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오늘=임종호 기자] 국내 유명 재즈팀 가운데 '더버드(The Bird)'가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낯설지만 재즈 마니아 사이에선 꽤 익숙한 이름이다.  더버드를 이끄는 이는 베이시스티 김정렬이다. 

지난 일요일에야 알았지만 그는 나의 고교동창이다. 이 때문인지 학창시절 딱히 교류가 없었던 우리는 이날 오랜 친구처럼 소주잔을 기울이며 편안 이야기 꽃을 피울 수 있었다.

밤새 이어진 술자리는 이내 최근 가장 큰 사회적 이슈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결과'로 옮겨갔다. 

그는 "그동안 많은 이들이 불합리와 맞서 싸웠고 결국 승리했다"며 그간의 탄핵일지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이어 "이제와서 대다수의 언론이 이번 결과가 마치 자신들만의 공인 것처럼 포장하거나 자화자찬만 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더나가 "사실 이번 결과의 근간에는 이화여대생들이 있다"라며 "왜 언론은 이들의 기억하지 않는가"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이날 재즈아티스트가 던진 화두는 언론인 친구를 당황시켰고 나는 적당한 핑계로 상황을 모면키 어려워 애꿎게 화장실만 들락거려야 했다.

《삼국지(三國志)》〈오서(吳書) 고담전(顧譚傳)〉편에 '논공행상'이라는 말이 나온다. 공로를 조사해 크고 작음에 따라 서열을 매겨 상(賞)을 내린다는 뜻이다. 공정하지 못한 경우 나중에 큰 분란(紛亂)이 됐다고 한다. 

이번 대통령 탄핵사건은 논공행상의 대상이 아니다. 그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모든 국민들에게 아픈 역사의 한장면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김정렬 군에게 보여진 최근 우리 언론의 행태는 어쩌면 괴이한 셀프 논공행상(?)으로 다가왔을 수 있다. 창피하지만 우리 언론의 민낯일 수 도 있다는 생각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하지만 그가 던진 화두는 비단 언론만 해당하지 않는다. 정치인을 비롯해 이번 탄핵결과에 무언가 간여한 모든 이들에게 던지는 하나의 화두다.

다시한번 강조하거니와 이번 사태는 논공행상의 대상이 아니고 오히려 반면교사 삼지 못한다면 그저 '불행한 과거'로만 남을 수 있다.

이번 탄핵의 과정과 결과도 진보와 보수 진영의 싸움도 아니다.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다. 대다수의 국민은 우리는 위대한 미래를 위해 그저 여러달 고단스런 여정을 감내했을 뿐이다. 

이제는 의견을 달리하고 광장에 나선 이들 모두 현재 우리에게 주어진 결과에 승복하고 침착해야 한다. 유난스런 언론은 박근혜 대통령이 사실상 '탄핵에 불복했다'는 보도를 내놓고 있다.

늦었지만 사저에 돌아간 이도 이제는 '결과에 깨끗한 승복'을 할 때이다. 그것만이 분열되고 아픈 현재를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또 그 것만이 국가지도자를 지낸 이의 국민에 대한 '마지막 도리'이다.  

또한 늦었지만 우리언론과 정치인들도 이번 위대한 민주주의 승리를 이끌게 한 하나의 단초였던 '이화여대생들과 교수들의 고단한 여정'도 기억해야 한다.

늦었지만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 이화여대인들에게 "고맙고 수고했다"는 말도 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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