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추천권 행사는 영리기업이 비영리의료재단을 사실상 운영하는 것

 

“의료법 및 민법에 의료법인의 합병 관련 규정 없어”
“법인은 법률의 규정이 없으면 성립하지 못해”

[위클리오늘=임종호 기자] 호텔롯데의 '보바스기념병원' 인수논란에 대해 성남시가 “합병이 불가하다”는 2차 공식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지난 10일 성남시는 관내 ‘늘푸른의료재단(보바스기념병원)’의 회생절차가 진행중인 서울중앙지법에 '회생절차 개시에 따른 의견서“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성남시는 "의료법 및 민법에 의료법인의 합병 관련 규정이 없다”며 “(특히) 민법 제31조는 '법인은 법률의 규정이 없으면 성립하지 못한다'”는 규정을 들어 ‘합병불가’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또한 "이번 회생계획안은 영리법인의 자본이 비영리 의료재단에 무상출연 및 자금 대여를 통해 이사 추천권을 행사할 수 있어 사실상 영리법인이 비영리의료법인을 운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나가 성남시는 "언론과 시민단체가 ‘의료법인의 공익적 운영을 저해하고 의료 영리화 소지가 있다’는 우려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으니 (최종 결정에)법원이 참고해 달라"는 입장도 피력했다.

이날 성남시의 2차 의견서가 주목받는 이유는 1차 의견서 때보다 ‘한발 더 나가 의견의 강도가 높아졌다’는 점이다.

실제로 성남시는 1차 의견서에서 대부분 복지부의 의견을 인용해 “호텔롯데가 보바스에 과도한 대여금을 빌려주는 경우 ‘높은 부채비율’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반면 이번 2차 의견서에서 성남시는 공문 서언에 ‘민법과 의료법의 규정’을 들어 아예 “합병불가라고 판단된다”는 강도 높은 입장을 표명했다.

본지 법률고문인 이정하 변호사는 16일 “시의 의견서가 강제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재판부 입장에서는 심중히 고려할 대상이다”라며 “이는 성남시가 해당 재단의 인허가 및 운영에 대한 지휘감독권이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늘푸른의료재단'이 2004년 성남시 분당구 금곡동에 문을 연 ‘보바스기념병원’은 국내 굴지의 재활요양병원이다.

2013년 이후 매년 40억 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재단은 경영난을 이유로 2015년 9월 수원지방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이 해당 회생안을 받아들이지 않자 재단은 지난해 6월 ‘이사회 구성권을 넘기는 방식의 회생절차’ 방식인 ‘인가전 M&A방식’으로 또 다시 서울중앙지법에 회생안을 제출했다.

이후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자 지난해 10월 입찰에 참가한 호텔롯데는 경쟁 업체보다 3배 많은 입찰액인 2900억 원(무상600억+대여2300억)을 써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후 이같은 호텔롯데의 인수방식이 ‘의료법에서 금지하는 비영리의료재단의 편법인수에 해당한다’는 다수의 언론과 시민단체의 문제제기가 지속되며 논란이 확산됐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지난 1월 롯데호텔 앞에서 “보바스에 대한 우회 인수·합병시도를 중단하라”며 피켓시위에 나섰고 관내 시민단체인 공공의료성남시민행동은 지난 6일 성명을 통해 ‘재벌 특혜 가능성’을 제기하며 롯데의 보바스 인수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런가 하면 이번 회생안을 제출한 박진노 현 이사장이 위법한 방법으로 이사장에 취임한 것이 최근 드러나 또 다른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제로 성남지원은 이달 7일 검찰이 지난해 11월 박진노 현 이사장에 대해 ‘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 및 ‘불실기재공전자기록등행사’ 혐의로 약식 기소한 사건을 전격 정식재판에 회부하며 사안의 중대성을 실감하게 했다.

당시 본지가 단독보도한 박 이사장에 대한 검찰의 공소장에는 “피고인이 이사회가 소집된 사실이 없음에도 직원을 시켜 ‘허위 이사회의록을 작성하게 했다”며 위법한 이사장 취임을 지적했다.

이 때문에 법률전문가들은 위법하게 취임한 박 이사장이 진행한 ‘재단의 회생안’ 자체가 원인무효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더욱이 ‘회생안 의결을 위한 이사회 자체도 존재하지 않았거나 정족수에 미달했다’는 주장도 지속적으로 제기돼 논란은 끝없이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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