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스코어 조사 결과, 전년대비 28% 감소...금호그룹 1위에

▲ '청렴전도사'로 활약 중인 김덕만 전 국민권익위원회 대변인이 지난달 21일 GS연수원에서 경기도시공사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청탁금지법과 공익신고보호제도'란 주제로 교육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송원석 기자] 부정청탁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 시행 이후 기업들의 접대비 지출이 급감하고 있다.

특히 막대한 접대비를 쓰던 30대그룹이 이 법이 시행되고나서부터 3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들이 김영란법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이다.

4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에 따르면 작년 9월말 김영란법 시행 이후 국내 30대 그룹의 접대비가 3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란법은 2011년 6월 당시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이 처음 제안하고 2012년 발의한 법으로 2015년 3월27일 제정됐다. 이후 1년 6개월의 유예 기간을 거쳐 2016년 9월28일부터 본격 시행됐다.

CEO스코어가 30대그룹 계열사중 지난해 접대비 내역을 공시한 111개사를 대상으로 작년 4분기 접대비를 집중 분석한 결과, 총 212억86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1%(83억3900만원)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접대비의 감소는 수익성 개선으로 귀결됐다. 이 기간 30대 그룹의 매출은 2.3% 늘어는데 그쳤으나 영업이익은 48.0%나 급증한 것. 접대비 지출 감소가 기업의 매출 대비 이익률 개선이 어느정도 기여하고 있음이 데이터로 증명된 것이다.

그룹별로 보면 사업보고서를 별도로 제출하지 않은 부영그룹과 접대비 내역을 공시하지 않은 대우조선해양·KT&G·대우건설 등을 제외한 26개그룹 중 24개 그룹(92.3%)이 모두 접대비를 절감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4분기 접대비 지출 감소폭이 가장 큰 그룹은 금호아시아나그룹. 무려 65.4%(2억1400만원)을 줄였다. 두번째로는 롯데그룹이 59.9%, 10억300만원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GS그룹(-55.0%, 5억7300만원)과 미래에셋(-50.3%, 9억800만원)그룹도 전년동기에 비해 각각 절반 이상 접대비를 줄인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은 전년동기 대비 접대비 지출을 49.8%(7억8700만원) 가량 줄였다. 이어 OCI(-49.8%, 3억2400만원), 대우건설(-46.3%, 6억2500만원), 포스코(-45.0%, 2억5600만원), 영풍(-41.8%, 2억9700만원)그룹 등이 접대비 감소폭 상위에 올랐다.

김영란법 시행에도 아랑곳없이 접대비를 늘린 대기업도 적지 않다. 이 중 KT가 전년동기 대비 1400만원, 약 5.3%로 가장 큰 폭으로 접대비 지출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는 현대차그룹이 2.1%(5100만원)로 두번째로 높았다.

그룹별 4분기 접대비 총액은 SK그룹이 29억9200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현대차(24억9800만원), 현대중공업(19억9900만원), 한화(17억600만원), 하림(14억3500만원), 현대백화점(11억4400만원) 그룹 등이 각각 10억원을 넘겼다.

국내 1위 그룹이자 글로벌기업으로 수직 상승한 삼성전자의 경우는 매출과 영업이익 면에서 경쟁 그룹을 압도하고 있음에도 접대비 지출 규모는 7억9400만원으로 10위권 밖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그러나, 국세청이 과도한 접대비 지출을 막기 위해 비용 처리를 인정하는 접대비 한도를 매출액의 0.2~0.03%로 제한해 삼성그룹의 실제 접대비는 공시 내용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회계상 일부만 접대비로 올리고 나머지는 광고홍보비 등 다른 계정으로 처리하기 때문이다.

한편 김영란법 시행 이후 접대비 지출이 크게 줄고 있는 것은 위스키 시장 위축과 괘를 같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위스키업계의 매출 및 이익감소 경향이 뚜렷해진 것이다.

실제 위스키업계에 따르면 국내 위스크 출고량은 2008년 284만1155상자로 정점을 찍은 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으며, 김영란법 시행 이후 감소 폭이 더 커지는 양상이다.

위스키 출고량은 ▲2009년 255만8131상자 ▲2010년 252만2925상자 ▲2011년 240만667상자 ▲2012년 212만2748상자 등 조금씩 역성장하다 2013년 185만600상자로 200만 상자 지지선이 무너졌다.

이어 2015년 174만8330상자에서 지난해에는 166만9039상자로 4.5% 줄었으며 올들어선 감소폭이 더 커지고 있다. 업계에선 김영란법 여파로 위스키보다는 소주, 맥주, 막걸리 등 저가 서민용 주류 시장이 커지면서 올해 위스키 출고량이 150만상자 이하로 뚝 떨어질 것으로 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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