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오늘=임종호 기자] 헌정사상 최초의 파면 대통령인 자연인 박근혜 씨가 검찰에 출두했다. 몇 달간 사회를 뒤흔든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검찰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받기 위해서다. 

하지만 오늘 하루는 검찰이 보여준 박 전 대통령을 향한 과잉의전에 대해 말들이 많다. 검찰이 일반 피의자의 경우 당연히 행하던 녹음·녹화진술 방식을 사전에 박 대통령 측에 동의를 구했고 보기좋게 거절당했기 때문이다.

뿐만아니라 검찰은 호사스런 신문실을 준비해 박 전 대통령을 맞이했고 번잡스런 티타임까지 마련해 수선을 떨었다. 논란에 대해 검찰은 원할한 신문조서를 위한 조치라고 항변했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방송에 출연한 패널들도 과거 사례를 들어 "고위층일수록 명예를 높이 생각하기 때문에 이같은 조치가 하나의 신문 기법이 될 수 있다"며 거들었다. 하지만 누가 동의하겠는가? 대다수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않다. 일반인 피의자도 "명예가 있다"는 것과 "이래서야 제대로 된 수사를 할 수 있겠는가"라며 따져 묻게된다.

검찰이 어떻게 설명한다해도 이날 보여준 이중적 태도는 국민의 한사람으로 용납하기 어렵다. '법앞에 평등'이라는 말이 여전히 법전에나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검찰의 이같은 기행적 태도는 어디에서 기인했을까? 이는 현재의 검찰권력이 만들어 진 '불편한 역사적 진실'에 있다.

검찰을 설명할때 가장 부정적으로 표현되는 말이 있다. "이 나라 최대 암적 존재는 검찰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생전에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 남긴 말이다.

오죽했으면 전직 대통령이 이같은 말로 검찰을 일갈했을까. 이는 검찰의 힘이 비대해진 1987년 6월 항쟁 이후 태어난 노태우 정권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여곡절 끝에 권력을 손에 쥔 노태우 대통령은 과거와 같이 정보기관을 공식적으로 이용하기 어려워 지자 합법성을 지닌 ‘힘의 도구’로 검찰을 선택했다. 이후 검찰에게는 보편적이지 않은 권한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본능이었을까? 이를 감지한 기관 내 정치검찰들은 끊임없이 권력에 끈을 대며 주요 요직을 차지했고 이같은 기행적 행태는 수십년간 이어지며 권력의 시녀로 전락했다. 국민신망이 땅에 떨어진 것 어찌보면 당연했고 대선때마다 검찰개혁은 단골 소재로 등장했다. 

최근에도 검찰이 보인 이같은 행태는 수없이 많다. 멀리갈 것도 없이 2014년 세계일보 보도로 촉발된 정윤회 문건사태에 검찰이 보인 행태는 그저 웃음만 나온다. 

해당사안에 대해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시중에 떠도는 수많은 루머”라며 문건유출 자체가 “국기문란 행위”라고 말하자 검찰은 이내 수사방향을 문건유출에 맞추며 권력의 시녀를 자처했다.

만약 당시 검찰이 문제의 핵심에 다가가 본연의 역할을 다했다면 최근 발생한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파면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수 있었다.

이때문인지 지금의 김수남 검찰총장은 해당사건과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 등 정치적 사건을 깨끗이 처리(?)하며 단숨에 ‘총장 후보’로 급부상했다. 한 언론이 우리 검찰이 '괴물로 진화했다'고 평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물론 모든 검찰이 다 이와 같다고 말할 수 없다. 이 시간에도 검찰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며 서슬퍼런 법의 집행자로 숨어 활동하는 '건강한 검찰'이 있기 때문이다. 

어떻든 검찰은 언제나 적폐의 대상으로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문제해결을 위해 검찰이 가진 강력한 권력을 분산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헌법기관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확보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설치를 비롯해 수사권을 경찰에 넘기는 방안, 검찰의 기소독점권 해소 등이 해법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새로 들어서는 정부에서 다양한 논의를 거쳐 의미있는 해법을 찾아내길 희망한다. 

외국 비즈니즈 마케팅 서적에 "조직을 살리기 위해 필요하다면 49%를 도려내야 한다"는 말이 있다. 현재의 검찰에게 적당한 말이다. 오히려 이마져도 놓쳐버린다면 국민은 '검찰해체'라는 극약처방도 내놓을 수 있다.

오히려 이같은 지적은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 법의 집행자인 검찰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이야기일 수 있다. 

현재는 권력의 공백기이다. 남아있는 현재 권력이나 미래의 권력에 아첨하거나 편의를 제공하지 말길 바란다. 그저 이번 기회가 검찰이 거듭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라 여기길 희망한다. 그것을 위해서는 '검찰의 본분만을 건강하게 실행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답이라고 당부한다.

마지막으로 민초들이 피의자가 돼 검찰에 나가야 할 때 이들에게도 따뜻한 차한잔 내주는 오늘의 배려와 측은지심이 발동하길 기대한다.

아직까지도 대다수 국민은 '모든 사람은 법앞에 평등하다'라는 말을 믿고 산다.
검찰도 이말을 법전안에만 가둬 두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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