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세계의명화 1일 '어톤먼트' 방송

[위클리오늘=설현수 기자] 2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 영국의 부유한 탤리스 가는 풍족하고 행복한 전원생활을 즐기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평화로움은 둘째딸 브라이어니(시얼샤 로넌 분)가 가정부의 아들인 로비(제임스 맥어보이 분) 와 언니 세실리아(키이라 아니틀리 분) 가 분수대 앞에서 다투는 모습을 엿본 순간 금이 가기 시작한다. 

브라이어니는 자신이 짝사랑했던 로비와 세실리아의 정사를 서재에서 직접 목격하면서 극심한 분노를 느낀다. 

때마침 집에 와 있던 사촌 롤라가 누군가에게 겁탈당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브라이어니는 롤라를 범한 남자가 로비라고 거짓 증언을 하면서 로비가 세실리아에게 보냈던 편지를 부모님에게 보여준다. 

경찰에 체포된 로비는 감옥과 자원입대 사이에서 어쩔 수 없이 입대를 택하게 된다. 

로비가 프랑스로 파병된 사이에 세실리아는 집에서 나와 로비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면서 간호사로 일하기 시작한다. 

그로부터 5년 후, 브라이어니는 자신이 한 짓이 두 사람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주었는지 비로소 깨닫고 세실리아를 따라서 간호사가 된다. 그리고 틈틈이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소설로 쓴다. 

하지만 브라이어니가 제대로 속죄를 할 겨를도 없이, 로비는 프랑스에서 영국으로 빨리 돌아가지 못하는 절망감에 빠져 허우적대다가 사망하고 만다. 그가 죽고 얼마 안 있어 세실리아 역시 독일군의 공습으로 세상을 떠난다. 

홀로 남은 브라이어니는 진솔하게 두 사람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면서 때늦은 속죄를 한다.
 
영화 '어톤먼트'는 어른들의 세계와 사랑을 이해하지 못했던 한 어린 소녀의 오해와 충동적이고 감정적인 대응이 불러온 비극을 다룬다. 

시작은 질투와 배신감을 해소하기 위한 거짓말이었으나, 이 단 한 마디의 거짓말이 여러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놓는다. 2차 세계대전을 앞둔 영국에서, 브라이어니의 거짓말로 누명을 쓰고 죄인이 된 로비는 전쟁터 외에는 도피할 곳이 없다. 

사지로 내몰린 로비는 전쟁터의 참혹한 현실과 세실리아에 대한 그리움으로 병이 들고, 로비를 잊지 못해 가족을 버리고 간호사가 된 세실리아의 삶 역시 돌이킬 수 없게 된다. 

두 사람의 인생을 파탄 낸 브라이어니는 철이 들고 언니를 따라서 간호사가 되면서 뒤늦게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만, 그 둘에게 속죄할 길은 쉽게 찾을 수 없다. 

브라이어니가 미처 잘못을 바로잡기도 전에 로비는 결국 외국에서 생을 마감하고, 세실리아도 로비를 뒤따르듯 세상을 떠난다. 

브라이어니의 말처럼 ‘어리석고 어른들의 세계를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이해한다고 착각했던’ 한 소녀의 그릇된 심판이 일으킨 파장은 시대적 배경과 맞물려 처참한 비극을 만들었다.
 
'어톤먼트'에서는 키이라 나이틀리와 제임스 맥어보이, 그리고 어린 브라이어니 역을 맡았던 시얼샤 로넌의 연기가 돋보인다. 시간과 공간, 등장인물들의 시점을 오가며 스토리에 긴장감을 더해주는 폴 토딜의 편집과 다리오 마리아넬리의 음악 또한 영화의 짜임새에 크게 한 몫 한다. 

촬영도 주목할 만한데, 아름답고 나른한 영국 전원과 전쟁으로 폐허가 된 프랑스, 긴박한 영국 병원 생활을 카메라에 잘 담았다. 특히 탈출에 실패한 영국군들이 모인 프랑스 해변에서의 장면은 감독 조 라이트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만한 롱테이크로 길게 한 번에 잡았는데, 이 장면은 특히 인상적이다.

사진='어톤먼트'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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