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러시아 '사전 합의'...24일 빈 석유정상회담서 9개월 연장 가능성

▲ 작년 9월28일 알제에서 열린 OPEC회의 후 누레딘 부타르파 알제리 에너지 장관(가운데), 빈 살레 알 사다 카타르 에너지 장관(왼쪽), 모하메드 바르킨도 석유수출국기구(OPEC) 사무총장이 감산 합의 후 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강인식 기자] 작년말 OPEC(석유수출국기구)와 주유 산유국들이 전격 합의, 오는 6월말 종료되는 산유량 감산 합의가 내년 3월까지 9개월 더 연장될 가능성이 커졌다.

세계 양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15일 추가 연장안에 합의, 이달 24, 25일 이틀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OPEC와 비OPEC 정상회담에서 추가 연장안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파이낸셜타임즈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포럼에 참석한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과 칼리드 알팔리흐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이 별도 회담을 열고 이같이 합의했다.

두 장관은 회담 후 발표한 공동 성명에서 "원유 시장 안정화 노력이란 주요 목표 달성을 위해 주요 산유국들의 자발적 행동(감산)을 9개월 더 연장할 필요가 있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거들고 나섰다.  푸틴은 "최근 러시아의 대형 석유기업 대표들과 비공개로 만났다"면서 그들도 모두 감산 합의 연장을 지지했다고 소개했다.

글로벌 석유생산량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 시한 만료를 앞두고 하락세를 보이던 국제유가는 즉각 반응했다.

OPEC을 대표하는 사우디와 비 OPEC을 대표하는 러시아가 추가 감산 합의를 주도할 가능성에 국제유가가 일제히 급등세를 보인 것이다.

OPEC 등 24개 산유국의 감산 조치에 동참하지 않던 미국이 셰일 오일 생산을 2015년 8월 이후 최대로 늘리면서 맥을 추지 못했던 국제유가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날 제석유시장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장중 1.8% 뛴 배럴당 48.7달러를 찍었다. 북해산 브렌트유는 1.7% 오른 배럴당 51.7달러까지 치솟으며 강세를 나타냈다.

6월물 WTI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3.49% 상승한 49.51달러에 달하며 50달러벽 돌파를 시도하고 있고 브렌트유는 3.21% 상승한 52.47달러를 찍었다.

중국과 함께 세계 최대 원유 소비국인 미국의 원유재고가 지난 3월을 정점으로 5주 연속 줄어들면서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주요 산유국들이 추가감산 합의에 성공할 경우 국제유가는 당분간 강세장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이제 관건은 오는 24∼25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OPEC와 비 OPEC 산유국 장관급 회의에서 추가 연장안에 대한 합의를 도출해내느냐는 점이다. 사우디와 러시아가 감산 합의에 한목소리를 낸다고 해도 이날 회의에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며 말짱 도루묵이다.

주요 산유국들이 감산에 전격 합의한다면, 감산량은 작년말 합의때와 같은 1일 180만 배럴 수준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PEC은 지난해 11월 말 산유량을 올해 상반기 하루 120만 배럴 줄이기로 합의했고, 뒤이어 러시아를 포함한 11개 비OPEC 산유국들도 지난해 12월 중순 산유량을 하루 55만8000 배럴을 감산하기로 했었다.

골드만삭스 등 투자분석가들은 "글로벌 석유시장이 재조정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OPEC 등 24개 산유국이 올해 하반기까지 감산을 연장한다면 수요가 상당한 수준으로 상승할 것으로 관측했다.

국제유가의 상승세는 우리나라 경제에는 실보다는 득이 많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물가 상승에 대한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이지만, 주력업종 중 하나인 석유화학산업의 상승세가 더 커질 것이란 기대감 탓이다.

지난해부터 호실적을 이어가던 국내 정유업계가 2분기에 주춤할 것이라는 전망도 이번 산유국들의 감산 연장 합의와 국제유가 상승 전망으로 빗나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편 산유국들의 감산 연장 가능성에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뉴욕증시가 강세를 나타냈다. 유가 급등에 에너지업종도 1.2% 오르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엑손모빌과 쉐브론의 주가도 장 초반 각각 1% 넘게 상승하며 모처럼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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