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산업협회 집계, 시장 규모 전년대비 18.6% 급증

▲ 지난달 9일 서울 중구 소공점에서 1020세대를 위한 색조화장품 브랜드 '0720'을 업계 단독으로 출시한 세븐일레븐.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전재은 기자] 불과 몇 년 전만해도 편의점은 자영업자들의 무덤에 간주됐었다. 퇴직 후 특별히 할 것이 없이 편의점을 내는 초보 자영업자들이 단 몇 년만에 손을 들고 말 정도로 수익 창출이 어려운 업종이었다.

여기에 대기업들이 SSM(Super Supermarket)을 문어발식으로 확장하고 인터넷쇼핑이 더욱 활성화돼 편의점은 머지않아 설자리를 잃을 것이란 얘기까지 나왔다. 설상가상 매출 창출을 강요하는 본점의 밀어내기식 갑질 횡포로 일선 편의점 점주들이 이중고를 겪기도 했다.

편의점이 급반전했다. 확실히 몰라보게 달라졌다. 아니 달라진 정도가 아니라 최대 호황이다. 경기는 장기침체의 늪에 빠져있는데 편의점은 나홀로 호황이다. 백화점이나 면세점 처럼 사드보복과도 무관한 경기의 무풍지대다.

불황 속에 편의점만큼은 나홀로 호황 국면이다. 덕분에 국내 편의점 시장 규모가 20조원을 돌파했다. 1989년 5월 세븐일레븐이 송파구 방이동에 국내 1호점을 내며 첫선을 보인 지 거의 27년 만의 일이다.

4일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편의점 매출은 20조4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의 17조2000억원보다 18.6% 늘어난 것이다. 유통시장이 대부분 침체를 겪고있는 것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대박인 셈이다.

편의점 매출은 2015년에도 24.6%로 크게 뛴 바 있다. 2년 연속 큰 폭의 성장세를 이어가며 편의점 시대를 열고 있다. 유통채널 중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한 것은 편의점 뿐이다.

덕분에 국내 편의점 시장규모는 2011년 10조원을 넘어선 뒤 5년 만에 다시 20조원을 돌파하면서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 전체 편의점 수도 3만2611개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3만개를 넘어섰다. 2015년의 2만8994개보다 12.5% 늘어난 수치다.

경기침체로 백화점, 대형마트, 전통시장 등 여타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성장세가 크게 둔화한 가운데 편의점만 나홀로 성장을 구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요인이 존재하지만, 무엇보다 1~2인 가구의 증가와 급속한 고령화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특히 결혼을 하지않는 1인가구의 급증은 '혼밥족'을 대거 양산해내며 그들을 편의점으로 유도하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혼밥족, 혼술족 등 최신 트렌드에 맞춘 편의점업계의 전략이 제대로 먹혀든 것이다. 초창기 음료와 과자 위주로 비교적 단순했던 편의점 상품 구성은 최근 다채로운 일회용 도시락과 원두커피, 금융·택배서비스 등으로 진화하며 선택의 폭을 넓혔다.

특히 저렴한 가격에 누구 눈치볼 필요없이 간편하게 식사와 커피, 음료를 해결하는데 편의점만한 공간이 없다는 인식이 젊은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며 점심시간엔 많은 편의점엔 고객들로 북적거린다.

CU의 관계자는 "유통 관련 규제와 저성장 기조 등으로 소매업 전반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1~2인 가구 증가와 이에 따른 근거리 소량구매 패턴의 확산으로 편의점의 성장세는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1~2인 가구와 고령 인구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국내 편의점 시장은 2030년까지 지속적으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며 "점포당 매출이 아직 일본의 4분의1 수준인 것도 성장 여력이 있다는 방증"이라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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