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간의 지지율이 다시 벌어진 가운데 두 후보간의 표심잡기 경쟁이 갈수록 치열하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임종호 기자] 장미대선 레이스의 양강체제를 구축했던 문재인 더블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간격이 갈수록 벌어지는 양상이다.

5.9 대선 레이스의 최대 변수로 떠오른 세 차례의 TV토론을 거치며 안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진 반면 문 후보가 호남지역에서 급상승세를 이끌어내며 안 후보와의 격차를 벌린 것이다.

여론조사 기관별로 다소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는 안 후보와의 지지율 차이를 오차범위 밖으로 벌리는데 성공하며 다시 '대세론'에 불을 지폈다.

조선일보가 칸타퍼블릭에 의뢰해 전국 성인 1030명을 대상으로 지난 21~22일 실시해 24일 보도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 후보는 37.5%의 지지율로 안 후보(26.4%)와의 격차를 11.1%포인트로 늘렸다.

불과 1주전인 14~15일 조사에서 문 후보(36.3%)와 안 후보(31.0%)의 격차는 오차범위(±3.1%포인트) 내에 있었다는 점과 비교하면 단기간에 상황이 급반전된 것이다.

문 후보는 특히 안 후보의 정치 기반이자 열세 지역으로 분류됐던 광주·전라 지역에서도 안 후보를 큰 차이로 제쳤다. 안 후보(26.4%)는 지지율이 17.7% 포인트 급락한 반면 문 후보 11.8% 포인트 상승하며 과반(52.8%)을 넘어섰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번 대선 레이스에서도 또 다시 정책대결은 실종된 채 정치싸움 양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조직기반이 탄탄하고, 대선 재수생으로서 경험이 많은 문 후보가 대선 종반으로 치달으면서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반면 안 후보의 경우 전략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중도, 보수진영 끌어안기가 전통적인 진보지역인 호남에서 반감을 사고 있는데다가, TK를 기반으로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대반격으로 보수와 진보 양쪽에서 협공을 당하며 지지율이 급락했다는 평가다.

범 보수진영이 안 후보를 중심으로 전격적인 단일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남은 대선 레이스의 판세를 좌우할 최대 변수는 안 후보의 히든카드가 과연 무엇이냐는 점이다.

대선 경쟁 체제가 결국 5자 대결구도로 마무리되든 양강, 또는 3강구도로 전개되는 문 후보는 박근혜정부의 실정을 겨냥한 정권교체를 명분으로한 굳히기 전략을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투표일까지 2주를 남긴 현재 안 후보의 '결정적 한방'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안 후보는 일단 호남 표심과 보수 표심이란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중도 개혁 성향의 보수표나 호남표, 어느 한쪽을 포기하고서는 역전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게 안 캠프다.

안 후보가 지난 23일 TV토론에서 안 후보를 향해 "내가 갑(甲)철수냐, MB아바타냐"라고 노골적으로 캐물은 것도 문 후보를 공격함으로써 호남지역의 반문정서를 되살리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안 후보는 주적 발언 등 홍준표 후보가 문 후보를 향해 줄기차게 공세를 퍼붓는 안보공세에 동참했다가 텃밭인 호남과 산토끼인 영남에서 모두 지지율이 떨어지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안보공세에 실망한 호남과 영남 보수층이 상당 부분 이탈한 것이다.

안 후보는 또 24일 목포-함평-나주-광주 등 호남지역을 1시간 단위로 순회하며 텃밭 실지 회복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목포 유세에선 '제2의 김대중 대통령'을 자임하며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후보에게 80~90%를 밀어줬지만 우리에게 해준 것이 뭐냐"라며 반문정서를 자극했다.

안 후보는 보수층 공략도 다시 고삐를 죄고 있다. '돼지흥분제' 논란에 휩싸인 홍준표 후보에게 사퇴를 요구하며 보수층 표심을 분리한다는 전략이다. 사드 찬성이란 당론까지 변경한 것도 큰 틀에선 보수층으로의 외연확대를 노린 수다.

안 후보의 호남 및 보수층 공략이란 양면 전략에 맞선 문 후보는 굳히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대선가도에서 줄곧 지지율 1위를 독주해온 탓에 경쟁 후보들의 색깔론 등 집중포화에 대해서도 일일히 대응하지 않고 묵묵히 마이웨이하겠다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다.

문 후보는 대신에 경선 이후 분열됐던 당을 통합, 내실을 다지는데 주력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내 비문계 중진인 박영선 의원을 적극 포용한 것이나 경선상대였던 안희정 지사, 이재명 시장, 박원순 지사 등의 핵심 인사와 조직, 정책을 흡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 후보는 특히 박 의원에게 통합정부추진위원회를 맡기며 통합을 강조한 이후 내부 결속력 다지기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최근 안 지사 부인이 문 후보 첫 찬조연설자로 나서는 등 경선주자 부인들까지 문 후보를 위해 뛰고 있는게 이를 상징적으로 웅변한다.

그런가하면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홍걸씨와 김현철씨를 공동 선대위원장으로 포용하며 민주화세력의 재결집이라는 명분까지 얻었다. 이에 따라 경선 잡음과 후유증으로 이탈했던 전통적 지지층이 빠르게 문 후보쪽으로 재결집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문 후보는 또 '북한 주적 발언', '송민순 회고록 논란' 등에도 아랑곳 없이 국방력의 압도적인 우위를 바탕으로 한반도 비핵평화구상을 발표하며 역으로 중도 보수층 표심 잡기에 나섰다.

문 후보의 굳히기냐, 안 후보의 막판뒤집기냐. 19대 대통령 선거가 불과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한 자리뿐인 대권을 향한 지지율 1, 2위 후보간의 경쟁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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