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바 인수전이 4파전으로 압축되고 있다. <그래픽=뉴시스>

[위클리오늘=송원석 기자] 낸드플래시 메모리 부문의 강자인 일본 도시바 메모리 부문이 세계 반도체업계 인수합병(M&A)의 최고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도시바 메모리가 누구의 품으로 돌아가든 국내업체들에겐 손해볼게 없다는 보고서가 나와 흥미롭다.

미국 투자에서 천문적인 투자손실을 봐 부득불 메모리 반도체 사업부 매각을 추진중인 도시바는 삼성전자에 이은 낸드플래시 시장 2위의 만만찮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SK하이닉스는 물론 미국, 일본, 중국, 대만 등 글로벌 기업간의 물밑 인수전이 치열하다.

인수전 초기에는 메모리 시장 2위이자 낸드플래시 시장 3위인 SK하이닉스의 인수 가능성이 유력하게 떠올랐으나, 낸드시장이 반도체시장의 노른자위로 성장성이 매우 크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일본업체나 일본과 연계한 미국컨소시엄 인수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도시바 반도체가 경쟁국인 미국이나 일본 인수자에게 매각될 경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업체들에게 불리할 것 같 지만, 결코 해로울게 없다는 분석 자료가 나와 주목된다. 도시바 반도체 사업이 매물로 나오면서 국내 낸드 업계에 전체적으로 반사이익을 안겨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도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도시바 메모리 매각 이슈는 꽃놀이패'란 보고서를 통해 일본 도시바의 메모리 매각 이슈는 전체적인 글로벌 낸드 업황과 국내 메모리 업체들에게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무엇보다 낸드 시장 선두인 삼성은 물론 3위 SK하이닉스에 부담스러운 존재인 도시바가 사업부 매각으로 차세대 낸드인 3D낸드 투자기회를 상실했다는 점이다. 매각 과정이 지연된데다가 경영승계 과정까지 포함하면 투자 타이밍을 놓쳤다는 의미다.

기존 2D시장을 대체할 차세대 3D낸드는 현재 삼성이 독주하는 가운데 SK가 전략적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분야다. 전체 낸드시장에선 도시바가 2위지만, 3D로 시장이 옮겨가면서 삼성과 SK의 양강체제가 굳어지는 양상이다.

자연히 도시바의 메모리 부문을 누가 인수하든 상관없이 3D낸드의 공급부족은 더욱 심화될 것이며, 수급불안에 따른 공급가격 인상과 수익은 고스란히 국내업체들이 볼 것이란 분석이 이 보고서의 기본 논리다.

최 연구원은 현재 낸드플래시 업계의 기술적 추세가 2D에서 3D로 넘어가는 전환기에 있는데, 도시바의 3D 낸드플래시에 대한 시설투자가 늦춰지면 경쟁사들의 시장 점유율이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업계 전체적으로도 3D 낸드플래시의 공급 부족이 더 길어지면서 3D 낸드의 '빅 사이클'이 더 연장될 수 있다고 최 연구원은 분석했다.

매수자가 결정돼 매각이 완료돼도 낸드플래시 업황에 긍정적이라고 봤다. 웨스턴 디지털(WD) 같은 전략적 투자자가 인수할 경우 전 세계 각국의 반독점 승인 심사를 거쳐야 해 낸드 투자가 바로 집행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만약 재무적 투자자가 인수한다해도 상황은 비슷하다. 산업에 대한 이해 부족이나 투자 회수 우려로 과감한 시설 투자를 단행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최 연구원은 "3D 낸드플래시 기술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도시바 매각의 최대 수혜 업체"라며 "SK하이닉스는 기본적인 낸드 업황 개선 수혜를 보면서 인수 참여 때 무리하지 않은 금액으로 낸드 업계 2위가 될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도체 업계에서도 이번 매각 건이 다른 낸드플래시 업체에게 시장 확대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낸드 산업의 흐름이 3D로 전환되는 시점이어서 새로운 장비, 새로운 투자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며 "이런 패러다임 전환기에 도시바는 물론 도시바 인수업체도 적극 대응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낸드 시장에서는 도시바 매각 이슈는 국내업체들에게 실보다 득이 많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도시바 외에 중국 업체들이나 인텔, 마이크론 등 미국업체들의 부상이 잠재적으로 더 큰 변수"라고 입을 모은다.

한편 도시바 인수전은 웨스턴 디지털(WD)이 2차 입찰에 불참하면서 SK하이닉스·베인캐피털 컨소시엄, 브로드컴,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컨소시엄, 홍하이 등 4파전으로 경쟁이 압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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