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한국영화특선 '대괴수 용가리' 28일 밤 10시 55분

▲ '대괴수 용가리' 포스터.

[위클리오늘=설현수 기자] 강력한 파괴력을 가진 괴수 용가리가 인왕산에 불쑥 나타나서 문화시설을 닥치는 대로 부수고 서울을 전율과 공포 속에 몰아넣는다. 

그냥 스쳐 지나가기만 해도 시청이며 큰 건물이 무너지게 하는 이 괴수를 잡기 위해 한국의 군경, 과학자들이 대책을 강구하나 효력이 없던 중, 용감한 한 젊은 과학도(오영일)와 그의 애인(남정임), 우주비행사(이순재)가 합세하여 활약하고, 죽음을 무릅쓴 모험 끝에 용가리를 쓰러뜨리고 만다는 내용의 공상과학 영화.

SF 영화의 불모지였던 한국영화사에서 특수효과라는 개념을 최초로 도입한 영화는 '불가사리'(1962)이다. 그러나 당대에 그다지 인정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대괴수 용가리'는 트릭이나 합성, 미니어처 등을 활용한 특수촬영 기술을 전면적으로 도입했다. 당대 평균 제작비의 몇 배를 상회하는 거금을 들였고, 일본 기술진이 내한해 제작에 참여했다. 한국이 보유한 조명 라이트 중 3분의 2를 사용하는 물량공세를 통해 실감나는 특수효과를 연출했다.

한국에서 괴수 영화가 다시 한번 재조명 받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후반이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대괴수 용가리'는 한국 전쟁 이후 열악한 상황 속에서 특수효과와 다양한 장르적 실험을 거듭하던 한국 영화계의 실험작으로 불린다. 

당시 한국영화에선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SF장르에 도전하고, 비록 대부분이 일본의 기술에 의존한 것은 사실이지만, 특수효과의 지평을 열었다는 점에서 '대괴수 용가리'는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편당 500만~600만원의 제작비가 평균적이었던 당시에 '대괴수 용가리'는 1300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흥행에도 크게 성공을 거두었을 뿐 아니라 해외에도 수출되어 한국 감독으로서 김기덕을 해외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판문점 근처에서 솟아 나와 남한을 위협에 빠뜨리는 괴물 용가리의 출현은 한국전쟁을 상기시키면서 1960년대 관객에게 생생한 공포감을 자극했고, 이 때문에 이 작품은 반공영화의 대열에 오르내리기도 한다. 

1998년 제작된 심형래의 '용가리'의 모티브가 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잊혀졌던 '대괴수 용가리'의 존재가 근래에 새로이 부각되기도 했다.

'대괴수 용가리' 김기덕 감독은 1930년 9월28일 서울 출생.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김기덕 감독은 1961년 '5인의 해병'이란 전쟁영화로 데뷔했다. 이후 그는 많게는 한 해에 여덟 편 그리고 적게는 한두 편씩 20여 년 동안 70여 편에 이르는 작품을 정열적으로 만들었다. 

김기덕 감독은 1963년 '가정교사', '77번 미스 金', 1964년에 '천안삼거리', '맨발의 청춘', '떠날 때는 말없이', 1965년에 '남과 북', '용사는 살아있다', 1966년에 '말띠 신부', '종점', 1967년에 '여대생 사장', '내 멋에 산다', '대괴수 용가리', 1968년에 '아네모네마담', '성난 대지', 1969년에 '샹하이 부루스', '남의 속도 모르고' 등을 만들었다. 

1970년대 들어와서도 그의 다작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1971년에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 '명동 부루스', 1971년에 '열 아홉 순정', '카츄샤', 1972년에 '결혼반지', '별이 빛나는 밤에', 1973년에 '하숙인생', 1974년에 '유관순', '꽃상여', 1975년에 '가수왕' 그리고 1977년에 '영광의 9회말'을 만들었다.

김기덕 감독의 대표작은 1964년 작인 '맨발의 청춘'이라는 청춘물이자, 이른바 깡패영화다. 1990년대 후반 들어서 이른바 조폭영화(組織暴力을 다룬 영화)들이 크게 유행했는데, 사실 그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이미 1960년대에도 깡패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들이 심심찮게 만들어졌다. 

이 당시만 해도 아직 경제적으로 궁핍했던 때였으므로, 힘없고 가진 것 없는 가출 청소년들이 쉽게 암흑가라는 파멸의 길로 빠져들었다. 이 계열의 대표작이 바로 '맨발의 청춘'이었다. 

EBS 한국영화특선 '대괴수 용가리' 28일 (일) 밤 10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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