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전 부회장, 홀딩스 이사 복귀 시도…6월 네번째 표대결 예고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간의 '형제의 난'이 다시 재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6월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4번째 표대결이 불가피해졌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임종호 기자] 롯데그룹 형제의 난이 다시 점화될 조짐이다. 수 차례의 경영권 분쟁에서 고배를 마시며 절치부심했던 형 신동주 전 부회장이 다시 분쟁의 불씨를 피우기 시작한 때문이다.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나 우호 지분의 큰 변화가 없는 가운데 신 전 부회장이 미련을 버리지 못하며 호시탐탐 경영권 장악을 노리고 있는 근본 이유는 동생인 신동빈 회장의 처한 상황이 지난해와는 판이하기 때문이다.

신동빈 회장은 작년과 올해 경영 비리, 최순실게이트 관련 검찰 수사 결과 두 차례 기소되고 재판 등으로 발이 묶인 상태다. 출국금지는 풀렸지만, 잦은 재판으로 활동에 제약이 많다. 그만큼 빈틈이 생긴 것이다.

롯데그룹과 신 회장측은 "상황이 특별히 바뀐 게 없다. 경영권 사수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며 경영권 방어를 장담하고 있지만, 여러가지 사건에 연루돼 연이어 재판을 받아야하는 신 회장 입장에선 경영권 다툼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일본 홀딩스 주주들을 자주 만나기 어려운 상황은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신 전 부회장 측은 특히 신 회장이 박근혜 게이트를 비롯해 여러건으로 기소가 됐다는 것을 반격의 카드로 쓰겠다는 전략이다. 신 회장 기소 자체만으로도 주주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히든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설상가상 사드부지 제공으로 인해 롯데그룹이 중국정부의 사드보복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롯데마트 등 중국사업의 실적이 급전직하한데다 국내에선 최근 기업의 도덕성까지 의심받고 있는 성남 보바스 기념병원의 우회인수 논란도 지속적으로 불거지고 있어 상황이 녹록치 않다. 이때문에 업계에서는 신 전 부회장 측이 신 회장의 경영실패 책임론을 제기하며 대 반전을 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이미 신 회장측을 향해 선전포고를 단행했다. 지난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인터뷰에서 "6월 하순으로 예정된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이사 복귀 안건을 정식 제안할 것"이라며 포문을 열었다.

지난 2015년 1월 한·일 롯데 지주회사인 롯데홀딩스 부회장직에서 전격 해임되며 형제의 난에서 밀려난 신 전 부회장으로선 이사 복귀 제안 자체가 경영권 탈환에 대한 강력한 도전 의사를 천명한 것이나 진배없다.

신 전 부회장은 23일엔 자신의 입장을 대변하는 '롯데 경영정상화를 위한 모임' 일본 사이트에 '광윤사 대표' 명의로 올린 글을 통해 광윤사는 롯데 그룹의 경영 체제의 근본적 쇄신을 내용으로 하는 주주 제안 실시를 결정했다"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특히 자신과 함께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 총괄회장의 비서였던 이소베 테츠(磯部哲), 경영권 분쟁에 휘말려 2015년 이사직에서 물러났던 노다 미츠오(野田光雄) 등 4명에 대한 '이사 선임 건'과 모토 다케시(本村健) '감사 선임 건' 등 2건을 주주제안했다.

6월 하순으로 예정된 롯데홀딩스 주총의 표대결이 불가피해짐에 따라 2015년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발발 이후 4라운드를 맞게됐다. 관심은 2015년 8월, 2016년 3월, 6월 세 차례에 걸친 표대결에서 모두 분루를 삼켜야했던 신 전 부회장이 이번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신 전 부회장의 의지와 달리 롯데그룹의 지배구조상 역전이 쉽게 이루어지기는 힘들다. 홀딩스의 주요 주주 가운데 고준샤(光潤社) 지분율 28.1%를 제외하고 종업원지주회(27.8%), 관계사(20.1%), 임원 지주회(6%) 등 50% 이상으로부터 신 회장이 지지를 받았다는 점 때문이다.

신 회장 측 우호지분 구도에 결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 지 못하는한 신동주 전 부회장의 역전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는게 롯데의 주장이며, 재계에서도 이에 대체적으로 동의한다.

변수는 역시 신동빈 회장이 최근 검찰 수사 결과 횡령·배임·뇌물 등 여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피의자란 점이다. 신 전 부회장 측이 신 회장의 정식 판결에 앞서 여러건으로 기소된 피의자란 사실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주주들에게 어필할 경우 상황이 어떻게 변할 지 쉽게 예단하기 어렵다.

신 전 부회장이 니혼게이자이 인터뷰에서 "지난해와는 상황이 크게 다르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하지만 신 전 부회장 역시 지난해 같은 검찰수사를 받고 한국계열사 이사로서 거의 일하지 않고 급여를 받은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란 점은 아킬레스건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 측이 이미 여러 차례 주주들로부터 신임을 얻지 못한 상황에 그룹위기를 이용해 정상적 경영을 방해하려는 시도일 뿐”이라며 역전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 결과 신 회장의 수감이 결정될 경우엔 상황이 매우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 경영 관례상 비리로 구속된 임원은 즉시 해임 절차를 밟아야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롯데홀딩스 이사회와 주총을 열어 신 회장을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할 가능성이 크다.

롯데그룹 안팎의 위기를 역이용해 동생 신동빈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다시 빼앗아오기 위해 칼을 갈아온 신동주 전 부회장이 목표를 이룰 지, 아니면 신 회장이 경영권 방어에 성공할 수 있을 지 6월 롯데홀딩스 주총 표대결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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