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왼쪽)과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강민규 기자] 검찰간부 '돈봉투 만찬' 사건에 대한 법무부와 검찰의 '셀프 감찰'이 결국 특수활동비 격려금 관행에 면죄부만 주고 종결됐다.

법무부 검찰 합동감찰반은 7일 '돈봉투 만찬 사건'과 관련해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이 상대측 검사들에게 준 돈의 출처는 모두 특수활동비였다고 밝혔다.

감찰반은 이 중 이영렬 전 지검장이 법무부 직원들에게 준 돈만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김영란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안태근 전 국장이 서울중앙지검 검사들에게 준 금품은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이들이 격려금을 주고받은 것에 대가성도 없었다고 보고 뇌물이나 횡령 혐의도 적용하지 않았다. 

이같은 감찰결과에 따라 검찰총장 직무대행인 봉욱 대검차장은 이영렬 전 지검장과 안태근 전 국장에 대해 각각 ‘면직’ 의견으로 법무부에 징계를 청구했다.

'면직' 처분이 확정되면 퇴임 후 2년 간 변호사 개업을 할 수 없다. 다만 공무원연금은 삭감되지 않는다.  면직은 검사 징계 중 해임 다음으로 높은 수위다. 

법무부장관 직무대행인 이금로 법무부차관은 이영렬 전 지검장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대검찰청에 수사의뢰했다.

# '돈봉투 회식' 경위

합동감찰반 조사 결과, 문제의 회식 만찬은 지난 4월 20일 오전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안태근 전 검찰국장에게 특별수사본부가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다면서 시간이 되는 검찰국 과장들과 함께 참석할 것을 제의하고, 안 전 국장이 이를 수락해 이루어졌다.

회식 자리에서 안태근 전 국장이 4월 21일 오후 6시40분경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의 차장검사, 부장검사에게 100만원 또는 70만원이 들어있는 봉투를 수사비 명목으로 지급했다.

이영렬 전 지검장도 법무부 검찰과장, 형사기획과장에게 각각 100만원이 들어있는 봉투를 격려금 등 명목으로 건넸다. 

참석자 10명의 식대 합계 95만원은 식사가 진행되는 동안 서울중앙지검장의 수행기사가 서울중앙지검의 업무추진비 카드로 결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법무부 검찰과장과 형사기획과장은 만찬 직후 식당 앞에서 서울중앙지검 부장 중 한 명에게 봉투를 건네주며 이영렬 전 지검장에게 반환해 줄 것을 부탁했고, 그 부장은 월요일 출근 후 이 전 지검장에게 이를 반환했다.

# 금원의 출처는 모두 ‘특수활동비’

합동감찰반에 따르면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전 국장이 당시 사용한 돈의 출처는 모두 특수활동비로 드러났다.

이들이 사용한 특수활동비는 매월 대검으로부터 수령하는 예산으로 특수수사 부서 검사실 및 각 부· 과 수사활동비, 수시 수사지원비 등에 집행하고 있다.

안태근 전 검찰국장이 사용한 특수활동비는 검찰활동에 편성된 특수활동비 예산으로, 기획재정부에서 법무부에 배정한 검찰활동 관련 특수활동비는 전액 대검찰청으로 재배정되었다가 그 중 일부 금액이 법무부에 배분되어 법무부장관과 검찰국에서 집행하고 있다.

# 이영렬 전 지검장 청탁금지법 위반

이영렬 전 지검장은 만찬 회식에 참석한 법무부 검찰과장과 형사기획과장에게 각각 100만원이 들어있는 봉투를 격려금 명목으로 지급했다.

1인당 식사비 9만5천원을 포함해 이들 법무부 직원 두명에게 이 전 지검장이 제공한 금품액은 각각 109만5천원이다. 

감찰반은 이영렬 전 지검장이 이들 금품등을 제공한 것은 청탁금지법에 위반한다고 판단했다.

법무부 검찰과장과 형사기획과장이 서울중앙지검의 수사 등 특수활동을 실제 수행하는 사람이 아님에도 두 사람에게 특수활동비로 위 격려금을 지급한 것은 예산 집행지침을 위반한 행위라는 것이다.

이 전 지검장이 안태근 전 국장의 식비 9만5천원을 낸 부분도 청탁금지법에 위반된다고 감찰반은 판단했다. 

청탁금지법 상 사교․의례 목적으로 제공하는 음식물은 3만원 한도 내에서만 가능하다.  

품위 손상과 지휘· 감독 의무 소홀도 유책사유로 지적됐다. 

이영렬 전 지검장이 회식 자리에서 금품등을 제공한 것은 인사·형사사건 감독 등 검찰사무의 공정성에 대한 의심을 초래하는 등 부적절한 처신에 해당돼 검사로서의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결론이다.  

또 면전에서 벌어진 부하직원들의 부적절한 금품수수를 제지하지 않고 방관함으로써 지휘·감독도 소홀히 했다는 것이 감찰반의 판단이다. 

하지만 감찰반은 이영렬 전 지검장이 지급한 격려금을 뇌물로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고 밝혔다.

합동감찰반은 "모임 경위 및 성격, 제공된 금액 등을 종합해 볼 때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지급한 격려금을 뇌물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불법영득 의사를 가지고 횡령한 것으로도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안태근 금품 제공 "우병우 사건 관련성 없어"  

안태근 전 검찰국장의 경우 본인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 사이의 통화내역 관련 의혹이 제기되어 있는 상황에서 특별수사본부의 관련 수사가 종결된 지 나흘 만에 저녁 술자리를 가지고, 나아가 특별수사본부 간부인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와 부장검사 5명에게 금품을 지급해 특별수사본부 수사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심히 훼손하는 등 부적절한 처신을 함으로써 검사로서의 품위를 손상했다는 게 감찰반의 판단이다. 

또 면전에서 이루어지는 부하직원들의 부적절한 금품수수를 제지하지 않고 방관함으로써 지휘·감독 의무도 위반했다. 

다만, 안태근 전 국장의 금품제공이 우병우 사건과 관련한 뇌물로 볼 수는 없었다고 감찰반은 밝혔다.

모임 경위 및 성격, 금품 제공 경위, 제공된 금액 등을 종합해 볼 때 안태근 전 검찰국장의 금품 제공을 우병우 수사팀의 직무수행에 대한 ‘대가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감찰반은 특수활동비를 수사비로 지급한 것과 관련해서도 특수활동비의 사용 용도를 벗어나지 않으므로 횡령죄나 예산 집행지침 위반에 해당하지도 않는다고 판단했다. 

검찰국장은 직제 규정에 따른 법무부장관의 위임에 따라 검찰행정에 대한 일선 검사 지휘·감독권과 예산 집행권한을 가지고 있어 특수활동비의 용도 범위 내에서 지급된 수사비는 청탁금지법상 ‘상급 공직자등’이 주는 금품이거나 공공기관인 법무부가 법무부 소속인 검찰 공무원에게 주는 금품에 해당되므로 청탁금지법위반이 아니라는 것이다.   

# 여타 검사들은 '수동적 참석'으로 경징계 

서울중앙지검과 법무부 소속 여타 회식 참여 검사들은 저녁 식사 자리에서 금품을 수수하는 등 직무수행의 공정성에 오해를 불러일으킬만한 처신을 하여 검사로서의 품위를 손상했다는 게 감찰반의 판단이다. 

법무무 검찰과장과 형사기획과장의 경우 비록 당일 서울중앙지검 부장을 통해 이영렬 전 지검장이 준 격려금 봉투를 되돌려 주었으나, 금품을 수수한 사실을 소속기관장에게 신고하지 않아 청탁금지법상 신고의무를 위반했다.

하지만 이들 참석자들은 상급자의 제의에 따라 수동적으로 참석한 점 등을 감안하여 각각 ‘경고’ 조치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게 감찰반의 결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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