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MBC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

[위클리오늘=강민규 기자] MBC 월화드라마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에서는 7일 연산군의 피의 숙청과 폭정이 본격화되는 무오사화를 둘러싼 역사적 사건이 그려졌다.

연산군은 성종의 뒤를 이어 조선 10대 왕에 올랐지만, 세조 때 공신 그룹인 훈구파와 신진 사림파 사이에서 허약한 왕권을 실감한다. 

연산군은 자신의 아버지 성종이 대신들의 세력대결 앞에서 무기력해 하던 것을 보고, 자신은 장차 왕이 되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각오하곤 했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아버지와 다를 바 가 없었던 것.

연산군이 23살이 되던 해 무오사화가 터진다. 조정의 양대 세력 중 하나였던 사림파를 싹쓸이 정리한 무오사화는 초창기 연산군이 왕권을 강화하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무오사화는 사림파의 대부인 김종직이 쓴 '조의제문'을 김종직의 제자 김일손이 사초에 실으면서 촉발됐다. 성종실록 편찬을 위해 1498년 실록청이 개설되는데, 이때 김일손이 '조의제문'을 사초에 넣은 것. 

훈구파인 유자광은 이 '조의제문'이 연산군의 할아버지인 세조의 즉위를 비방하는 것이라며 김종직과 김일손을 연산군에게 대역죄를 저지른 것이라고 고자질한다. 유자광이 이런 주장을 한 것은 실은 훈구파의 맞수로 부상한 사림파 세력을 제거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사사건건 시비를 걸던 사림파를 못마땅하게 여기던 연산군은 김종직과 그의 문인들을 대역죄인으로 규정한다. 이미 죽은 김종직에게는 대역의 우두머리로 규정해 관을 쪼개어 송장의 목을 베는 부관참시 형을 내렸다. 

김종직의 제자로서 파당을 만들어 국정을 어지럽게 했다는 죄로 많은 사림들이 처형되거나 귀양을 갔다. 무오사화를 주도한 유자광 등 훈구파는 이를 계기로 권력기반을 공고하게 다지게 된다. 무오사화로 중앙정계에서 밀려난 사림파는 선조 대에 가서야 다시 실권을 잡게 된다.

무오사화는 연산군이 폭군으로 변질되는 출발점이 됐다. 한번 피를 본 연산군은 본인의 가계도에서 비롯된 어머니의 원수를 갚기 위해 더욱 잔인한 피의 숙청을 거듭한다.

연산군은 성종의 장남이다.어머니는 성종의 두번째 중전인 제헌왕후 윤씨. 윤씨는 폐비윤씨라는 명칭으로 사극에 등장하곤 한다. 연산군이 조선시대 가장 포악한 왕이 된 이유도 바로 자신의 어머니 윤씨 때문이었다. 폐비윤씨는 간택후궁으로 궁에 들어왔다. 공혜왕후가 죽고나서 성종의 중전이 됐다.

폐비윤씨는 본디 사대부 집안 출신으로 사리사욕과도 거리가 먼 품성을 지녔다고 한다. 하지만 중전이 되면서 욕심이 생겼다. 성종에게는 다수의 후궁이 있었는데, 성종이 후궁들과 어울리자 질투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윤씨의 방안에서 방양서와 비상이 묻은 곶감이 발견된다. 윤씨는 궁에서 쫓겨날 위기를 맞는다. 윤씨가 성종을 독살하려고 했다는 소문이 퍼진 것이다. 하지만 윤씨는 당시 세자였던 연산군의 어머니라른 이유로 일단 용서를 받는다.

하지만 그후에도 후궁들의 윤씨에 대한 모함과 괴롭힘은 계속됐다. 남편 성종과의 관계는 악화일로를 치달았다. 그러던 중 중전 윤씨가 부부싸움 중 남편 성종의 얼굴에 손톱자국을 내는 대형사고가 터진다.  

이 길로 윤씨는 왕비에서 폐해지는 것은 물론 궁궐에서도 쫓겨난다. 여기에는 성종의 어머니인 인목대비의 역할도 컸다고 한다. 결국 성종과 인목대비는 후궁과 궁녀들의 거짓조작에 속아 윤씨를 죽이게 된다. 궁에서 쫓겨난 지 2년만에 성종은 폐비윤씨에게 사약을 내린다.

연산군은 어머니 폐비윤씨가 억울하게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된후 결국 조선 최악의 폭군이 되고 만다. 연산군은 성종의 묘비명과 행장을 쓸 때 제헌왕후 윤씨 사건의 실체를 알게된다. 이때부터 피의 숙청이 시작된다.

'역적:백성의 마음을 훔친 도적'의 주인공인 홍길동은 이런 연산군의 폭정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시대에 불의에 맞서면서 의적으로 부상한다.

드라마 '역적'에서 연산군은 빼어난 시인이자 무희,  성악설을 신봉했던 희대의 살인마로 그려진다.

연산군은 처음에는 대간들에게 휘둘리는 아버지 성종보다 조선을 더 잘 다스릴 자신이 있었다. 스물세 살 어린 나이에 무오사화를 통해 왕권을 강화시키며 정치적 역량을 증명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연산군은 자신이 실패의 길로 가고 있음을 깨닫는다. 세상은 연산군은 어머니 폐비 윤씨의 죽음으로 인한 원한에 파묻인 인간이라 수군거렸으나 기실 연산군을 가장 괴롭혔던 것은 자신이 그저 평범한 인간이라는 사실이었다. 

이미 오래 전, 연산군은 아버지 성종이 대간들에 휘둘리고 대신들의 눈치를 보는 평범한 인간에 지나지 않음을 간파하고 실망했다. 그 아들인 자신 역시 하늘의 아들이 아님을 자각했던 것. 그럴수록 연산군은 자신의 위대함을 증명하려 몸부림치고, ‘능상(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업신여김)’을 가장 두려워하는 인간이 되어간다. 

결국 연산군은 자신과, 자신의 아버지와, 자신에게 속한 것들을 조금이라도 가볍게 여기는 자들을 ‘능상’이란 죄목을 붙여 처벌함으로써, 조선에 ‘능상척결’이라는 이름의 피바람을 불러온다. 

결국 능상척결 뜻 처럼 피비람을 불러온 연산군의 광풍은 '역적' 홍길동이 역린을 건드리며 '백성의 마음을 훔친' 시대의 영웅으로 부각되게 하는 근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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