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권단체, 17일 전국서 공동행동...피해자 부모, 범인 상대 5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 지난해 5월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한 시민이 묻지마 살인 피해자 추모글을 남기고 있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이하나 기자] 17일 ‘강남역 살인사건’ 발생 1주기를 맞아 여성·인권 단체들이 전국에서 공동 행동에 나선다.

1년전 서울 서초동 강남역 인근 주점 남녀 공용화장실에선 20대 여성이 정신분열증(조현병) 환자에게 살해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5.17강남역을기억하는하루행동'(5.17하루행동)은 17일 정오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다시 포스트잇을 들다'라는 주제로 기자회견을 연다. 오후 3시 신촌 유플렉스 광장과 오후 5시 홍대 걷고싶은거리(홍대입구역 8번 출구)에서도 ‘강남역 살인사건’으로 희생된 피해 여성에 대한 추모 행동을 이어간다.

오후 7시에는 신논현역 6번 출구 앞에서 범페미네트워크 주관으로 '우리의 두려움은 용기가 되어 돌아왔다'는 제목의 추모 문화제를 갖는다. 검정색 옷을 차려 입고 ‘강남역 살인사건’ 희생자를 추모한 후 강남역 10번 출구까지 600여m를 행진하게 된다. 희생자에 대한 추모제는 대구와 부산에서도 열린다.

1년 전 사회에 큰 충격을 줬던 이른바 '강남역 살인 사건'을 계기로 정부 당국에 의해 여성에 대한 신변 안전 대책이 쏟아졌지만 일상 속에서 여성들이 느끼는 위협과 불안감은 여전하다.

비뚤어진 여성 혐오에 맞서려는 움직임이 성별 대결 양상으로 비화돼 소모적인 논쟁도 계속되고 있다.

‘강남역 살인사건’은 "여자들이 나를 견제하고 무시한다"는 피해 망상을 가진 남성이 화장실에 숨어 여성이 들어오기를 기다린 후 범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여론의 시선은 당초 '묻지마 범죄'의 잔혹성에서 '여성 혐오(misogyny·여혐)' 문제로 초점이 옮겨갔다.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여성들 사이에서 퍼졌고, 이 불안은 여성 안전대책의 실태를 점검하는 계기가 됐다.

검찰은 여성 대상 범죄에 양형기준 형량 범위 안에서 최고형을 구형하고, 구형량보다 낮은 형이 선고될 경우 적극 항소하기로 했다.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진 '소시오패스'로 판정된 피의자를 기소유예 처분할 때도 무조건 선처가 아닌 치료 조건을 부과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앞다퉈 화장실 개선책을 내놨다. 공중 화장실 입구에 폐쇄회로(CC)TV를 달거나 화장실 내 칸마다 경광등과 비상벨을 설치하는 식이다. 남녀 공용화장실의 분리 설치 의무화도 추진했다.

그러나 전체 화장실의 3%에 불과한 정부와 지자체 소유 화장실만 개선될 뿐 민간 건물의 경우 남녀 공용화장실을 분리 설치하도록 할 법적 강제성은 없다.

강남역 살인 사건 발생 두 달여만에 제주시청 공중화장실에서 여성 성폭행 시도 사건이 발생하는 등 여성들을 극도의 불안에 빠뜨리는 강력 사건들도 잇따랐다.

‘강남역 살인사건’ 1주기를 앞두고 해당 자치구인 서초구가 화장실에 비상벨과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는 등 39억여원을 쓰며 재발방지에 나섰지만 걸림돌은 여전하다.

서초구는 지난해 6월부터 관내 전체 공공ㆍ상업용 건물 1,049동의 화장실을 직접 방문해 전수조사하고, 8억2,000여만원을 들여 비상벨 348대와 CCTV 39대를 설치했다.

하지만 강남역과 교대역 등 6개 역세권 주변 건물주 847명을 직접 찾아가 남녀화장실 분리, 비상벨ㆍCCTV 설치 동참을 적극 요청해왔지만 수천만원의 공사비를 투입해야하는 이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한편, 강남역 살인사건' 피해자 부모는 지난 11일 범인 김모(35)씨를 상대로한 5억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장을 수원지법 성남지원에 제출했다.

A씨 부모는 소장에서 "A씨가 기대수명보다 60년 이상 이른 나이에 사망했고 갑작스러운 딸의 살해 소식에 유족들은 정신적 충격을 받아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어렵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A씨 부모는 "장례비 300만원을 비롯해 A씨가 60세까지 얻을 수 있었던 일실수익 3억6930여만원과 정신적·육체적 위자료 2억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들은 국가가 유족구조금으로 지급한 7240여만원을 제외한 4억9990만여원을 실제 청구액을 정했다.

A씨 부모가 낸 소송은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법률상담 및 지원을 통해 이뤄졌다. 대법원은 지난달 13일 김씨에게 징역 30년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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