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 이전 상장 검토" 공식화...중소벤처 육성에 '찬물' 우려

▲ 카카오의 유가증권시장 이전이 증권가에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카카오 의사결정의 맨 정점에선 김범수 이사회 의장.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홍정기 기자] 코스닥 시장 ICT(정보기술) 벤처기업군의 상징과 같은 존재였던 카카오가 유가증권 시장으로 이전을 공식화하고 나서 그 배경과 파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카카오의 코스닥 이탈에 대해 한국거래소가 조회공시를 요구하자 카카오측이 부인 공시 대신에 "유가증권시장 이전상장에 대해 검토 중이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공시했다.

카카오 측은 "추후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는 시점이나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밝혀 카카오의 유가증권 시장 변경 상장은 내부적으로 시점만 남았을뿐 사실상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다는게 업계의 관측이다.

카카오가 유가증권시장으로의 이전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은 여러 각도에서 분석 가능하다. 우선 코스닥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급이 유리하기 때문일 것이란게 중론이다.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하면 코스피200 종목에 편입돼 수급이 코스닥 시장보다 한결 더 나아질 수 있다. 코스닥에 비해 유가증권시장이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적어 안정적인 수급이 가능하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유가증권시장으로 가면 코스피 추종 펀드 등이 있어 매수가 다소 늘어나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만큼 투자자의 질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주가가 이를 대변한다. 유가증권시장 이전 기대감감으로 카카오 주가는 이날 4.13% 오른 9만8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카카오 주가가 9만원 벽을 넘은 것은 지난해 8월11일(9만1300원) 이후 8개월여 만의 일이다.

네이버(이해진), 엔씨소프트(김택진), NHN엔터테인먼트(이준호) 등 카카오와 함께 IT 및 인터넷 시장의 경쟁자들이 유가증권시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과 IPO를 앞둔 넷마블게임즈(방준혁)가 코스닥이 아닌 유가증권시장을 택한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특히 카카오의 최대주주의 김범수 이사회 의장은 네이버 신화의 주역으로서 이해진 네이버의장과 이준호 NHN엔터테인먼트 의장과는 보이지않는 자존심 경쟁이 치열하다.

김택진, 방준혁 넷마블 의장과는 수 십년간 게임시장에서 자존심 경쟁을 벌인 사이다. 라이벌들이 모두 유가증권 시장에 입성한 상황이어서 김범수 의장 역시 코스닥에 남아있기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얘기다.

자본 조달에도 코스닥 보다는 코스닥 시장이 보다 유리한게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향후 외자유치든 국내 자금 유치든 대규모 자본을 확충하기 위해선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하는게 좀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이유야 어디에 있든, 코스닥시장본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중소벤처 육성 정책이 쏟아지는 분위기를 타고 코스닥시장의 관심이 커질 것으로 보이는 마당에 시가총액 2위인 카카오의 이전은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코스닥본부 측은 노골적으로 "카카오가 유가증권시장 이전을 재고하길 바란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한 관계자는 "당혹스럽다. 이는 신의에 원칙에 위반되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사실 카카오의 빠져나갈 경우 코스닥시장에는 당장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시총이 6조원 넘게 빠진다. 코스닥지수 하락도 우려된다. 남아있는 코스닥내 우량 대형 벤처기업들의 추가 이탈도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최근 4차 산업혁명과 중소기업 육성이 정책이 차기 대권후보들 사이에 강력한 화두로 부각되는 상황에 카카오가 이전하게 되면 그 의미가 퇴색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미국 나스닥이 급반등하며 다시 존재감을 되찾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그러나, 누구도 카카오의 유가증권시장 이전을 막을 수는 없다. 비록 코스닥 시총 랭킹 2위인 카카오가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하면 이마트(6조5926억원)에 이어 43위 수준으로 뚝 떨어지지만 카카오가 이를 감수하겠다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카카오는 사실 유가증권시장으로 변경 상장해도 손색이 없다. 카카오는 작년에 1조4642억원의 매출에  영업이익 1161억원, 당기순이익 655억원을 올렸다.

카카오가 과연 코스닥에 남느냐, 떠나느냐의 최종 결정은 늦어도 5월 중순 이전에는 결론 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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