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미 국장이 지난 3일 워싱턴 상원 법사위 청문회에 출석해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후보 이메일 재수사 결정 등에 관해 증언하던 중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강인식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탄핵 위기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연일 트럼프를 공격하고 있는 민주당에 이어 집권여당인 공화당 내에서도 탄핵론에 동조할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탄핵설의 발단인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 해임 및 수사 중단 압력 논란이 미 정가를 벌집 쑤신듯 거세지자 공화당 내에서조차 '트럼프 탄핵론'이 공개적으로 제기된 것이다. 트럼프는 이제 진퇴양난의 위기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공화당 소속 저스틴 아매쉬(미시간) 하원의원은 17일(현지시간) 미 의회전문지 기자가 트럼프가 코미 국장에게 '러시아 커넥션' 관련 수사 중단을 요청했다는 이른바 '코미 메모'가 사실을 경우 탄핵감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단언했다.

아매쉬는 또 코미 전 국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가운데 어떤 것을 더 신뢰하느냐는 다른 기자의 질문에 "내가 코미 국장한테 더 신뢰가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잘라 말했다. 뉴욕타임스(NYT)가 전날 폭로한 트럼프의 수사 중단 압력이 사실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 발언이다.

야당인 민주당은 물론이고 여당인 공화당 의원까지 탄핵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서자 트럼프에 대한 탄핵론이 본격적으로 고개를 쳐들고 있다.

민주당 소속 알 그린(텍사스) 하원의원은 17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하원 회의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탄핵'에 관한 공개 발언을 할 것임을 미리 예고한 것이다.

그린 의원은 별도 입장자료를 통해 "트럼프는 하원에 의해 기소돼야 하는 행위를 저질렀다. 2016년 미국 대선에 영향을 준 러시아와 트럼프캠프 간의 연계성에 대한 합법적 수사를 방해한 것은 명백한 탄핵 사유라는 주장이다.

트럼프는 지난 9일 러시아의 미국 대선개입 해킹 사건 및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당국 간의 내통 의혹을 수사 중이던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전격으로 해임해 '수사방해' 논란을 자초한 데 이어 전날에는 과거 코미 전 국장에게 수사 중단을 압박했다는 이른바 '코미 메모'가 터져 나와 궁지에 몰린 상태다.

NYT는 전날 코미 메모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14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코미 국장에게 러시아 내통설 수사를 언급하면서 '당신이 이 사건을 놔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같은 요청은 트럼프가 그의 측근들과 러시아 간의 내통설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는 법무부와 FBI에 대해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결정적인 증거라고 덧붙였다.

여론도 탄핵론에 좀 더 무게가 실리고있다. '퍼블릭폴리시폴링(PPP)이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탄핵 관련 질문에 응답자의 48%가 지지한다고 답했다. 반대 응답은 41%였다. 나머지 11%는 구체적으로 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탄핵 찬성의견이 더 높게 나타났다.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음을 감지한 트럼프 대통령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트위터를 통해 활발하게 주요 이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혀 온 트럼프지만 코미 전 국장의 메모에 대한 보도가 나온 후 하룻밤이 지난 17일 오전(현지시간)까지도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CNN에 따르면 이날 코네티컷으로 향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코미 전 국장의 메모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입을 굳게 닫은 트럼프와 달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푸틴은 이날 러시아 소치에서 파울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 정부가 이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한다면 우리는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트럼프의 대화 기록을 미국 상원과 의회에 제공할 준비가 됐다”고 강조했다.

푸틴은 한발 더나아가 트럼프 캠프의 '러시아 커넥션' 의혹과 관련 “이런 말도 안 되고 쓰레기 같은 말을 지어내는 사람들이 다음에 뭘 꾸며낼지 상상하기도 힘들다”고 맹 비난했다.

영국과 아일랜드의 도박사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탄핵과 조기 사퇴 가능성을 점차 높이고 있다고 마켓워치가 최근 보도했다. 아일랜드 도박업체 패디파워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이 33%, 트럼프의 사퇴 확률이 35%에 달한다.

그러나 여전히 트럼프의 탄핵 결의 가능성은 낮다. 여당인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한 상태여서 탄핵안 자체가 국회를 통과하긴 쉽지 않다는게 중론이다.

미국 헌법에는 하원에서 과반이 동의해야 탄핵소추가 이뤄지며 상원 출석 의원의 3분2가 찬성해야 탄핵이 최종 결정된다. 하원의 경우 공화당이 238석, 민주당이 193석을 각각 차지하고 있다. 상원은 공화당이 52석, 민주당이 48석으로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다수당이다.

미 헌법상 탄핵 사유가 반역, 뇌물 수수 또는 기타 중범죄와 경범죄로 규정하고 있는데 과연 트럼프가 대통령직을 수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범죄를 저질렀다고 입증할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도 트럼프 탄핵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점을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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