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회복으로 경제회복 낙관론 고개...소비둔화 등 변수도 많아

▲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한달만에 0.1% 올려잡은 IMF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홍정기 기자] 해외 투자은행(IB)와 한국은행에 이어 IMF와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이르기까지 줄줄이 한국경제 성장률을 상향 조정하고 있다.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로 인한 최악의 국정농단 속에서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한국 경제에 짙게 드리워져 있던 먹구름이 서서히 걷히고 있다는 낙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반도체의 슈퍼호황에서 비롯된 빠른 수출 회복세가 대표적인 수출중심국인 대한민국 경제를 수렁에서 건져내고 있다는 평가다.  

다음달 9일 출범하는 차기 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에 따라 경기 부양이 본격화할 경우 박근혜정권 들어서면서 내리막길을 걸어왔던 우리 경제가 급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섞인 전망이 속출하고 있다.

KDI는 지난 18일 '2017년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우리나라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지난해 12월 제시한 2.4%에서 2.6%로 0.2%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경기가 바닥을 찍었다는 정부의 공식 평가가 나온 가운데 국책연구원인 KDI가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올려잡은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KDI는 세계 경기가 회복되고 수출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늘어나면서 경제 하방 위험이 줄었다는 이유로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한 것이다. KDI는 올해 총수출이 지난해말 전망 당시(1.9%) 대비 2배가 넘는 4%대의 증가폭을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다.

KDI는 또 건설투자를 당초 올해 4.4%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번 전망에서 6.4%로 올려잡았고 설비투자 증가율 역시 2.9%에서 4.3%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KDI와 함께 IMF도 18일(현지시간)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6%에서 2.7%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IMF는 지난 1월 발표한 올해 세계경제 성장전망도 3.4%에서 3.5%로 올려 잡았다.

지난해 10월 한국경제 성장률을 3.0%로 예상했다가 지난달 14일 'G20감독보고서'를 통해 달러강세와 국제적 금리인상 등을 이유로 2.6%로 0.4%p 하향 조정했던 IMF가 불과 한달 만에 다시 상향 조정한 것이다.

이에 앞서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달말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말 보다 0.4%포인트 올려잡은 2.5%로 제시했다. 바클레이즈, 모건스탠리, 노무라 등 10개 해외 IB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 평균 역시 2.5%로 2개월 전보다 0.1%포인트 높였다.

경제 전망에 대해 비교적 신중한 기관으로 꼽히는 한국은행 역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지난해 11월보다 0.1%포인트 올렸다. 한은이 성장률 전망을 올린 것은 지난 2014년 4월 이후 3년 만의 일이다.

그러나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줄줄이 한국 경제에 대한 성장률 전망을 약속이라도 한듯 올려잡고 있지만, 경기 회복세가 전반적으로 공고한 것은 아니란 점에서 일부의 비관론도 잔존하고 있다.

무엇보다 소비 둔화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다양한 소비 진작책을 내놓고 있지만, 불안한 국제 정세와 정국불안 속에 백약이 무효다. 

민간소비의 증가세는 아직도 미약한 편이다. 지난해 전기 대비 민간소비 증가율은 2분기 1.0%, 3분기 0.5%, 4분기 0.2% 등 갈수록 낮아지는 추세다. 전년동기로 보면 4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1.5% 늘어나는 데 그쳤다. 2∼3%대를 기록한 1∼3분기보다 저조하다.

소비가 부진하면서 전년동기 대비 서비스업 생산도 지난해 4분기 2.1% 증가하며 3분기(3.6%)보다 성장률이 꺾였다. 소비가 뚜렷이 나아지지 않는 것은 소득이 좀처럼 늘지 않는 탓이 크다.

130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 규모의 가계부채 문제도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가계부채 문제는 우리 경제의 뇌관이다. 기준금리 조정을 가로막는 걸림돌기이기도 하다.

대기업 구조조정 문제도 바닥을 찍고 반등하는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 악재다. 대우조선을 비롯한 대기업들의 구조조정으로 대규모 실직이 불가피하고, 근로자들의 불안심리가 고조돼 소비를 위축시키는 부메랑이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트럼프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하면서 수출 환경을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수출다변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미국은 양대 수출국이며, 보호무역주의는 중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으로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다.

미국발 무역 전쟁에 각국이 경쟁적으로 나설 경우 최근 잘 나가는 수출에 급제동이 걸릴 수 있다. 최근의 수출 호전으로 인한 경기 회복 조짐은 일시적인 현상일뿐, 경기 전반의 강한 회복 신호는 아니라는 신중론이 제기되는 이유다.

김성태 KDI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은 "성장률 상향은 지난해말 있었던 세계 경제 하방 위험이 상당 부분 완화했기 때문"이라며 "경기가 치고 올라가는 강한 모멘텀이 생긴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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