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실적 부진 이유 최대주주 효성, 24일 주총서 경영권 행사 예고

▲ 카프로의 최대 주주인 효성이 경영진의 실적부진을 이유로 현 경영진과 주총 표대결을 앞두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효성 제공>

[위클리오늘=송원석 기자]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론에서 비롯된 카프로와 이 회사 최대주주인 효성의 경영권 분쟁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현 박승언 대표이사의 재선임을 추진하는 카프로측에 반발, 효성이 매출 부진과 연속 적자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하며 박 대표 재선임에 브레이크를 걸고 나선 것이다.

카프로의 지분 11.65%를 보유한 최대 주주인 효성은 박 대표 재신임에 문제가 있다며 제동을 걸면서 시작된 두 회상의 경영권 분쟁은 24일로 예정된 카프로 정기 주주총회에서 표대결로 판가름나게됐다.

표면적으로 지난 2014년 대표로 선임돼 3년 임기를 채운 박 대표의 재선임을 둘러싼 갈등으로 비춰지고 있지만, 두 회사의 공방은 다분히 신경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어 결론이 어떻게나든 후유증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효성은 지난 7일 주주들에 의결권 대리행사를 권유하는 공시를 통해 "카프로의 조속한 경영 정상화를 위해 효성이 추천하는 새 대표이사를 선임하고자 한다"고 발표했다.

효성 측은 "주총에서 현 박승언 대표의 재선임 안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거나 효성에 의결권을 위임해달라"고 요청하며 카프로 경영진을 압박했다.

효성이 박 대표 재선임안에 대해 반발하고 있는 것은 카프로의 부진한 실적이 단초를 제공한게 사실이다. 카프로는 중국 업체들과의 가격경쟁에 밀리면서 2012년부터 매년 영업적자를 기록중이다. 박 사장 취임 후 누적적자가 3000억원에 달한다는 것을 문제삼고 있다.

매출 역시 2012년 당시 9566억원에 달하며 1조클럽에 임박했다가 2015년엔 2150억원 규모로 4분의 1 토막난 상태다. 지난해엔 영업적자를 169억원 가량으로 축소하고 올해는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효성 측은 카프로의 실적 호전은 일시적으로 개선된 것에 불과하다며 평가절하한다. 지난해 3분기부터 경영이 개선되고 있으나, 이는 중국의 동절기 석탄가 인상과 환경규제에 따른 중국 카프로락탐 공장의 가동 중단으로 인한 반사이익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카프로 측의 생각은 다르다. 현 경영진은 지난 3년간 뼈를깎는 구조조정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실적 역시 올해를 기점으로 턴어라운드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입장이다.

카프로 측은 "수 년간 경영개선 노력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어떤 경우에도 경영 공백이 생겨서는 안된다"며 "일부 특정 주주에 의해 경영권이 좌우되선 곤란하다"고 항변한다.

최대주주인 효성에 대해서도 불만을 노골적으로 토로한다. 효성은 그동안 카프로의 경영 정상화를 철저히 외면해왔다는 것이다. 게다가 효성이 수 년간 보유 주식을 지속적으로 매각해왔다고 강조한다.

2015년부터는 카프로 이사진에서 효성 측 이사가 전원 사퇴했으며 특히 지난해 8월 이틀에 걸쳐 지분 8.25%를 매각해 카프로 주가가 15% 폭락하는 사태를 불러왔다고 반박했다. 실제 효성의 카프로 지분율은 2013년 25.7%에서 지난해 11.65%까지 떨어진 상태다.

카프로 경영진과 최대주주인 효성 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있는 만큼 박 대표 재선임 문제는 24일 주총에서 표대결로 승부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결과는 예측불허다. 일단 표면적으로는 이 회사의 지분 11.65%를 보유한 효성이 10.88%를 보유하고 있는 코오롱인더스트리와 연대해 우위에 선듯 하지만,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물론 효성은 최대주주이자 회사 전체 매출의 42%를 차지하고 있고 코오롱까지 합치면 50%를 훌쩍 넘는 수준이지만, 카프로가 턴어라운드를 시작한 상황에 경영진 교체로 인한 경영공백이 발생한다면 회사와 주주 모두 손해라는 인식이 소액주주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업계에선 효성과 코오롱이 최근 이런저런 이유로 카프로 지분을 줄여가는 과정에서 주가하락으로 손실을 본 소액주주들의 현 경영진에 대한 신뢰와 지지가 강해 한치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관투자자들 역시 대부분 1% 미만의 지분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소액주주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비록 효성과 코오롱이 20% 이상 의결권을 확보하고 있다해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나일론의 원료인 카프로락탐을 생산하는 국내 유일한 업체 카프로의 경영권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현 경영진과 최대주주인 효성의 주총 표싸움에서 누가 마지막에 웃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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