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박삼구, 소송 비화 가능성 높아...'매각장기전' 불가피할듯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타이어 채권단과 갈등의 골이 깊어지며 소송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최희호 기자] 금호타이어가 채권단과 우선매수권자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경영 정상화가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채권단의 무책임한 경영과 매각 작업이 난항을 거듭하는 사이 매출은 3조원벽이 무너지며 자칫 업계 2위자리를 넥센타이어에게 넘겨줄 위기에 빠졌다.

금호타이어는 경영난 속에서도 2014년 워크아웃을 졸업한 뒤 2015년까지 매출 3조원, 영업이익 1000억원벽을 사수해왔으나, 작년엔 매출 2조9302억원으로 3조벽이 붕괴됐다.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금호타이어와 달리 3위 넥센타이어는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며 금호타이어를 추격하고 있다. 넥센의 작년 매출은 1조8947억원으로 금호와 1조원 가량 차이가 나지만, 영업이익은 이미 2015년에 추월한 상태다.

상황이 이런데도 매각 작업은 채권단과 박삼구 회장 간의 한치의 양보도 없는 신경전으로 치달으며 소송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업계에선 금호타이어 매각이 장기전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채권단이 박 회장의 갈등의 핵심은 채권단이 이달 19일까지라고 못박은 우선매수권 행사기간에 대한 해석의 차이다. 산업은행이 주장하는 데드라인에 대해 박 회장 측이 확약서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박 회장 측은 채권단과 중국 더블스타 간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시 함께 주고 받은 확약서, 즉 박 회장의 강력 주장하는 컨소시엄 인수방식을 불허한다는 이면계약을 보여달라고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이 확약서를 박 회장 측에 줘야할 법적의무가 없다는 근거를 바탕으로 이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생각을 굽히지 않고 있다. 확약서를 확보한 시점으로부터 우선매수권 행사 기한 30일을 주어져야 한다는 박 회장 측의 주장도 억측이라고 항변한다.

현재까지 채권단과 박 회장의 의견 차이가 뚜렷하다. 어느 한쪽이 양보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 법적다툼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자연히 금호타이어 매각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이미 박 회장 측은 법적 대응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일단 첫 단계로 매각 절차를 문제삼아 가처분 신청을 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미 채권단과 더블스타가 SPA를 체결할 당시에도 매각 절차의 문제가 있다고 판단, 가처분 신청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박 회장 측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권리관계의 적합여부를 판단하는 본안 소송으로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금호타이어 매각은 사실상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최종심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박 회장 측이 채권단에 협박에 가까운 발언을 하면서 소송전을 불사한다는 강경대응으로 나오는 이유는 그만큼 금호타이어 인수에 적극적이라는 방증이다.

업계에서도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를 인수해도 금호아시아나그룹에 큰 플러스요인이 없고, 강성 노조에 대한 부담감도 큰 상황에 채권단을 윽박지르면서까지 인수에 욕심을 내는 진정한 이유는 따로있다고 말한다.

우선 금호타이어는 그룹의 출발점이 된 모태기업이다. 때문에 박 회장에겐 단순 계열사 이상의 의미가 있다. 금호타이어 인수를 통해 그룹의 정체성을 되찾고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마련하겠다는 속내로 풀이된다.

사실 금호그룹의 전신은 194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고 박인천 창업주가 세운 '광주택시'다. 고 박 창업주는 운수업을 운영하다 타이어 확보에 어려움을 겪자 금호타이어의 모태인 '삼양타이야'를 설립하면서 타이어사업과 인연을 맺었다.

박 회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금호타이어 인수를 통해 그룹 재건을 마무리해야 하는 마지막 과제가 남아 있다"고 강조한 것도 바로 그룹의 정체성을 되찾자는 데 방점이 찍혀있는게 사실이다.

또 다른 이유는 직원들의 고용승계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경우 임직원들의 고용승계를 2년 동안은 유지할 수 있지만 이후 금호타이어 직원들이 대량 해고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높다.

금호타이어가 중국에 대규모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경우 인건비 감축을 위해 일정 기간 이후 고용승계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즉, 금호타이어 직원들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한 가족으로 생각하고 있는 박 회장이 이들의 고용을 책임지기 위해서라도 채권단에 초강수로 맞서고 있다는 얘기다.

현실적으로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 인수 의지가 워낙 강해서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끝까지 물고 늘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런 점에서 과연 채권단이 언제까지 졍면대응으로 버틸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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