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프앤가이드, 82개 관련 종목 실적 추이 분석 결과 발표

▲ 작년말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테마주 등 이상급등종목 신속대응을 위한 관계기관 합동세미나' 참석자들이 주가조작세력 근절을 결의하고있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홍정기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인용 이후 조기 대선, 이른바 `장미 대선'이 5월9일로 확정되자 증권시장의 대선 테마주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매번 대선 때마다 대선 관련주들이 테마주를 형성하며 급등락을 거듭해왔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문재인 더블어민주당 후보의 독주에도 불구하고 수 십명의 후보가 난립, 그 어느때보다 많은 대선 테마주들이 증시를 달구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에 따라 150개 관련 종목을 대선 테마주로 분류하고 시세 조종 등 불공정 행위로 인한 투자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래 집중적으로 감시하고 있지만, 대선 테마주들의 기세는 꺾일줄 모르고 있다.

한국거래소 역시 대선 테마주를 비롯한 정치 테마주와 관련된 풍문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날 경우 해명 공시를 하도록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조기대선을 앞두고 일부 대선 테마주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이들 대선 테마주의 상당수는 영업손실을 내거나 실적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허울뿐인 대선 테마주의 특성상 관련 대선 주자의 상황에 따라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탈 수 있는데더가 주가조작 세력들에 의해 인위적으로 테마가 만들어지는 현상까지 나타나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 피해가 우려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선 테마주들의 60% 가량은 경영상태가 부실하다. 이 회사가 최근 주가가 급등락해 언론에 언급된 대선 테마주 82개를 골라 실적을 분석한 결과 작년 손익계산서 확인이 가능한 80개업체 중 23개기업의 영업손익이 적자로 나타났다.

작년 영업이익이 전년도보다 감소한 업체는 25개였다. 즉, 조사 대상 82개 종목 가운데 영업손실을 냈거나 영업이익이 줄어든 기업이 무려 59%에 달하는 것이다. 테마주 중 실적 흐름이 양호한 업체는 40% 남짓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대선 테마주들의 특징은 실적과 관계없는 주가 흐름을 보인다고 강조한다. 실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발의되기 직전 거래일인 작년 12월1일부터 지난 17일까지 조사 대상 82개 종목의 주가(종가 기준)가 평균 10.1% 올라 같은 기간 코스피(9.1%)와 코스닥 지수(3.2%)의 상승률보다 높았다.

실적악화에도 불구, 큰 폭으로 주가가 뛴 종목도 있다. 바른정당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과 자유한국당 대선주자인 홍준표 경남지사 관련주로 거론되는 세우글로벌은 작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0.5%, 당기순이익은 31.4% 각각 감소했지만 주가는 141.7%나 뛰어올랐다.

자동차시트 제조업체인 이원컴포텍은 본사가 더불어민주당 안희정 충남지사의 고향인 충남 논산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안희정 테마주'로 분류돼 해당 기간 주가가 2460원에서 2950원으로 19.9% 올랐다. 지난달 중순에는 4500원대까지 오르는 등 큰 폭의 등락을 거듭했다.

이원컴포텍의 실적은 2년 연속 영업손실을 내는 등 주가 움직임과는 정반대 흐름을 보였다. 작년 영업손실 45억원으로 적자 폭이 더욱 확대했고 당기순손익도 39억원 손실로 적자전환했다.

대권 주자들이 4대강 사업 재검토·복원 공약을 내놓으면서 최근 급등한 4대강 관련주 중에선 특수건설 작년 영업이익이 89.1% 감소했으나 주가는 작년 12월1일 이후 41.38% 상승하는 기현상을 보였다.

대선 테마주들은 PER(주당순이익)면에서도 과도하게 부풀러진 경우가 많다. 대선 테마주임을 부인하는 공시를 냈지만, 한때 안희정 지사 테마주로 꼽혔던 청보산업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관련주로 분류됐던 우성사료 등이 대표적인 종목이다. 이들 기업은 PER가 무려 100배를 넘는다.

PER란 주가가 주당 순이익의 몇 배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이익보다 주가가 얼마나 높게 평가됐는지를 가늠하는 지표다. 즉 이들 기업의 현재 주가수준이 주당 순이익의 100배를 넘는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삼성전자 같은 초 우량주의 PER가 10배 안팎이고 향후 성장성이 기대돼 높은 평가가치를 인정받는 기업도 20∼40배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이들 대선 테마주들의 거품이 어느정도 인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대선 테마주들은 이처럼 실적 등 기업 펀더맨털 보다는 주요 대선 주자와의 인맥이나 정책과 관련한 실체 없는 풍문에 근거한 시세 조종으로 급등락하며 지수 왜곡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정치 테마주는 소위 작전세력이 개입할 공산이 커 일반 투자자의 추종 매매는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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