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중심 매매가 급등, 매물 실종..."신정부 기대감 과하게 반영"

▲ 서울아파트값이 신 정부출범 이후 이상 급등 조짐을 보이고 있어 정부가 언제쯤 부동산 규제책을 내놓을 지 주목된다.

[위클리오늘=전재은 기자] 서울 아파트값이 심상찮다. 박근혜정권 마지막 부동산 규제정책인 작년 11·4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몇달 움추렸다가 대선레이스 시작 이후 꿈틀거리더니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강남, 강북할 것 없이 일제히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5개월 이상의 정국불안이 신 정부 출범으로 다소 해소된데다가 문재인 정부의 안정적인 국정운영 기대감이 고조돼 다시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고는 하나, 그 조짐이 예사롭지 않다. 이상 과열 현상이 뚜렷하다.

강남권 일부 재건축 단지에서 촉발된 서울 아파트값의 강세는 대선 이후 초과이익환수제 적용으로 사업 추진 자체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는 사업 초기 재건축 단지로 확산되는 추세다. 일반 아파트도 덩달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재벌개혁과 부의 재분배에 기본 철학을 담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출범으로 전반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하향 안정화될 것이란 전문가들의 예상은 정권 초기부터 철저히 빗나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현 정부의 핵심 인사들은 과거 부동산 규제의 대못을 쳤던 참여정부의 핵심들이어서 최근의 서울아파트값이 이상 급등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라는게 전문가들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서울 아파트 시세는 대선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0.30% 올랐다. 이는 지난해 10월7일(0.32%) 이후 7개월여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서울 아파트값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주 전에도 7개월만에 최대치인 0.24%가 오른 적이 있디.  특히 5월은 통상 비수기로 꼽힌다는 점에서 작년 5월 주간 상승률(0.11∼0.13%)의 2∼3배 수준에 달하는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28일 한국감정원 조사에서도 별반 차이가 없다. 지난 한 주간 서울 강남권역 아파트값은 0.26% 올라 강북권역 오름폭(0.12%)의 갑절을 웃돌았다. 강동구(0.51%), 송파구(0.31%), 강남구(0.26%), 서초구(0.26%) 등 강남4구가 서울 평균 상승폭(0.20%)을 크게 웃돌았다.

거래량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7일 기준 8490건이다. 지난달 거래량(7824건)을 10% 가량 넘어선 수치다. 주택거래가 활발했던 지난해 5월 거래량(1만163건)과 맞먹는 수준이다.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자 강남권은 매물이 사라지고 있다. 오는 7월 이주가 시작되는 강동구 둔촌 주공아파트는 요즘 매물이 없어 거래를 못 할 정도다. 대선 이후 보름 만에 5000만원 이상 상승했지만 매물이 없어 사실상 부르는게 값이다. 7월중 관리처분인가를 앞둔 강남구 개포 주공1단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특이한 점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적용이 유력해지면서 거래가 급감했던 사업 초기 재건축 단지들까지 시세가 들썩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송파구 잠실 주공 5단지는 지난달 9건이 거래됐는데 이달 들어 26일까지 거래건수가 26건에 달한다. 일선 중개업자들조차 "별 호재가 없는데 팔리는 게 신기하다"는 반응이다.

초과이익환수제로 인해 가격이 하락하고 매물이 쌓이던 지난달과는 판이한 현상이다. 재건축 부담금을 내더라도 강남권 요지의 아파트를 사지 않으면 마치 큰 일이라도 날 것같은 분위기가 팽배하다는게 부동산업자들의 설명이다.

재건축 정비계획조차 통과하지 못한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최근 거래가 부쩍 살아나는 모습이다.이 아파트 113㎡는 올 초 시세가 13억2000만∼13억3000만원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로열층의 경우 13억5000만∼13억7000만원까지 뛰었다.

일반 아파트값은 강남북을 가리지 않는다. 서초구 반포자이 아파트 116㎡는 올들어 1억원 이상 오르면서 현재 호가가 15억∼17억원에 이르며 래미안반포퍼스티지 114㎡는 호가가 18억∼19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서울 아파트값이 초강세를 보이는 것은 대선 이후 불확실성이 걷히면서 매수심리가 크개 회복된 것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탄핵 정국에서 대선으로 이어지는 정치적 불안감이 문재인 정부 출번으로 일거에 해소되면서 움츠려있던 매수자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내년부터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부활하면 서울의 주택 공급 부족이 더욱 심화돼 결국 아파트시새가 오를 것으로 점도 서울아파트값을 끌어올리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문 대통령의 부동산 공약인 '도시재생 뉴딜' 정책이 결국 서울아파트 시장엔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서울 아파트값의 급등세는 신 정부 출범 기대감이 과도하게 적용된 이상 급등으로 향후 적지않은 후유증을 양산할 개연성이 높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무엇보다 최근 증시 초활황장세로 자산가들의 위험자산 선호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어 안전자산인 부동산에 시중 자금이 몰리는데는 한계가 많다는 것이다. 자금시장의 흐름이 증시와 같은 위험자산으로 빠르게 이동할 경우 투매현상까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경제회복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소비심리가 유의미하게 살아나지 않고 있는데다가 북핵문제, 사드배치, 한미FTA, 미국금리인상 등 우리 경제를 둘러싼 글로벌 환경의 변수가 너무 많다.

특히 지금과같은 이상 급등 현상으로 주택시장 불안이 심각해질 경우 문재인 정부가 규제의 칼을 뺴들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미 정부는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기준을 강화하고 가계대출을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150%를 넘지 않도록 관리하는 ‘총량관리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오는 7월 말 유예기간이 끝나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조치를 원래대로 환원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금융연구원은 '가계부채 안정을 위한 정책 제언'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주택시장 상황 때문에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억제되지 않을 경우 LTV, DTI 등 규제를 일률적으로 강화하거나 주택시장 과열 우려가 있는 지역에 대해 한시적으로 강화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정부로선 가계부채와 마찬가지로 부동산시장 과열도 이대로 방치하거나 이상급등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며 "경우에 따라 보유세 인상 등 추가 부동산 규제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없지않다"고 입을 모은다.

한편 최근 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가 가계 대출 규제를 강화할 뜻을 내비쳐 주목된다. 이 후보자는 지난 25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부동산 대출 기준을 더 까다롭게, 엄밀하게 들여다보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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