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연장 개정안 4당 합의 실패 ...정세균의장도 직권상정 부정적

▲ 정세균 국회의장과 야4당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특검 수사기간 연장법안 직권상정 추진 등을 놓고 회동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정세균 국회의장,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사진=포커스뉴스 제공>

[위클리오늘=강민규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활동시한 마감이 닷새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특검 연장은 사실상 무산되는 분위기다. 특검 연장을 위해서는 세가지 방법이 있으나 이들 모두 현재로선 성사 가능성이 극히 낮은 상태다. 

우선 특검법(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특검 연장인데, 이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승인을 필요로 한다.

또 하나는 국회가 원내교섭단체 합의 하에 특검법을 개정해 활동시한을 늘이는 방안이다. 23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자유한국당 원내 대표가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이를 협의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나머지 수단은 정세균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통해 특검연장을 위한 특검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는 방법인데, 정세균 의장은 직권상정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황교안 대행이 특검 연장을 승인할 지 여부는 아직 미정인 상태다. 특검법에 따르면 특검 연장 여부에 대한 대통령의 승인은 '수사기간 만료 전'에만 하면 된다. 특검 활동 시한이 28일까지인 만큼 황교안 대행은 그 때까지만 특검 연장을 승인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하지만 황교안 대행 본인의 성향이나 여당인 자유한국당의 입장에 비추어 황 대행이 특검 연장에 동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황교안 대행이 설사 개인적으로는 특검 연장에 찬동한다고 해도 자유한국당의 분위기 때문에라도 이를 결행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황 대행이 당적은 없지만 사실상 여당의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마당에 자유한국당의 노선에 어깃장을 놓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야권의 특검 수사 기간 연장 촉구는 명분조차 없는 정략적 억지주장"이라는 입장을 확고히 하고 있다.

정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특검은 기한 내에 충실히 수사하고 미진한 부분은 검찰에 넘기면 된다"며 "야당은 특검이 끝나면 모든 수사가 종료되는 것으로 호도해서는 안 된다. 의회 권력을 앞세워 횡포를 부리려 한다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도 국민을 위해 단호한 결정을 내려달라"고 주문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23일 열린 4당 협의에서도 이같은 입장을 굽히지 않고 결국 특검 연장 법 합의 상정을 무산시켰다. 황 대행이 특검 연장에 동의할 것을 기대하는 것은 사실상 이미 연목구어가 된 셈이다.

정세균 의장의 특검 연장을 위한 특검법 개정안 직권상정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세균 의장은 교섭단체 원내대표 간 합의가 없으면 자의적인 직권상정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 의장은 이날 "일각에선 대통령 직무정지가 국가 비상사태가 아니냐는 주장 있다. 이 사안이 직권상정 요건에 해당되는 지 명확하지 않다"며 "직권상정해달라는 요구가 문자로 많이 와서 전화번호를 바꿀 정도"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의장이 이같은 말한 것은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가 전날 특검연장과 관련해 "대통령이 유고인 상황이 국가 비상상태가 아니면 언제가 비상상태냐"며 특검법 개정안 직권상정을 촉구한 데 대한 답이다.

국회법 상 의장의 직권상정은  ▲ 천재지변의 경우 ▲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의 경우 ▲의장이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합의하는 경우 에만 가능하다.

이처럼 특검 연장이 사실상 물건너 간 것은 각 정파의 이해득실 계산이 깔려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특검 연장이 될 경우 더불어민주당도 딱히 정치적으로 득될 게 없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특검 연장이 성사돼 특검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기소까지 하는 상황이 되면 대선 국면에서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계산할 수 있다.

박영수 특검은 태생적으로 야당 편향적일 수 밖에 없는데, 이런 특검이 박 대통령에게 수의까지 입히면 '샤이' 친박 세력이 하루아침에 '앵그리' 상태로 바뀌는 것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일이다.

민주당으로서는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가 대선판을 끌고 가고 있는 상황에서 보수층을 더이상 자극할 필요가 전혀 없다.  민주당이 특검연장을 굳이 무리해서까지 성사시킬 이유가 없는 셈이다.

더구나 특검 연장이 되지 않아 관련 수사가 검찰로 넘어가더라도 검찰이 특검보다 수사에 미온적일 것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민주당으로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에 의해 최순실 게이트 관련 수사가 마무리되고, 탄핵심판이 인용돼 박 대통령이 수사를 받는 것이 지금 그릴 수 있는 가장 유리한 국면이라고 할 수 있다. 

특검연장이 무산된다고 해도 헌재의 탄핵결정에는 별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민주당으로선 가능하다. 

최순실씨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핵심 피의자들이 구속된 것 자체만으로도 헌재의 탄핵 인용은 사실상 기정사실화됐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정세균 의장과 의기투합해 특검 연장을 강행하면 정국 파탄이 올 것이 뻔하다는 점도 민주당이 특검 연장에 미온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정세균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우상호·자유한국당 정우택·국민의당 주승용·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40여분간 회동을 갖고 특검법 직권상정을 포함한 특검 연장 문제에 대해 담판을 벌였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의 반대로 합의에 실패했다. 이날 회동에서 주호영 원내대표는 특검 연장 법의 직권상정을 요구했으나 정우택 원내대표가 "직권상정의 요건이 안 된다"며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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