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드보복으로 국내 유통업계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최근 증시에서도 중국자본이 급격히 이탈하고 있어 주목된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홍정기 기자] 중국의 사드보복이 우리 경제 전방위로 확산되며 일파만파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최근 증시에까지 그 여파가 뻗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점을 잇달아 경신한 영향으로 국내 증시가 여러 악재 속에서도 외국인들이 강력한 매수우위를 이어가고 있지만, 중국계 자본의 이탈이 눈에띄게 두드러지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가 200만원을 넘어서고 코스피지수가 2100선을 돌파 역시 외국인 투자자의 역할이 절대적이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중국 자본만은 예외다. 롯데그룹이 성주 사드부지 제공을 확정, 사드배치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지난달말 이후 중국계 자본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증시에서 중국자본의 이탈을 단순히 사드보복으로 단정짓기는 어렵다. 돈의 특성상 롯데마트에 대한 영업 정지, 각종 인허가 규제 등과 같이 직관적일 수 없지만, 사드보복 성격이 강하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들어 지난 9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1351억원을 순매수했다. 월별로 1월 1조6378억원, 2월 3076억원, 1조1897억원을 각 순매수하는 등 꾸준하다.

특히 3월들어 매수세가 공격적으로 바뀌었다. 불과 5거래일동안 1조원을 넘게 사들이는 폭발적인 매수세를 나타내고 있다. 우리나라가 탄핵정국속 정치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란 점에 비춰보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3월들어 외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삼성전자다. 외국인은 지난 8일까지 삼성전자 주식 4973억원을 쓸어담아 삼성 주가가 사상 최고치인 200만원을 돌파하는데 일등공신이었다.

외국인 순매수가 늘어나는 것은 글로벌 자금의 위험선호 심리가 살아나면서 신흥국 전반의 유동성 흐름이 좋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국내기업의 실적이 탄탄해진데다 그동안 저평가 됐던 점이 새삼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안타증권 민병규 연구원은 "한국은 이익과 밸류 측면에서 신흥국 중 가장 매력적"이라며 "지난 주 사드 이슈와 원화 약세에도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는 9개 주요 신흥국 중 가장 컸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의 국내 증시 러브콜이 뜨겁게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중국계 자금은 썰물처럼 빠지고 있다. 갈수록 그 속도가 빨라지고 있고 그 양도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중국계 자금은 지난 1월 380억원 순매수했지만 2월에는 1230억원 순매도로 돌아섰다. 다른 외국계 자금과는 정반대 현상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중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증시에서 자금을 빼 가는 이유로는 사드 배치를 둘러싼 갈등을 주요인으로 보고 있다.

대신증권 조승빈 연구원은 "중국의 사드 보복의 강도가 상반기 까지는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이에 따라 코스피 시장에서 중국계 자금의 회수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한화투자증권 김일구 리서치센터장은 "중국계 자금이 우리나라 주식과 채권을 꾸준히 사 오다가 최근 유출됐다"며 "정치적인 이유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증시에선 "중국이 외환시스템을 변경하면서 한국 원화에 대한 비중을 조정하는 차원에서 일시적으로 중국자본이 빠져나가는 것일 수 있다"며 최근 중국 외환보유고가 빠르게 줄어드는 것에 대한 대응일뿐 사드보복으로 단정지을 수는 없다는 시각도 일부 존재한다.

저작권자 © 위클리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