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 IS 점거 폭동...두테르테, 인신보호영장청구도 중단, "필리핀 전역 계엄령 선포할수도"

▲ IS를 추종하는 무슬림 극단주의 단체 '마우테’가 지난 23일(현지시간)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의 도시 마라위를 점령해 폭동을 일으키면서 최소 21명이 사망했다.사진은 피난길에 오른 마라위 주민들.<사진=필리핀스타 페이스북 캡처>

[위클리오늘=이소연기자]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폭동이 발생한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섬 마라위시에 계엄령을 선포한 데 이어 영장없이 테러 용의자를 체포·구금할 수 있도록 했다.

필리핀 경찰은 계엄령 선포와 함께 전국에 비상경계 태세를 발동하고 마우테와 다른 이슬람 반군의 테러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IS를 추종하는 무슬림 극단주의 단체 '마우테’가 지난 23일(현지시간)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의 도시 마라위를 점령해 폭동을 일으키면서 최소 21명이 사망했다.

가디언은 25일 "이슬람 무장세력이 경찰서장을 참수하고, 건물을 불태우고, 가톨릭교 사제와 신도들을 붙잡는 등 마라위를 휩쓸고 있다"며 현지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전투에서 최소 21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계엄령이 선포된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섬에는 무장반군이 신부와 신도 등을 납치해 인질극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필리핀가톡릭주교회의 의장인 소크라테스 빌레가스 대주교는 민다나오 섬의 마라위 시 성당에 무장세력이 난입해 신부와 신도, 성당 직원 등을 인질로 붙잡고 정부군이 철수하지 않으면 죽이겠다는 위협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질 수는 4∼14명으로 알려졌으나, 현재 어디에 억류돼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마우테는 마라위 시를 점령하고 학교, 성당 등을 불태웠으며 정부군과 경찰 3명이 마우테와의 교전 과정에서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필리핀 현지 언론에 따르면 에드가르드 아레발로 필리핀 군 대변인은 "지금까지 무장세력 13명, 군인 5명, 보안요원 1명, 경찰 2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부상자는 31명이다.

현지매체와 외신 등에 따르면 마라위시는 IS 무장단체의 주요 시설 점거와 폭발물 설치 등으로 시민들의 공포가 극에 달한 상태다. 무장한 IS 요원과 군인들 사진, 주민 수천명의 피난 행렬 사진 등이 SNS에 올라오고 있다. 마라우시는 수도 마닐라에서 남쪽으로 약 800㎞ 떨어진 도시로 20만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현지 GMA방송은 IS 무장세력에 총살된 9명의 민간인이 사살된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마우테 이외에 아부사야프 등 여러 이슬람 반군이 민다나오 섬을 거점으로 테러, 납치 등을 일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번 필리핀 마라위에서의 IS 폭동은 지난 23일 필리핀군이 마라위에 은신하던 테러 용의자 이스니론 하피론의 거처를 급습하면서 발생했다. 하피론은 IS의 동남아 지역 총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델핀 로렌자나 필리핀 국방장관은 급습 과정에서 총격전이 발생했고 마라위의 무장반군들이 동맹단체인 마우테에 도움을 요청해 100여 명의 무장세력이 추가로 마라위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계엄령 선포 후 "북부 루손 지역에도 이슬람국가(IS) 조직이 거점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테러 활동이 진정으로 수그러들지 않으면 나라 전역에 계엄령을 선언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모스크바 방문 중 급거 귀국한 두테르테 대통령은 마라위에서 정부군과 10여 명을 인질로 붙잡은 무슬림 무장조직 사이에 전투가 격화된 가운데 이날 귀국 공항에서 기자들에게 이같이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계엄령을 전국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입장까지 밝히면서 인권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야권과 인권단체에서 불거지고 있다.

필리핀 인권단체연합인 '카라파탄'은 "계엄령이 답이 아니며 결국 대규모 인권침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하며 두테르테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에 반발했다. 이 단체는 "계엄령으로 수백 명의 민간인을 죽일 수 있는 공습을 포함한 군사작전이 강화되고 초법적 처형, 불법 체포, 고문 등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필리핀 국가인권위원회는 독재자 마르코스 계엄 시절의 인권 유린 피해를 상기시키며 두테르테 정부에 인권 보호를 촉구했다.

필리핀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인구 2000만 명의 민다나오 섬에서 인신보호영장제도의 시행을 중단하는 헌법상의 긴급조치 권한을 행사했다. 인신보호영장 제도는 법원이 피구금자의 석방을 명령할 수 있는 헌법상의 구제 수단이다. 이 제도의 효력이 중지됨에 따라 계엄군이나 경찰 등이 테러 또는 반란 가담 용의자를 영장 없이 체포, 구금해도 사법부가 막지 못한다.

우리 외교부는 계엄령 선포에 따라 필리핀 민다나오 일부 지역에 60일간 한시적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했다. 우리 국민이 즐겨찾는 보라카이와 세부에도 각각 남색경보(여행유의), 황색경보(여행자제)가 내려졌다.

우리 외교부는 필리핀 만다나오 전역에 계엄령이 선포됨에 따라 24일부로 민다나오 카가얀데오로시와 다바오시에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했다. 민다나오 여타 지역은 이미 여행금지에 준하는 특별여행경보가 발령 중이다.

외교부는 긴급 상황 발생 시 주필리핀대사관 또는 영사콜센터로 연락해 줄 것을 당부했다. 외교부는 "특별여행주의보가 발령된 지역에 가급적 여행을 취소하거나 연기하고, 긴급한 용무가 아닌 한 철수할 것을 권고한다"며 "민다나오 지역 치안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향후 특별여행주의보 유지 여부를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필리핀대사관 전화번호는 +63-2-856-9210, 영사콜센터 번호는 +82-3210-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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