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반도체업체 인수경쟁 치열

▲ 도시바 반도체 부문을 인수하기 위한 글로벌 반도체기업들의 인수경쟁이 점입가경이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송원석 기자] "도시바 반도체 사업부를 사수하라." 세계 2위의 낸드플래시 메모리 생산업체인 일본 도시바의 반도체 부문을 인수하기 인수경쟁이 점입가경이다.

미국 원자력사업의 막대한 손실로 경영 위기에 빠진 도시바가 반도체 사업을 분사한다고 공식 발표한 이후 세계 각국의 메모리업체들의 인수전이 뜨겁게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당초 반도체 분사기업 지분 20%만 매각하기로 했던 도시바가 매각지분을 50%로 늘리면서 매각가격이 10조원대로 크게 늘어나 글로벌 반도체기업은 물론 인수금융기관까지 가세, 인수경쟁이 더욱 뜨거워졌다.

현재 도시바 반도체 부문 인수경쟁에 뛰어든 업체는 재무적투자자(FI)를 포함해 대략 10여곳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도시바 반도체 매각 방침이 알려진 이후 국내 SK하이닉스와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의 2파전이 될 것이라던 당초 경쟁구도와는 판이한 상황이다.

원래 전략적투자자(SI) 중심이었던 인수 경쟁에 FI들이 가세하면서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양수도 규모가 당초 4조원 대에서 10조원대로 크게 늘어난데다가 FI들이 대거 인수전에 뛰어듦에 따라 SI+SI, SI+FI 등 전략적제휴에 의한 공동 인수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망한다.

도시바 반도체 부문에 세계 굴지의 반도체업체와 FI들이 대거 가세한 이유는 도시바가 기술적으로 나 생산능력면에서 강점을 지난 것으로 평가받는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시장성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낸드플래시 메모리는 전원을 꺼도 데이터를 기억하는 메모리 반도체다. 전원 공급이 없으면 정보를 모두 잃어버리는 휘발성 메모리인 D램, S램과 대치된다.

플래시메모리는 전원이 꺼지더라도 저장된 데이터를 보존하는 롬(ROM)의 장점과 손쉽게 데이터를 쓰고 지울 수 있는 램(RAM)의 장점을 동시에 지닌 비휘발성 메모리다.

전력 소모가 적고 기존의 자기 디스크에 비해 고속으로 읽기 및 쓰기가 가능한 특장점을 갖고 있어  디지털카메라, 스마트폰, 휴대전화, USB드라이브 등의 다양한 휴대용 기기와 SSD(Solid State Drive)에 널리 사용된다.

도시바는 2010년대초반까지만해도 낸드플래시 메모리 시장 점유율 1위를 질주할 정도로 이 분야 남다른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비록 2012년 세계 최강의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에 밀려 2위로 전락했지만, 여전히 만만찮은 시장점유율과 생산능력, 기술개발력을 갖춘 기업으로 분류된다.

즉, 도시바 반도체 부문을 잡는 기업은 단숨에 삼성전자의 뒤를 이어 플래시메모리 세계 2위업체로 도약할 수 있으며, SK하이닉스와 같은 경쟁기업의 품으로 넘어간다면, 삼성전자와의 시장점유율 격차를 대폭 줄일 수 있다.

삼성에 이어 메모리 반도체 세계 2위를 달리고 있는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반도체 부문 인수에 가장 적극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SK하이닉스는 독자적으로 인수가 어려우면 다른업체와 공동으로라도 도시바 반도체를 인수하겠다는 의욕을 숨기지 않는다.

도시바 인수전에 뜨겁게 전개되고 있지만, 삼성한 느긋한 입장이다.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독보적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데다가 반도체사업 특성상 기술개발과 설비투자에 장시간이 소요돼 도시바가 경쟁기업으로 넘어간다고해도 삼성의 아성이 쉽게 흔들릴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은 실제 시장 점유율에서 2위권 경쟁자들과 큰 격차를 따돌리며 독주를 계속하고 있다. 12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삼성은 지난해 4분기 낸드플래시 반도체 시장 점유율이 무려  37.1%에 달한다.

매출 규모도 전 분기보다 19.5% 증가한 44억7390만 달러를 기록하며 2위그룹과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 여기에 막대한 보유 현금을 바탕으로 삼성은 2위그룹에 추월을 허용하지 않기 위해 대규모 설비투자를 추진중이다.

2011년 낸드 시장 1위였던 도시바는 2012년 삼성전자에 왕좌를 내준 이후 4년간 조금씩 격차가 벌어져 현재 삼성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일본 도시바는 지난해 4분기 21억9980만 달러(약 2조529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점유율 18.3%를 차지했다.

D램익스체인지 측은 "삼성전자가 출하량을 11∼15%가량 늘렸고, 평균판매가격(ASP)을 5% 이상 높였으며 매출을 20% 가까이 끌어올렸다"며 "삼성전자가 임베디드 멀티미디어 카드(eMMC)나 SSD같은 고용량 낸드 시장의 리더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도시바 이사회는 지난달 27일 낸드플래시를 포함한 반도체 분사하고 외부 투자를 받는 방안을 승인했다. 이는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최종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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