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오늘=설현수 기자] 봄이 먼저 찾아드는 남해, 돌산도 다음으로 가장 큰 섬 여수 금오도! 돌산에서 뱃길로 20분 남짓, 섬의 모양새가 자라와 비슷하다고 해서 ‘금오도’로 불리는 곳이다. 

따뜻한 봄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선착장을 가득 메우는 방문객들과 일터로 나선 섬 주민들의 손이 바쁘게 움직인다. 

바로 여수 금오도의 상징 ‘비렁길’ 트레킹과 봄 향기 폴폴 나는 ‘방풍나물’ 때문. 약 1km에 달하는 빼곡한 동백나무 숲길이 펼쳐진 금오도의 3월.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봄맞이를 들여다본다.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으로 선정(2016년 문화체육관광부)된 금오도의 ‘비렁길’. ‘벼랑’의 여수 사투리 ‘비렁’을 뜻하는 이 길은, 해안 절벽을 따라 땔감을 구하고 낚시를 하던 곳을 산책로로 조성한 것이다. 

총 5개의 트레킹 코스로, 길이 18.5km에 약 8시간 30분 소요! 동백나무 꽃길과 쪽빛 바다를 품은 절벽의 조화를 이루는 길을 위해 전국 방방곡곡에서 섬을 방문하는 사람들로 가득하기만 하다.
  
트레킹 코스에서 봄나들이를 온 황나미 씨(53) 부부를 만났다. 아직도 하얀 눈이 가득한 지리산에 거주하고 있는 황나미 씨. 겨울을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남쪽 섬 여행을 떠나온 부부에게 이곳은 완연한 봄이다.
  
황나미씨는 “아름다운 산의 절벽들이 마치 케이크 같기도 해요.이 근방에서는 볼 수 없는 절벽이었거든요.아래로 내려다보는 바다 색깔들이 잊히지 않을 것 같아요. 한동안 금오도가 아른아른 남을 것 같아요“라고 했다.
 
절경이 가장 아름답기로 소문난 비렁길의 3코스. 동백꽃이 만개한 숲길과 그 아래로 보이는 절벽, 아찔한 출렁다리까지 봄기운을 듬뿍 받기 위해 찾아든 여행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곳이다.

금오도의 아름다운 길에서 결혼 5개월 차 박수민(32) 씨 부부를 만났다. 신혼부부 박수민 씨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무엇일까.
 
박수민씨는 “이 길을 걷다보면 무언가 집중하게 돼요. 그렇게 되면서 나쁜 일 같은 것들이 다 잊혀져가는 것 같아요.저희가 가는 이 길 끝엔 진짜 행복이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했다. 

전국 생산의 80% 차지, 봄날 제철을 맞은 금오도의 특산품은 바로 ‘방풍나물’이다. 원래 해변 모래밭, 바위틈에서 자생하는 방풍나물은 자갈이 많은 이곳 섬마을 사람들의 생업이다. 

금오도를 찾은 이들의 발목을 잡게 하는 향긋한 봄나물을 위해 오늘도 주민들의 손이 분주하다. 봄맞이가 한창인 금오도의 함구미마을과 직포마을 사람들을 만나본다.
 
금오도의 봄은 방풍나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손끝에서 시작한다.
 
주민 문수덕(60)씨는 “금오도는 방풍이 봄을 데리고 옵니다.우리 머릿속에 방풍 캘 생각 밖에 없어요"하며 웃음꽃을 피웠다.
  
해마다 봄이 되면 섬을 뒤덮는 꽃과 함께 찾아오는 방풍나물. 오랜 기간 이곳에서 방풍나물 농사를 하며 자식들의 교육을 시킬 수 있었다는 박영우(60) 씨. 올해도 어김없이 수확을 시작한 그에게 금오도는 어떤 의미일까.
 
박영우씨는 “방풍나물이 없었으면 금오도에서 못 살았을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저에게는 방풍나물이세상 제일 큰 효자예요, 효자“라고 했다.

사진=KBS2TV '다큐멘터리3일'

저작권자 © 위클리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