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혼술남녀' 신입 조연출 사망사건 대책위, 1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조사 결과, 향후 활동 계획 발표

▲ '혼술남녀' 포스터. <출처 = CJ E&M>

[위클리오늘=정성훈 기자] tvN '혼술남녀' 신입 조연출 PD를 맡았던 새내기 PD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tvN '혼술남녀' 신입 조연출 사망사건 대책위원회는 18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CJ E&M 측이 '혼술남녀' 신입 조연출 PD를 죽였다"며 조사 결과와 입장, 향후 활동 계획을 발표했다.

tvN 1년차 새내기 PD였던 故 이한빛 PD는 지난해 1월  CJ E&M에 입사해 4월 '혼술남녀' 팀에 배치됐다. 이후 신입 조연출로서 의상, 소품, 식사 등 촬영준비, 촬영장 정리, 정산, 편집 등 프로그램의 안방마님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혼술남녀' 마지막 촬영 날이었던 10월 21일 실종됐고, '혼술남녀' 종방연 이튿날인 26일 한 호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PD의 죽음에 대한 CJ E&M 측과 유족의 의견은 첨예하게 갈린다. CJ E&M 측은 고인의 근태 불량으로 인한 회사 피해를, 유족 측은 회사 측의 높은 근무 강도와 스트레스, 괴롭힘 등이 고인을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CJ E&M 측은 논란이 불거지자 자체조사팀을 꾸려 조사에 들어갔다. CJ E&M은 고인의 죽음에 대해 "고인의 근태 불량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했으며, 타 프로그램과 대비해 근무 강도가 특별히 높은 편은 아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대책위에 따르면 CJ E&M 측은 유가족과의 합동조사는 거부하고 내부적인 자체 조사만을 고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대책위는 이 PD의 출퇴근 내역 등은 공개하지 않으면서 주변 인사의 주관적 진술만 토대로 고인의 근무 태만 등을 강조하고 있다고 CJ E&M 측을 꼬집었다.  

이날 고인의 어머니 김 모씨는 CJ E&M의 책임회피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김 씨는 "(아들의) 실종을 뒤늦게 연락받고 곧바로 선임 PD를 만났다. 하지만 선임 PD는 나를 만나자마자 처음부터 끝까지 아들이 불성실했고 비정규직을 무시해 갈등을 초래했다고 아들을 힐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CJ E&M이 주장한 고인의 근무 태만은 근무 시간이 유동적이고 고강도의 노동이 지속되는 드라마 환경에서 흔히 발생하는 지각 등이었다고 대책위는 말했다. 그러면서 "8월 27일부터 실종된 10월 20일까지 55일동안 그가 쉰 날은 단 2일뿐으로 추정된다. 특히 9월 20일부터 9월 29일까지 10일간 분석한 그의 수면 시간은 45시간 20분으로 추정된다.(1일 평균 4.5시간)"고 강조했다.

또한 대책위는 비정규직을 모욕했다는 CJ E&M의 주장에 대해서도 "이 씨는 청년 사회 문제, 비정규직 문제 관심이 많았다. 그런 사람들을 위로해주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어해서 CJ E&M에 들어갔다"며 "고인은 CJ E&M에서 받은 급여를 416연대, KTX 해고 승무원, 빈곤철폐연대 등에 기부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대책위는 "이 씨가 비정규직과 마찰을 일으켰다는 CJ E&M 측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김 모씨는 CJ E&M의 혹독한 노동 강도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김 모씨는 "촬영에 들어간 이후로는 아들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오전 2~3시가 되어 들어와서 1~2시간 잤다"고 밝혔다. 실제 대책위에 의하면 고인의 통화 발신 기록에 오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2~3시까지 연락이 이어졌다. 또 막내 조연출 4명이 2명 2교대로 근무했다는 CJ E&M의 주장과 달리, '혼술남녀' 외부업체의 진술에 따르면 두 개 팀이 촬영장과 사무실 등 동시에 모두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위는 함께 고생한 조연출이 실종됐음에도 고인을 찾으려는 적극적인 행위가 없었다는 점도 꼬집었다. 고인의 변호를 맡은 희망을 만드는 법 김동현 변호사는 "고인이 실종됐을 때도 법인카드의 행방만 찾았다. 사망하기 전까지 더 적극적인 노력을 할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라고 CJ E&M 측에 책임을 물었다.

대책위는 고인의 사망에 ▲CJ E&M 측에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고 공식적으로 사과할 것, ▲고인의 사망과 관련한 책임자에 대한 징계 및 재발방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온라인 서명운동, ▲'혼술남녀' 페이스북 페이지 추모 및 항의 댓글 남기기, ▲상암 CJ E&M 본사 앞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할 것이며, ▲드라마 현장 내 노동실태와 폭력에 대한 제보센터 운영, ▲드라마제작 종사자 문제 해결을 위한 당사자 증언대회 및 국회토론회를 추진한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 故 이한빛PD의 동생 이한솔씨가 페이스북에 남긴 글. / 출처 = 이한솔 페이스북.

한편, tvN 드라마 '혼술남녀' 조연출로 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이한빛 PD의 동생 이한솔씨의 글이 SNS 상에서 빠르게 확산되며 네티즌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한솔씨는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즐거움의 끝이 없는 드라마를 만들겠다는 대기업 씨제이(CJ), 그들이 사원의 죽음을 대하는 방식에 관하여"라고 말문을 열며 고 이한빛 PD의 사망과 관련한 글을 게재했다.

이씨는 "형이 현장에서 모욕과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고 인사 불이익을 당했다"며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살고 싶었던 그가 드라마 현장이 본연의 목적처럼 사람에게 따뜻하길 바라며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이씨에 따르면 혼술남녀 제작팀은 작품의 완성도가 낮다는 이유로 첫 방송 직전 계약직 다수를 정리해고 했고, 그 업무를 모두 일임한 형이 계속된 밤샘 촬영에 쉬는 날도 없이 출근했다는 것.

이 과정에서 고인이 과도한 업무 속에 지각하면 "이 바닥에 발 못 이게 할 것이다" 등의 위협을 일삼고, 버스 이동 시 짐을 혼자만 옮기게 하는 등의 노골적인 갈굼 행위도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씨는 "씨제이라는 기업의 죽음을 대하는 태도가 부모님의 가슴에 대못을 두 번이나 박았다"며 "형의 생사가 확인되기 직전, 회사 선임은 부모님을 찾아와 형의 근무가 얼마나 불성실했는지를 무려 한 시간에 걸쳐 주장했다"고 밝혔다.

그는 "기업 입장에서 뜻하지 않은 사고의 책임을 지고 싶지 않았겠지요"라면서도 "생사가 불투명한 그 순간, 사원을 같이 살리려는 의지 하나 보이지 않고, 오직 책임 회피에 대한 목적으로 극도의 불안감에 놓인 부모님께 비난으로만 일관하는 것이 이 사회의 상식일까요?"라고 되물었다.
 
그는 또 "형이 남긴 녹음파일, 카톡 대화 내용에는 수시로 가해지는 욕과 비난이 가득했다"고 했다. 이씨는 고인의 죽음 두 달이 지나 씨제이이앤엠으로부터 서면 조사 결과를 받았지만, "학대나 모욕행위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 됨"이라고 적혀 있었으며 고인의 '근태불량'을 주장했다고 전했다.

이어 "회사와 협조를 통한 진상조사가 불가능해지자 발품을 팔아 드라마를 찍는데 참여했던 개개인을 찾아다녔다"며 "천만 다행히도, 기업과는 다르게 몇몇 사람들은 죽음을 위로하고자 증언에 참여해주었다. 계약직의 손쉬운 해고와 드라마 현장 스텝들의 장시간 노동 등 구조적인 문제는 두 말할 나위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씨는 "한류 열풍은 전세계를 휩쓸고 있고, 수출액에서 드라마는 8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면서도 "찬란한 영광 속에, 다수의 비정규직 그리고 정규직을 향한 착취가 용인되며 수익구조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장 약하고 말단인 사람들의 희생과 상처가 당연하게 여겨지는 대한민국의 자화상을 형의 죽음이 낱낱이 드러냈다"며 "그렇기에 이제는 더더욱 진실을 찾고, 부조리한 구조가 나아질 수 있도록 지치지 않고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고인의 입장을 대변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정병욱 변호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형사고발도 필요하면 할 예정이다"며 "유가족과 의논하겠다. CJ E&M이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면 고소 고발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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