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시계, 국정혼란기 개인적인 '영광' 즐기는 인상 치명적

▲ 출처=중고나라 사이트.

[위클리오늘=강민규 기자]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책상 명패에 이어 ‘황교안 시계’ 에도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문구를 넣어 별도 제작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난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어쩌다 차지한 '절대지존' 포지션을 꼼꼼이 챙기는 황교안 권한대행의 모습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에도 어긋나는 지적이 일면서 보수진영의 시각조차 싸늘해 지는 분위기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과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 수사로 온나라가 뒤숭숭한 데 황교안 대행 혼자 시대적 비극이 안겨준 '영광'을 즐기며 대통령 놀이에 푹 빠진 듯한 모습이 역겹다는 지적이 온라인과 SNS에 쏟아지고 있다.

이런 탓에 '황교안 시계' 여파는 예상보다 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발목을 잡은 '퇴줏잔 원샷' 소동과 비교해도 '황교안 시계'의 파문은 만만찮을 것이란 지적이다. 반 전 총장의 퇴줏잔은 기껏해야 예의범절의 문제지만, 황교안 시계는 지도자로서의 자질과 의식수준의 문제와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황교안 권한대행은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여전히 문재인-안희정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다. 범여권 후보 중에서는 단연 선두다. 한국갤럽이 24일 내놓은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결과를 보면 황교안 총리는 이번 주 8%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전주 대비 1%포인트 하락했지만 범여권 후보 중에는 압도적인 우세를 지켰다. 갤럽 조사 대상에 포함된 범여권 후보 중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만 전주와 같은 2%의 지지율이 나왔고, 남경필 의원 등 여파 범여권 후보들은 아예 유의미한 수치가 나오지 않았다.

하지한 '황교안 시계' 파문 이후에도 황교안 총리의 이같은 지지율이 유지될 지는 미지수다. 유승민, 남경필 이외에도 홍준표 경남지사까지 여권 대선주자 대열에 본격적으로 합류하면 보수진영 내에서도 황 총리에 대한 본격적인 검증작업이 시작될 것을 예상된다.

'황교안 시계' 파문은 지난 21일 중고거래 사이트 '중고나라'에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황교안'이 새겨져 있는 기념 시계가 매물로 올라오면서 비롯됐다. 판매자 올린 횡교안 시계는 여성용으로 판매 가격은 20만원이다. 이 황교안 시계 는 24일 오후 현재까지 팔리지 않은 상태다.

판매자는 황교안 총리 취임 당시 만들어진 국무총리 시계가 아닌 권한대행 취임 후 새로 만든 시계라며 희소성을 고려해 '황교인 시계'의 가격을 20만원으로 책정했다고 밝혔다. 

총리실은 24일 급히 보도자료를 내어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라는 명칭은 공식 직함이며 공문서, 훈·포장 증서, 임명장, 외교문서 등에 사용되고 있으며, 또한 각종 중요 행사 경조사시 화한·조화·축전 등에도 동일 직함을 사용한다"고 해명했다. 

또 "일선공무원 격려 또는 공관초청 행사 등에 일부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기념품(손목시계)의 경우에도 공식문서, 경조사 등에 사용되는 명칭과 같이 ‘대통령권한대행 국무총리’ 직함을 사용하고 있다"고 '황교안 시계' 제작의 배경을 밝혔다.  

야권은 황교안 시계와 관련해 황교안 대행에게 맹공을 퍼부었다.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이가 없다"며 "황교안 권한대행이 특검 연장을 외치는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TV 쇼에 출연하더니 부적절하게 권한대행 명의 시계도 선보였다"며 황교안 시계 파문을 질타했다. 

그러면서 "지금 황교안 권한대행이 할 일은 대선 행보가 아닌 특검 연장"이라며 "황교안 권한대행은 조속히 특검 연장에 동의해 촛불민심의 엄중한 명령에 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동대구역 회의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황교안 시계와 관련해 "대통령 후보를 하고 싶으면 빨리 사퇴해서 그 길로 가시길 바란다"며 "그렇지 않다면 총리와 대행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이 판국에 박 대통령의 법무부장관, 국무총리를 하시는 분이, 이 혼란 속에서 본인의 정치적 가도에 매진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양자택일을 빠른 시일 내에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 역시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권한대행을 기념한다는 것은 대통령 탄핵소추를 기념하는 의미가 있다"며 "최소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인간적 예의가 있다면 이런 시계를 안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고건 전 총리도 권한대행 시절 ‘권한대행’ 시계를 안 만들었다. 국가의 불행을 기념하는 시계를 만든다는 발상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면서 "황교안 대행이 이런 썩어빠진 정신으로 대한민국을 관리하고 있다. 대통령 놀이를 즉각 중단하고 민생을 돌보는 데 전념하고, 국정농단 사태를 철저히 밝히려는 국민 여망을 받들어 특검 연장을 바로 승인하라"고 촉구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매제인 신동욱 공화당 총재도 이날  황교안시계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 흉내 낸 꼴”이라고 황 총리를 비판했다.

신동욱 총재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기념시계는 초침소린 없고 지지율 떨어지는 소리만 뚝뚝 들린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신 총재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은 안중에도 없고 대통령 권한대행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면서 “아바타 총리에 로봇 대통령 권한대행이 ‘박근혜 대통령 흉내 낸 꼴’”이라고 비판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해 권한대행 취임 직후부터 ‘대통령 권한대행 기념시계’, 즉 황교안 시계를 따로 제작해 배포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황교안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된 후 권한대행 직함을 명시한 기념시계를 만들어 각계 인사 면담 때나 사회복지시설·군 부대 등을 방문할 때 나눠줬다.

대통령과 국무총리는 취임 후 각각 기념 시계를 남성·여성용으로 제작해 각계에 배포하는 게 관례처럼 되어 있다. 제작 비용은 정부 예산에서 충당된다. 대통령은 봉황 무늬, 총리는 무궁화 형상을 시계 등에 그려넣는다. 대부분 국내 중소 시계 제작업체에 제작 의뢰를 하며, 제작 단가는 2만~3만원 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황교안 시계'라 불리는  ‘대통령 권한대행 시계’가 나온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2004년 권한대행을 지낸 고건 전 총리는 권한대행 시절 시계를 따로 제작하지 않았다.

황교안 권한대행은 지난달 5일에는 명패를 ‘국무총리’에서 ‘대통령권한대행 국무총리’로 바꾼 것이 알려져 세간의 입에 오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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