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금요극장 '마이걸' 19일 밤 12시 25분

▲ 영화'마이 걸' .

[위클리오늘=설현수 기자] 1970년대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매디슨. 전형적인 미국의 한가로운 교외 마을인 이곳에 장의사의 딸 베이다가 살고 있다. 베이다는 동네 꼬마들에게 시체를 보여주겠다며 돈을 받고, 빈 관짝만 보여주는 괴짜 소녀이다. 

동네 친구들은 베이다에게 이상한 아이라고 하지만, 그런 베이다와 유일하게 잘 어울리는 친구는 수줍음 많고 속 깊은 토마스 J이다. 엉뚱하고 명랑한 성격의 베이다는 아버지의 독특한 직업 덕분에 어릴 때부터 죽음을 접하고 지냈는데, 아버지가 시체 방부 처리하는 곳에 가서 노래를 부르는가 하면, 저녁 식사 도중에 죽을병에 걸린 시늉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곧잘 목에 닭 뼈가 걸렸다거나, 암에 걸린 것 같다면서 동네 의사 선생님을 찾아간다. 

베이다는 아빠의 관심을 끌기 위해 끊임없이 아빠한테도 엉뚱한 행동을 하지만, 아빠는 어쩐 일인지 항상 무뚝뚝하다. 

어느 여름방학, 아빠의 장의사 영업소에 시체 화장을 해줄 메이크업 아티스트 쉘리 아줌마가 새로 들어오고, 아빠와 쉘리 아줌마는 어느덧 연인 사이로 발전한다. 아빠의 사랑에 목마르던 베이다는 쉘리 아줌마에게 질투를 느낀다. 

한편 베이다는 짝사랑하던 빅슬러 선생님이 여름방학에 성인을 대상으로 개최한 글짓기 교실도 수강해서, 어른들과 함께 시를 낭송하고 시를 쓴다. 

그러던 어느 날, 베이다의 유일한 친구 토마스 J가 숲에서 베이다의 잃어버린 반지를 찾아주려다가 벌에 쏘여 알러지 쇼크로 사망하게 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난다. 

슬픔에 잠긴 베이다는 삶과 죽음에 대해 직면하게 되고, 베이다의 아빠 역시 밝고 엉뚱한 면 뒤에 숨겨져 있던 어린 아이의 불안한 감정을 처음으로 마주하고 자신의 감정에 대해 솔직히 털어놓으며 베이다와 함께 슬픔을 극복한다. 

쉘리 아줌마, 아빠, 그리고 학교 친구의 따뜻한 애정과 관심 덕분에 베이다는 차차 슬픔을 극복하고 다시 밝은 모습으로 성장한다.

귀엽고 독특한 괴짜 소녀 베이다를 통해, 성장 중인 아이가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슬픔을 유쾌하게 담아냈다. 

어머니의 죽음, 짝사랑의 실연, 친구들 사이의 따돌림, 치매로 정신을 잃어가는 할머니, 친구의 죽음 등 인생을 살면서 마주할 수 있는 슬픔을 소재로 하지만, 베이다라는 밝고 명랑한 아이를 통해서 사랑스럽고 애틋하게 풀어낸다. 

어린 베이다의 눈을 통해 바라보기 때문에 슬픈 일이 있어도 슬프지 않다. 즉, 동화 속에 나오는 소녀의 여름 방학을 그린 듯한 한 편의 성장 드라마 같은 작품이다.

<나홀로 집에>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유명 아역 맥컬리 컬킨을 비롯, <마이걸>로 주연 데뷔를 한 안나 클럼스키의 통통 튀는 연기가 사랑스럽다. 

어린 아이인 두 인물의 대사와 행동도 재미난 볼거리이다. 여러 가지 슬픔을 다루지만 극중 인물들은 영화 후반부 전까지는 절대 슬프다는 말을 입에 담지 않는다. 

대신 ‘평범하게’ 다가오는 가족을 밀어내거나, 유머로 둘러대거나, 엉뚱한 행동을 보여주는데 이런 마음의 불안함과 슬픔을 대신 표출하는 섬세한 인간 묘사도 인간적이다. 

괴짜 소녀 베이다에게는 슬픈 일들이 일어나지만 결코 슬프게 묘사되지는 않는다. '마이 걸'은 아역부터 성인 연기자들의 탄탄한 연기와, 밝고 가볍게 죽음을 다루는 극의 대조적인 전개가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EBS 금요극장 '마이걸' 19일 (금) 밤 12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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