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방상훈 기자] 예상치 못한 어닝쇼크다. 게임대장주 엔씨소프트가 시장의 기대치를 크게 벗어난 부진한 1분기 성적표를 냈다.

게임 시장의 대세라는 모바일 게임의 비중 확대로 체질 개선을 추진 중이라고는 하나 당초 1분기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도는 부진한 실적이다.

시장의 기대가 컸다는 것은 주가 흐름이 잘 말해준다. 지난 3월2일 전저점으로 주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최고가를 경신한 것이 불과 1주일전의 일이다. 조정을 받긴 했지만 엔씨 주가는 11일 10시46분 현재 35만6000원을 기록중이다. 시가총액 역시 7조8287억원에 달한다.

엔씨소프트는 11일 공시를 통해 1분기 연결 기준 잠정 영업이익이 304억원으로 작년 같은기간보다 무려 59.8%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액은 2395억원으로 0.6% 줄었지만 영업이익이 60%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당기순이익의 감소율은 더욱 커서 무려 73.7% 줄어들었다.

증권가에선 어닝쇼크로 간주하는 분위기다. 증권사들은 원래 엔씨소프트가 1분기에 약 2600억원의 매출에 8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추정해왔다.

엔씨의 예상 밖 실적 부진은 기존 PC게임의 성장 둔화로 풀이된다. 신작 모바일 게임 리니지M 출시를 앞둔 대기 수요가 누적됐지만 아직 실적에는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엔씨는 그럼에도 비용이 크게 늘어났다. 리니지M 등 신작 게임의 마케팅 비용이 늘어난데다가 특별 인센티브 지급에 따른 인건비가 크게 증가한 것이 복합적으로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핵심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주요 PC 온라인 게임의 1분기 매출이 크게 줄어든 것이 이익률 저하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계절적 요인 등의 영향으로 간판작인 리니지 매출이 전분기대비 57%나 감소했다.

리니지는 출시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엔씨를 대표하는 간판 게임이다. 유저풀이 막강하고 유저 로열티가 워낙 강해서 마케팅 비용 대비 매출이 큰 대표적인 캐시카우다.

수 많은 간판게임중에서 리니지 매출이 가장 크다. 다른 게임보다 리니지 매출 감소는 이익에 절대적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상품별 매출을 보면 리니지가 515억원, 리니지2가 184억원, 아이온이 133억원, 블레이드&소울(블소)이 446억원, 길드워2가 142억원, 기타 게임이 340억원 등이다.

그나마 매출 비중이 두번째로 큰 블소 매출은 국내외 부분 유료화 전환과 북미·유럽의 업데이트 효과로 전 분기보다 13%증가한 것이 이익률 감소폭을 줄인 것으로 해석된다.

지역별로는 국내에서 1276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절반이상을 차지한다. 북미와 유럽은 283억원, 일본 106억원, 대만 95억원의 매출을 각각 거뒀다. 넷마블의 리니지2레볼루션 등 로열티 매출은 635억원이었다.

엔씨소프트는 2분기 이후엔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신작 게임에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달 중순께 서비스 예정인 모바일게임 리니지M이 그것이다. 리니지M은 사전예약단계에서 돌풍을 모아 대박이 예고돼있는 상태다. 이와 함께 주요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다양한 신규 게임도 차례로 선보일 계획이다.

문제는 넷마블게임즈의 리니지2 레볼루션이 전날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서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으로 재분류되면서 비슷한 형태의 게임인 리니지M도 청소년이 이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리니지M을 기존 리니지2 레볼루션 등급과 같은 12세 이용가로 준비해왔던 엔씨소프트로선 난감한 상황이다. 청소년이용불가와 12세이용가 등급의 차이는 매출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리니지2레볼루션 로열티 수익 감소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엔씨 관계자는 "등급 재분류는 사전에 인지했다. 내부적으로 상황을 파악해보고 그에 따른 조처를 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게임의 본질을 바꾸지 않고 이용등급을 두단계 이상 낮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리니지M 출시를 계기로 다시 의미있는 성장세로 반전시키려던 엔씨소프트가 과연 2분기에는 시장 기대에 부응하는 성적표를 받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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