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그룹은 27일 사드 부지제공 문제와 관련, 성주골프장과 군 소유 경기 남양주 토지를 맞바꾸기로 최종 결정했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임종호 기자] 롯데그룹이 진퇴양난의 위기 속으로 빠졌다. 경북 성주골프장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부지로 제공키로 해 중국의 보복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데다가 면세점 특혜 사유로 향후 검찰 수사가 예정돼 있는 탓이다.

롯데는 27일 오후 이사회를 열어 경북 성주군 초전면 '성주골프장'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부지로 제공하는 안건을 확정했다. 장고끝에 결단을 내린 것이다.

중국의 반응은 싸늘하다. 중국 정부의 인허가 규제나 중국 소비자들의 불매운동 등 '사드 후폭풍'으로 인한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것이다.

롯데가 중국의 사드 보복을 피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중국은 노골적으로 롯데그룹이 사드부지 제공을 앞두고 오래전부터 협박 아닌 협박의 메시지를 던진 바 있다. 보복가능성을 공공연히 내비쳤다.

관건은 중국 측의 보복이 과언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 지 그 정도가 어느선까지 이어질 것이냐는 점이다. 롯데 측도 어느 정도의 피해는 예상했고 감내해야할 부분이란 점을 잘 알고 있다.

롯데 측도 자칫 언론과 현지 소비자 단체 등으로부터 집중 포화를 받지 않을 지 잔뜩 긴장한 표정이 역력하다.

일단 롯데그룹에 대한 중국의 보복은 다음달 15일 중국 '소비자의 날'에 그 정도를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중국 소비자의 날은 중국에서 활동하는 외국 기업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

다름이 아니라 이날 방영되는 관영 CCTV(중앙방송)의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 '완후이(晩會)' 때문이다. 글로벌 다국적 기업들 사이에서 완후이는 '저승사자'에 비유된다. 죽일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는 파괴력있는 프로란 것이다.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주로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의 불량, 속임수 사실을 집중 조명하는데, 최근 수 년째 주로 해외 브랜드가 공격 대상인데, 이번엔 롯데가 그 표적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완후이로 인해 곤혹을 치른 해외 기업 사례는 부지기수다. 2015년에는 폴크스바겐, 닛산, 벤츠, 랜드로버 등 수입차의 수리비 과다 청구와 차량 결함 등이 도마위에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각종 인허가 등에서 중국 당국과 마주쳐야 하는데 중국시장은 한마디로 '거대한 개성공단'이라며 앞으로도 정치적 리스크를 떠안은 채 사업을 지속하기에는 상황이 녹녹치 않다"면서 "결국 외국 유통기업이 중국시장에 뿌리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과 2013년에는 각각 일본 카메라 업체 니콘과 애플 등을 문제 삼았다. 한국 기업들도 이미 여러 차례 이 프로그램에서 언급돼 큰 곤혹을 치렀다.

2011년 금호타이어의 품질이 비판받았고 지난해엔 국가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질검총국)의 외국산 아동용품에 대한 품질검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불합격 판정을 받은 상품의 주요 원산지로 태국, 독일, 미국, 터키 등과 한국이 거론됐다.

이를 모를리 없는 롯데는 뾰족한 대응 방안이 없는 실정이다. 사드부지 제공과 관련 '한국 정부의 안보적 요청에 따른 사안으로 기업이 주도한 일이 아니다'라는 점을 어필한다는 전략이지만, 현실적으로 통할 카드는 아니다.

한반도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정부는 물론 민심마저 매우 예민하게 받아들이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어서 롯데가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는게 재계 안팎의 분석이다.

롯데로서는 중국의 처분만 바랄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경우에 따라선 롯데그룹의 대 중국사업 전체가 미궁속으로 빠져들며 큰 타격을 받을 공산이 매우 커 보인다.

문제는 롯데그룹이 중국사업의 규모가 만만치않다는 점이다. 자칫 그룹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 롯데는 실제 중국에서 연 3조2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종업원 수만 2만명에 달한다.

롯데는 1994년 롯데제과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유통·화학·관광 등의 업종에서 롯데 계열사의 중국 시장 진출이 이어져 현재 24개 계열사가 중국에서 사업 중이다. 현지에 모두 2만여 명에 이르는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유통의 경우 현지에서 수 천억 원의 적자를 내며 쓴맛도 봤지만 아직 중국 내 약 120개 점포(백화점 5개·마트 99개·슈퍼 16개)를 운영하고 있다. 롯데시네마도 현재 12개 점, 90여 개 상영관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제과·롯데칠성·롯데케미칼·롯데알미늄 등도 모두 중국 내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이들 유통·제과·화학 등 계열사의 중국 현지 매출은 한 해 약 3조2천억 원에 이른다.

중국에서 롯데가 추진하는 쇼핑·레저 기능을 결합한 복합단지, 복합몰 건설 프로젝트도 사드 논란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중국 인허가 과정이 까다로운데, 중국 당국이 고의로 규제에 나설 경우 추진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롯데자산개발 등은 2019년 완공을 목표로 중국 청두(成都)에 연면적 57만㎡ 규모의 복합상업단지 '롯데월드 청두'를 짓고 있고, 선양(瀋陽)에서도 테마파크(롯데월드 선양)·쇼핑몰·호텔·아파트 등을 모아 '롯데타운'을 건설하는 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미 이번 겨울 들어 롯데월드 선양 공사가 중단된 것을 두고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중국 당국이 직접 전면에 나서지 않고 중국 소비자들이 '불매운동' 형태로만 반발해도 큰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또 "각종 인허가 등에서 중국 당국과 마주쳐야 하는데 중국시장은 한마디로 '거대한 개성공단'이라며 앞으로도 정치적 리스크를 떠안은 채 사업을 지속하기에는 상황이 녹녹치 않다"면서 "결국 외국 유통기업이 중국시장에 뿌리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언론 보도가 쏟아지고 있지만 그것만으로 중국에서 경제 보복을 했다고 단정 지을수 없다"면서 "설령 보복이 있다고 하더라도 국가에서 알아서 해결해줘야 일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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