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총재, 13일 오전 금융통화위 열어 현 1.25% 유지 결정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어두은 표정으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하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임종호 기자] 한국은행이 13일 오전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1.2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 속에서 내리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올리기도 어려운 분위기가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결정적인 순간 마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한은의 발목을 잡고 있는 모양새다. 한은은 작년 7월 이래 열린 총 9차례의 금통위에서 모두 기준 금리를 동결했다. 시간이 흐를 수록 기준 금리 인하 보다 인상쪽의 압력이 더 커지고 있어 한은의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이제 공은 차기 정부로 넘어갔다. 대선까지 남은 기간은 불과 25일 정도에 불과하고 보궐 대선인 탓에 차기 대통령이 확정되는 순간부터 차기 정부가 출범한다. 때문에 다음 금통위는 차기 정부의 통화정책 기조와 맞물려 판단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통위는 작년까지 연 12회 열렸으나 올해부터는 연 8회로 축소 조정됐다. 약 7주만에 한 번 열리는 셈이다. 따라서 다음 금통위는 차기 정부 출범 직후 약 1달이 지난 6월초에나 기준금리의 조정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력 대선 후보인 문재인 더블어민주당 후보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둘 다 통화보다는 재정확대에 거시경제 정책의 목표를 잡고 있어 다음 금통위에서도 기준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수출이 완연한 회복세로 돌아섰음에도 내수 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불리는 가계부채 문제가 워낙 심각해 더이상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쓰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물론 아직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 모두 기준 금리의 방향에 대한 명확한 견해를 피력하지는 않았다. 다만 두 후보 모두 가계부채 증가에 대해선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박근혜정부의 통화완화 정책이 가계부채 증가속도를 광폭적으로 높였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키워왔던 것도 사실이다.

급증한 가계부채는 기준 금리 조절의 뜨거운 감자로 인식되고 있다. 우리 경제에는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준 금리를 내리면 가계부채를 늘리는 요인이 되고, 반대로 올리면 가계와 기업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져 취약 차주나 한계기업이 매우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준 금리에 상관없이 금융 당국과 금융기관들이 가계대출 심사를 한층 강화하면서 돈줄을 조이고 있지만, 가계대출은 꺾일 질 모르고 있다. 지난달 은행의 가계대출이 2조9000억원 넘게 늘어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오히려 시중은행들이 대출심사를 강화하고 대출 금리를 인상하면서 가계부채의 질이 나빠지고 있다는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마치 풍선효과처럼 은행금리가 인상되자 2,3금융권으로 갈아타고 있는 가계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또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야금야금 올리는 사이에 한은은 계속 기준금리를 동결,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가 계속 좁혀져 이제 0.25∼0.50%포인트에 불과하다.

아직은 국내 증시에 외국인 투자자금이 순유입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앞으로 미국 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린다면 외국인 자금 유출 가능성이 높다. 한은도 마냥 기준 금리를 동결만 할 수가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설상가상 물가 상승률이 갈수록 높아지고 차기 정부 출범 직후 대규모 추경의 편성과 재정확대가 이루어져 경기가 회복세를 지속한다면 기준 금리 인상 압력은 더욱 거세질 것이 자명하다. 실제 최근 수출 호전에 이어 소비와 고용도 회복 기미를 보이며 '경기저점론'이 확산일로다.

결국 금리 조절과 이로인한 가계 부채 문제는 차기정부 경제정책의 1차 숙제로 떠오를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한은이 나라 안팎의 제반 여건 변화를 주시하면서 언제까지 기준금리 조정을 놓고 관망만 할 수는 없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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