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주최 대선후보 초청토론회 문재인 후보, 북한인권법·사드·국가보안법·증세 등 공세

▲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왼쪽부터),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본관에서 열린 KBS 주최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토론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이소연 기자] 19일 서울 여의도 KBS본관에서 열린 KBS 주최 대선후보 초청토론회는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질문이 집중되며 문 후보에 대한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문재인 후보를 향한 공세는 북한인권법,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국가보안법, 개성공단, 증세, 공약 말 바꾸기 등 다방면에서 이뤄졌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문 후보가 청와대 비서실장 시절인 지난 2007년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북한의 의견을 물었다는 이른바 '송민순 회고록 폭로' 사건과 관련, "나중에 거짓말이 밝혀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640만달러를 안 받았으면 왜 극단적인 선택을 했겠느냐. 그때도 안 받았다고 했다.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막말 안 하는 것이 아니라 거짓말을 안 하는 것이다"고 쏘아붙였다.

이에 문 후보는 "언제까지 색깔론 할거냐"며 홍 후보의 공세를 '색깔론'으로 일축했다.

홍 후보는 또 "2003년 여름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민정수석이 기무사령관을 불러 국가보안법 폐지에 앞장서라고 요청한 일이 없냐"며 문 후보를 압박했다. 그는 "기무사령관이 2003년 청와대에 불려가 국보법 폐지에 앞장서달라고 문 후보가 한 것은 2012년 12월 신동아 인터뷰에 나온다"며 "이런 식으로 하면 지도자가 아니다. 솔직히 말하라"고 공격했다.

이에 문 후보는 "기무사령관에 지시한 적은 없고 당시 열린우리당에서 국보법 폐지를 노력한 적은 있다"고 답했다.

홍 후보는 "개성공단에 2000만평 한다고 했다. 창원국가산업단지의 세배. 그러면 우리 기업들 엄청 올라간다. 우리 청년일자리 아니고 북한 청년일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이라며 "북한 청년 일자리 대책이다"고 날을 세웠다.

문 후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말이다. 우리 기업이 북한에 진출하면 북한 노동력을 사용하게 되지만 원부자재 납품하는 남한내 많은 협력업체들이 생겨난다"고 받아쳤다.

홍 후보는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원권 정지를 두고 각을 세우자 "꼭 이정희 보는 것 같다. 주적은 저기(문재인)다. 어이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적폐 논란 등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문 후보는 "국민은 적폐의 피해자다. 그런데 국민을 적폐세력이라고 했다고 제 얘기를 오독해서 하는 것은 국민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안 후보를 비판했다. 이에 안 후보는 "이런게 아마 적반하장일 것"이라고 받아쳤다. 문 후보는 안 후보의 핵심 공약인 '5-5-2 학제개편'에 대해 "잘 이해가 안 된다"고 공격하기도 했다.

이에 안 후보는 "문 후보 지지자가 최근 KBS 출연을 거부당해서 분노한다고 말했다. 최근 가수 전인권씨가 저를 지지한다고 말하면서 수모를 당했다. 문 후보 지지자로부터 '적폐가수'라는 말까지 들었다. 옳은 일이냐"고 공세에 나섰다. 문 후보는 "제가 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라고 반문한 뒤 "정치적인 입장을 달리 한다고 해서 그런 식의 폭력적, 모욕적인 문자폭탄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문 후보는 안 후보가 "문 후보가 양념이란 말을 했다"며 민주당 경선 당시 이른바 '양념 발언'을 지적하자 "주도권 토론이 아니다"며 질문을 끊고 사회자에게 정리를 요구하기도 했다.

문재인 후보는 또 '북한이 주적이냐'는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거듭된 질문에 "대통령이 할 말이 아니다. 대통령은 앞으로 남북관계를 풀어야 할 사람"라고 선을 그었다.

유승민 후보는 송민순 회고록 사건과 관련, "북한 인권법 결의안 기권, 찬성, 반대를 두고 2007년에 북한 김정일에게 미리 물어봤느냐에 대해 (지난해) 10월에는 기억이 안난다고 했다가 지난 13일 토론에서는 (제가) 6번 물었는데 물어본 적 없다고 했다. 그런데 지난 2월9일 JTBC 썰전 프로그램에서는 국가정보원을 통해 북한에 물어봤다고 했다. 두달만에 어떻게 말이 달라지느냐"고 비판했다. 이에 문 후보는 "(유 후보가) 국정운영을 안해봐서 하는 말이다. 국정원을 통해 북한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 파악해봤다는 것이다. 북한에 물어 본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유 후보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상향 조정하겠다고 문 후보 공약에 대해서도 "노무현 정부때 50%에서 40%로 내리는 조정을 해놓고 선거 때 와서 50%로 하겠다는 것인가"라며 "재원조달 방안이 전혀 없다. 돈이 하늘에서 떨어지나"라고 공격했다. 문 후보는 "전문가가 포함된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또 유 후보는 "전술핵 재배치 없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가동에 찬성하느냐"며 "사드도 전술핵 재배치도 반대하고 그럼 북핵은 뭐로 해결하느냐"고 공격했다. 문 후보는 "우리가 전술핵을 재배치하면 비핵화 명분이 없다. 미국도 반대한다"고 일축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사드 배치와 관련해 전략적 모호성을 주장한 문 후보를 향해 "한국의 전략적 모호성은 미국과 중국에 이중플레이로 받아들여진다. 중국은 사드 찬성할 것으로 보이니까 경제보복을 하고 미국은 불투명해 보이니 사드 알박기를 하는 것"이라며 "문 후보가 이쪽저쪽 눈치보기식 외교자세를 보이는 것은 강대국의 먹잇감이 되기 좋은 태도"라고 공세에 나섰다.

심 후보는 "복지공약 후퇴는 대국민 사기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다. 그간 민주당이 10년간 새누리당 정권을 향해 비판한 말이다"며 "그런데 문 후보 공약에 복지 공약이 많은데 증세 계획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지난 총선에는 그나마 13조7000억원 증세 계획이 포함됐는데 이제 그것도 없다. 결국 증세 없는 복지(를 주장한) 박근혜 정부를 따라가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심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가보안법을 박물관에 보내야할 구시대 유물이라고 했다. 왜 폐지하지 않으려 하냐. 대통령으로서 자기 소신을 밝혀야 하지 않느냐"며 "국가보안법이 악법이냐, 아니냐"고 재차 공세에 나섰다. 이에 문 후보는 "폐지에 반대한 적이 없다. 제 입장은 남북관계가 엄중하기에 여야 의견이 모일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국가보안법을 개정하자는 것"이라며 "(국가보안법은) 악법 요소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처음 도입된 '스탠딩 토론' 형식으로 치러져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후보들은 모두발언과 마무리발언, 공통질문을 제외한 90분간 주도권 없이 난상토론을 벌이며 2시간 내내 서 있어야 했다.

이날 토론은 지난 13일에 이은 두 번째 TV토론으로, 지난 17일 공식 선거운동 시작 이후에는 처음이다.

사상 최초의 'TV 스탠딩 토론'에 후보들은 각기 다른 소감을 내놨다.

문재인 후보는 20일 토론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스탠딩 토론이라면 좀 자유롭게 움직인다거나 왔다 갔다 해야 의미가 있는데 제자리에 가만히 서서 문답을 했다"며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홍준표 후보는 "체력장 테스트 같다. 2시간 세워 놓으니 무릎이 아프다"며 "꼼짝 말고 서 있으니 이거는 좀 아니다 싶다"고 지적했다.

심상정 후보도 "스탠딩 토론이면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고 토론이 벌어질 수 있어야 하는데 5명이 스탠딩 토론하기엔 숫자가 많은 것 같다"며 "고정적으로 자기 자리에 서서 하니까 앉아서 하는 것과 큰 차이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안철수 후보는 "처음 시도하는 형식 아닌가. 나름대로 어느 정도 괜찮은 형식 같다"며 "다음부터 더 자신감 있게 모든 후보가 다 자기 실력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토론 방식이 뭐가 중요한가"라며 여유로운 반응을 보였다. 다만 그는 "저는 어떻게 해도 좋은데 너무 후보들이 숫자나 이런 데 대해서 정확하지 못해서 팩트 확인이 (부족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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