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채권형펀드 순자산 변동 추이. <자료=금융투자협회 제공>

[위클리오늘=홍정기 기자]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생긴다고 했던가. 주식이 뜨자 채권이 지고 있다. 올들어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 행진을 거듭하며 대세 상승 국면을 이어가면서 채권형펀드의 인기가 뚝 떨어졌다.

채권형펀드란 국고채, 회사채, 기업어음 (CP) 등 채권에 주로 운용하는 투자형상품으로 국고채펀드, 회사채형펀드, MMF(머니마켓펀드) 등이 있는데, 최근 증시 호황 영향으로 자금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같은 경향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정국 불안과 불투명성이 해소된데다 신정부 기대감까지 더해져 주식형펀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임에도 채권형펀드의 인기가 사그러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코스피가 2300선을 돌파하며 한 단계 도약하자 위험자산선호 현상이 더욱 강해지며 올해 들어서만 채권형펀드에서 2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3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연초 이후 국내 채권형 펀드의 자금 유출입을 집계한 결과 지난 26일까지 1조9426억원이 순유출됐다. 코스피 열풍에 채권형펀드 자금 2조원 가량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것이다.

분야별로는 국공채권펀드에서 가장 많은 1조8471억원이 이탈했으며 일반채권 펀드와 회사채권·하이일드채권 펀드에서도 각각 1조2452억원, 552억원, 449억원이 빠져나갔다.

외화로 표시된 국공채와 회사채에 주로 투자하는 KP펀드에서도 325억원이 순유출됐다. 초단기채권 펀드만 1조2823억원이 순유입됐다. 이런 추세라면 조만간 국내 채권형펀드 순유출액이 2조원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 코스피는 2026.46(1월 2일 시가)에서 2355.30(26일 종가)으로 16.23% 상승했다. 코스피의 선전에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되자, 채권형 펀드에서 환매가 줄을 이은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코스피가 닷새 연속 사상 최고치 행진을 벌인 최근 1주일간(26일 기준) 국내 채권형 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만도 4322억원에 달한다. 최근 한 달간 빠져나간 자금(4986억원)의 87%에 해당하는 규모다.

국내 채권형 펀드는 작년초부터 9월까지만 해도 국내외 금리 하락과 증시의 부진으로 중요한 재테크 수단으로 인기를 끌었다. 2015년 12월 말 77조3000억원이던 순자산이 작년 9월13일 101조4810억원까지 불어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채권형펀드에서 자금이탈이 시작된 것은 작년 9월 미국 금리 인상 우려가 부각되면서부터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국내외 금리가 급등세를 보이면서 이런 추세는 더욱 빨라졌다.

이에 따라 최근 6개월간 빠져나간 자금이 3조2552억원에 달할 정도로 국내 채권형 펀드의 인기는 갈수록 열기가 식어가는 분위기다.

실제 대표 채권 상품인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작년 8월 말 연 1.308%에서 지난 26일 연 1.677%로 근 9개월 동안 36.9bp(1bp=0.01%p) 상승(채권값 하락)했다.

오온수 KB증권 연구원은 "미국에서 시작된 경기 회복이 전세계로 확산하면서 위험자산 선호가 전반적으로 강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상대적 안전자산인 채권에 주로 투자하는 채권형펀드의 인기가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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