배경, 원인, 과정 모두 완전히 판이한데 노 대통령 사건에서 결정됐으니 이 사건에서는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김평우 변호사는 지적했다.

강일원 재판관이 국회 소추위원단에 편향된 심판 진행을 하고 있다고도 비난했다.

김평우 변호사는 "국회에 대해서는 무슨 짓을 해도 좋다고 하면서 대통령한테는 '대통령이 최순실 같은 사람이랑 사귀어'라며 본질적인 문제는 다 놔두고 재판을 하고 있다"며 "헌재가 분명 국회 편을 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평우 변호사는 "우리나라 재판은 당사자주의라는 측면이 있다. 아무리 헌법재판이라도 일단 사실을 주장하고 입증하는 것은 당사자의 책임"이라며 "그런데 이 분들의 입증이 부족하다고 해서 재판관이 나서는 것은 조금 과한 것 아닌가"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강일원 재판관이 '국회 측 수석대변인'이라고 오해할 수밖에 없다"는 발언까지 하자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언행에 조심해 달라"고 경고했다.

김평우 변호사는 강일원 재판관을 향해 "법관이 독단적인 지식으로 재판 진행을 하면 안 된다. 강일원 재판관의 이론이 맞는지 아닌지 증거를 대야 할 것이다"며 "미국에서 공부했으니 기본적인 법률지식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본다" 등 조롱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김평우 변호사는 지난 20일 열린 탄핵심판 15차 변론기일에도 이정미 헌재소장 대행과 변론진행과 관련해 격한 발언을 쏟아낸 적이 있다.

당시 김평우 변호사는 낮12시가 다가와 이정미 재판관이 당일 변론을 종결하려하자 "발언을 하려는 데 왜 변론을 종결하려고 하느냐"며 이정미 재판관을 몰아부쳤다.

이정미 재판관이 "22일 변론기일에 발언기회를 드리겠다"고 했지만 김평우 변호사는 "당뇨가 있어서 식사를 해야 하니 오후 다시 변론을 열어 준비해온 발언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김평우 변호사는 이정미 재판관에게 "지금까지 12시에 변론을 꼭 끝내야 된다는 법칙이 있습니까? 그럴 거면, 왜 헌법재판관씩이나 해요?"라며 이정미 재판관의 자존심을 긁는 가 하면, "왜 함부로 진행하고 그래요?"라며 격하게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고 김동리 시인의 아들인 김평우 변호사는 경기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1967년 사법시험 합격해 판사 생활을 하다 1980년 법복을 벗고 변호사로 활동했다. 2009년부터 2년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을 지냈다. 김동리 시인은 해방후 우익 민족문학론 진영의  대표적 논객이었던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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