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오늘=송원석 기자] 성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가 시작된 이후 한국기업과 한국상품에 대한 전방위 보복조치를 단행해온 중국 정부와 국민이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숨고르기에 들어가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 중국 정부가 중국인의 한국 단체관광을 전면 금지 조치를 단행, 국내 여행업계와 유통업계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한국기업에 대한 '결정적 한방'을 날릴 것으로 예상됐던 '315 완후이' 공포가 기우로 끝난 것이다.

'315 완후이 공포'란 3월15일 중국 소비자의 날을 맞아 매년 특정 외국기업을 제물 삼아 막대한 타격을 가하는 CCTV의 소비자 고발프로그램 '완후이(晩會)'에서 올해는 사드보복 조치 차원에서 한국기업을 표적으로 삼을 것으로 관측에서 비롯된 것이다.

완후이는 CCTV와 중국 정부부처가 공동으로 소비자 권익 보호란 명목 아래 방영하는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이다. 글로벌 기업들에는 ‘저승사자’로 통할 정도로 최근 수년간 글로벌 기업을 고발,  중국시장에서 이미지 추락은 물론 매출 감소 등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따라 사드보복이 절정으로 향하는 만큼 이번 완후이는 롯데그룹이 희생양이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완후이 공포는 기우로 끝났다.

방송 직전까지 CCTV측이 롯데마트,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중국에 진출해 있는 한국기업을 조명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업계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지만 막상 뚜껑을 연 결과는 완후이의 화살이 일본기업을 향한 것이다.

이날 저녁 2시간 가량 방영된 완후이에선 일본 제과회사 가루비와 무인양품, 이온슈퍼 등의 상품이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방사선 노출 우려가 큰 일본 수입 금지지역에서 생산된 분유, 쌀, 건강식품 등이 중국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버젓이 판매되는 실태를 실날히 비판했다.

이미 사드보복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는 롯데그룹과 롯데마트 관계자들은 방송 직후 안도의 한숨을 내쉈다. 가뜩이나 피해가 큰데, 완후이의 집중 타깃이 된다면 중국 시장을 아예 포기해야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한중 양국에서 롯데마트가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잇따라 나와 가슴을 졸이며 방송을 지켜봤다"면서 "중국 당국에서 지적한 문제들은 사안별로 대처를 마무리한 만큼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지금처럼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완후이 공포는 기우로 결론 났지만, 중국 사드보복은 잠시 숨고르기를 할 뿐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에 또다시 노골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남아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중국 당국이 지난 10일 중국 각지에서 예정돼 있던 '반한 시위'를 원천 차단하는 등 사드보복에 대한 숨고르기 조짐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일 뿐, 상황에 따라 언제든 집중 포화를 날릴지 모른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사드보복이 어떻게 전개되느냐는 대략 트럼프와 시진핑간의 미중 정상회담이 열리는 다음달초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앞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4박5일 일정으로 한·중·일 방문길에 올라 이번 주말께 방중한다.

내달 초 예정돼 있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의 첫 정상회담의 핵심 아젠다는 한반도 안보 이슈이며, 사드 배치 문제가 핵심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G2 정상이  북핵과 사드문제에 대해 진전된 합의 도출을 이뤄내는지에 따라 사드보복 재개시점과 수위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 자명하다. 역설적으로 최소한 G2 정상회담까지는 추가적 보복은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잠시 수면 아래로 들어간 사드보복이 또다시 고개를 들것인지, 아니면 더이상의 보복은 없이 원상태로 돌아갈 지, 트럼프와 시진핑의 정상회담에 롯데그룹을 비롯한 국내 기업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