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오늘=송원석 기자] 롯데그룹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부지 제공 결정 이후 중국 정부와 중국 소비자들의 반한 감정이 고조되고, 보복 조치를 노골화하면서 국내 증권 시장이 출렁거리고 있다.
한 때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았던 한류(韓流) 관련주들이 줄줄이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사드 부지를 제공, 조기 사드배치를 조장했다는 이유로 롯데그룹 관련주는 일제히 폭락하는등 추풍낙엽이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기업프랜들리 정책이 본격화되고 4차산업혁명 열풍이 불면서 미 증시가 초호황 국면을 지속하고 있는데 동조, 강세흐름을 보이던 한국 증시가 사드보복에 발목이 잡한 꼴이다.
중국정부의 사드 보복이 전방위에 걸쳐 파상적으로 본격화해 관련 산업과 기업들이 엄청난 의 피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감 속에 3월 증시는 시작부터 요동쳤다.
코스피는 지난 3일 23.90포인트 급락한 2078.75로 장을 마감했다. 전일대비 1.14% 급락한 것. 3월 첫 거래일인 지난 2일 0.53% 상승, 2100선을 뚫으며 산뜻하게 출발했던 3월 증시에 갑자기 매서운 꽃샘추위가 시작됐다.
외생 변수에 더 민감한 코스닥은 상대적으로 낙폭이 더 컸다. 전일 대비 지수가 1.35%나 폭락했다. 코스닥은 지난달 28일 0.01% 상승한 것을 제와하고 최근 7거래일 중 6일이나 지수가 하락하며 600선(600.73)을 지켜내기 버거운 모양새다.
종목별로는 사드보복의 희생양이 된 롯데그룹 관련주가 직격탄을 맞았다. 롯데쇼핑이 0.93% 하락하며 4거래일 연속하락세를 보였고 롯데칠성 역시 4일 연속 주가가 힘없이 밀렸다.
롯데케미컬도 전일대비 1.88% 하락했으며 롯데관광은 5일연속 하락세를 면치못했다. 롯데푸드(-2.14%), 롯데정밀화학(-0.74%) 등도 예외는 아니다. 단 롯데제과(3.42%)만 나홀로 상승, 눈길을 끌었다.
대표적인 한류 수혜주로 분류되는 화장품주 역시 사드역풍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아모레퍼시픽은 전일대비 무려 12.67% 폭락했다. 장중 한때 24만9000원까지 주저앉으며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불과 1년여전만해도 중국에서 없어서 못파는 귀한화장품으로서 품귀 현상까지 빚으며 한류바람을 일으켰던 아모레퍼시픽 주가가 24만원선에 도달한 것은 거의 2년 만이다.
아모레G도 10.98% 폭락했고 토니모리가 -5.94% 하락하며 부진한 행보를 보였다. 이 외에 한국화장품(-18.92%), 잇츠스킨(-7.09%), 한국콜마(-5.61%), 코스맥스(-3.64%) 등 화장품주가 마치 약속이라도 한듯 줄줄이 급락했다.
중국 정부가 중국인들의 한국관광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려 큰 피해가 불가피한 면세점과 여행 관련주들은 더욱 암울한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여행 및 면세점 관련주는 3일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호텔신라(-13.10%), 신세계(-4.92%),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4.93%)등 면세점 관련주를 비롯해 하나투어(-5.29%), 롯데관광개발[032350](-2.67%), 모두투어(-1.31%) 등 여행업종 대표주들이 어김없이 사드보복의 희생양이 됐다.
K-팝 다운로드를 원천봉쇄하고, 한국드라마나 영화에 대한 실질적인 상영금지 조치를 단행하자 엔터테인먼트나 콘텐츠 관련 종목도 크게 내렸다.
엔터 대장주인 에스엠(-5.29%)을 필두로 키이스트(-5.29%), 씨그널엔터테인먼트그룹(-6.82%), 와이지엔터테인먼트(-3.42%), JYP엔터테인먼트(-1.60%), 쇼박스(-1.94%) 등이 너나없이 약세를 보였다.
문제는 사드보복으로 인한 국내 중국 관련 기업들의 피해가 갈수록 확산될 것으로 보여 국내 증시의 부진한 흐름이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한미 양국이 상반기내 조기 사드배치를 위해 가속도를 내고 있어 사드배치를 무산시키기 위한 중국의 보복 조치가 갈수록 강도를 높일 것이란 전망 떄문이다.
한·미 양국은 이르면 5월 이내에 사드 배치를 완료하겠다는 입장까지 밝히고 있어 사드 관련 중국 정부의 반발이 중국 국민들로까지 전이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탄핵정국으로 한·중 간 외교채널이 원활히 가동되지 않고 있는데다가 유력 대권후보들이 사드조기배치를 반대하는 등 국론이 분열돼 있는 점을 중국이 역이용하고 있어 사드리스크는 상당기간 증시의 최대 악재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