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들의 대출금리는 치솟고 있지만 예금금리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홍정기 기자] 주요 시중 은행들의 가계대출 금리는 시장금리 상승에 편승해 수개월째 지속적으로 뛰어오르는 반면 예금금리는 좀처럼 꿈쩍도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이 수신 금리를 올리지 않아도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 등이 은행으로 몰리는 점을 악용해 예대 마진을 벌리는 식으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명목으로 여신심사 강화를 유도, 대출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가계의 부담만 가중시키고 은행의 배만 불리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이달 현재 신한·국민·우리·하나·농협 등 시중은행 상품의 예금금리(12개월 기준)는 1%대 초반대로 대부분 작년 6월 이후 요지부동이다.

시중은행은 한국은행이 작년 6월9일 기준금리를 1.50%에서 1.25%로 0.25%포인트 인하하자 일제히 수신금리를 낮췄다.

국민은행의 국민슈퍼정기예금금리는 6월13일자로 1.30%에서 1.10%, e파워정기예금은 1.50%에서 1.20%로 떨어졌다.

신한은행도 6월20일 s드림정기예금의 금리를 1.2%에서 1.0%로, 크레바스연금예금은 1.4%에서 1.15%로 내렸다.

하나은행 역시 작년 6월 e플러스 정기예금의 금리가 1.55%에서 1.4%, 행복투게더 정기예금은 1.3%에서 1.1%로 변경됐다.

우리은행과 농협은행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변수를 두 차례에 걸쳐 반영했다. 우리은행의 우리웰리치 주거래예금의 금리는 6월 1.60%에서 8월에는 1.30%로 내려갔다. 1.50%의 이자를 준 우리 웰리치100 정기예금(회전형)은 7월 1.25%로 떨어졌다.

농협은행의 큰만족실세예금은 6월과 8월 각각 0.1%포인트 인하해 1.1%로 떨어졌다.

반대로 대출금리는 오름세다. 은행의 가계대출 금리는 작년 8월 이후 지속적으로 뛰어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최고금리는 연 5%에 육박했다.

이달 들어서도 주담대 금리는 혼합형 5년 고정금리 상품을 중심으로 0.04%에서 0.15%포인트 상승했다. 3월 미국 금리 인상이 확실시 됨에 따라 시장금리 상승세가 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출금리와 달리 예금금리는 시장금리가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은행들은 예금금리의 경우 한은의 기준금리 지표를 반영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조달비용과 마진을 포함해 은행의 수익을 결정하는 기본 골격은 예금과 대출이어서 예금금리도 시장금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올리지 않는 이유는 경기침체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이 은행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대출자와 예금자는 금리때문에 울상이고, 은행들만 이익에 고 있는 셈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역설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고 불확실성이 클 때 은행들이 시장 변동성을 틈타 예대마진을 벌려 폭리를 취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대출금리는 시장금리를 반영해 올리고 예금금리는 수 개월째 그대로 두는 것은 되레 시장 질서를 거스르는 것이어서 당국이 지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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