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금요극장 '아름다운 비행' 28일 (금) 밤 12시 25분.

 

[위클리오늘=설현수 기자] 영화 '아름다운 비행'은 캐나다의 아름다운 풍광에서 펼쳐지는 인간과 동물의 감동적인 교감을 그린 영화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캐나다 출신의 조각가이자 비행사, 자연주의자인 빌 리시먼이 자신의 실험을 담은 책 ‘Father Goose'가 원작이다. 리시먼은 1993년에 모터 글라이더로 캐나다 기러기를 캐나다에서 버지니아까지 이주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듬해 봄에는 모터 글라이더의 도움 없이 기러기들은 자신들의 고향인 캐나다로 돌아왔다고 한다. 빌 리시먼은 영화 촬영 당시에도 많은 도움을 줘서(모터 글라이더 스턴트도 자신이 직접 했고 촬영지도 자신의 집 인근 지역임) 작품의 리얼리티에 크게 기여했으며 영화 속 인물인 토마스의 실제 모델이기도 하다. 

영화 '아름다운 비행'은 원작의 제목인 ‘Father Goose'를 그대로 쓰려고 했으나 영화 내용과 맞지 않아서 'Flying Wild'라는 제목으로 변경된 뒤, 봄 개봉 예정으로 광고까지 내보냈지만 ‘제시카 두브로프 사건(제시카 두브로프라는 7살 소녀가 모터 글라이더를 타고 최연소로 미 대륙횡단 기록에 도전했다가 추락해서 사망한 사건)’이 나면서 개봉을 가을로 연기하고 제목도 ‘Fly Away Home’으로 바꿨다고 한다. 

아카데미 최연소 수상자이기도 한 안나 파킨은 모터 글라이더 조종 훈련까지 받았으며(나이가 어려서 비행면허를 딸 수 없었기 때문에 실제 비행은 대역) 60마리의 캐나다 기러기를 동원해서 비행 장면을 촬영했다. 

3살 때 아버지와 헤어지고 뉴질랜드에서 살던 에이미(안나 퍼킨 분)는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는다. 병원으로 찾아온 아빠 토마스(제프 다니엘스 분)는 에이미를 자신이 사는 캐나다의 아름다운 시골마을로 데려간다. 

예술가이자 환경운동가이며 소형 글라이더가 취미인 토마스는 에이미에게 다가가고 싶지만 아빠와 10년 만에 재회한 에이미는 마음의 문을 쉽게 열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토마스의 한적한 시골마을에 개발업자들의 불도저들이 들이닥쳐 숲을 파괴한다. 토마스를 비롯한 마을 사람들의 항의로 공사는 잠시 중단되지만 숲은 이미 심하게 훼손된 상태. 

학교도 거른 채 파괴된 숲에서 시간을 보내던 에이미는 버려진 기러기 알들을 발견하고 집으로 가져와서 따뜻하게 감싸준다. 얼마 후 새끼 기러기들이 모두 부화하는 데 성공하고 기러기 새끼들은 에이미를 엄마처럼 알고 따른다. 에이미도 그동안 닫아뒀던 마음의 문을 열고 새끼 기러기들을 정성스럽게 돌본다. 

어느 날, 토마스와 친분이 있는 경관이 찾아와 일반인이 기러기를 키우려면 날지 못하도록 날개의 끝을 잘라야 한다며 새끼 기러기들에게 손톱깎이를 들이댄다. 기겁을 한 에이미와 토마스는 경관을 쫓아내고, 새끼 기러기들을 야생으로 돌려보낼 계획을 세운다. 

이들 부녀는 모터글라이더에 몸을 싣고 새끼 기러기들에게 나는 법을 알려주고, 철새 서식지까지 데려다주기로 한다. 

최종 목적지는 캐나다에서 수백 마일 떨어져있는 발할라의 습지로, 11월 1일까지 야생 철새가 서식하지 않을 경우 습지를 밀어내고 개발될 예정지였다. 몇 번의 실패 끝에 기러기들이 모터글라이더를 따라 하늘로 날아오르는 데 성공하는데...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들 때문에 어미를 잃은 새끼 기러기들을 어린 소녀가 지켜준다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그린 영화. 이 소녀와 새끼 기러기들에겐 ‘엄마’를 잃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서로를 의지하고 아낌없이 애정을 나누면서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어준다. 

하지만 사람과 야생 동물이 함께 공존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어린 기러기들은 소녀를 엄마처럼 따르지만 소녀는 기러기들에게 하늘을 나는 법이나, 철마다 어디로 이동해야 하는지 가르쳐줄 수 없다. 게다가 기러기를 집에서 키우려면 날개를 잘라내야 한다는 인간의 잔인한 법률 조항은 이들의 관계를 더욱 위기로 몰아넣는다.

결국 모터글라이더로 새끼 기러기들에게 하늘을 나는 법을 가르치고 철새 도래지로 데려다주는 행위는 이런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자구책인 셈이다.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은 자연을 개발해서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는 주장 앞에 손쉽게 무너지기 마련이며, 이런 논리는 인간이 살고 있는 지구상 어느 곳에서나 흔히 볼 수 있다. 환경 보호론자들의 극단적인 행동은 TV나 신문에서 가십성 뉴스거리로 다뤄지고 이를 지지하는 사람들조차 선뜻 나서지 못하는 현실에서, 어린 에이미는 이런 현실에 대해 적극적인 항변을 한다. 

에이미와 기러기들과 함께 하늘을 비행하는 장면은 ‘자연보호’라는 살가운 메시지성 구호를 내세우는 것보다 훨씬 강렬하게 가슴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아름다운 비행' 감독 캐롤 발라드는 1937년 미국 LA 출생으로 UCLA에서 영화를 전공했으며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과 영화학교 동기다. 미국 공보처에서 다큐멘터리를 만들다가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 (Star Wars, 1977)>의 제2촬영팀 감독으로 일하면서 사막 씬의 대부분을 촬영했다. 

1979년에는 코폴라 감독의 주선으로 <검은 종마 (The Black Stallion)>를 연출하면서 장편 데뷔했다. 1983년에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어드벤쳐 드라마 <울지 않는 늑대 (Never Cry Wolf)>를 연출했고 1986년에는 발레극 호두까기 인형을 스크린으로 옮긴 <넛크래커 (Nutcracker : The Motion Picture)>를 연출했다. 

이후 6년간의 공백기를 거쳐 아메리카컵 요트대회를 소재로 한 스포츠 드라마 <바람과 야망 (Wind, 1992)>을 발표했다. 1996년에는 천재 소녀배우 안나 파킨의 호연이 돋보인 <아름다운 비행 (Fly Away Home, 1996)>으로 많은 갈채를 받았으며 2005년에는 남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한 소년과 고아가 된 치타의 우정을 그린 드라마 <듀마 (Duma)>를 발표하며 다시 한번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그려 자신의 일관된 작품세계를 보여줬다.

ebs 금요극장 '아름다운 비행' 4월 28일 (금) 밤 12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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