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순위 경쟁…흥행도 성공적’

▲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FC 서울과 전북 현대의 경기에서 서울이 2012시즌 우승을 차지,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슬라이딩을 하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 정창수 기자> 지난 9개월간 쉼 없이 달려왔다. 이젠 종착역에 다다랐다. 시즌 내내 숱한 흥밋거리를 안겨줬던 2012시즌 현대 오일뱅크 프로축구 K-리그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올 시즌에는 16개 팀이 팀당 44경기를 치렀다. 종전과 달리 플레이오프나 챔피언 결정전이 치러지지 않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막판까지 흥미진진했다. 흥행도 꽤나 성공적이었다. 올 시즌 프로축구는 29년 역사에서 처음 스플릿 시스템이 적용된 데다 강등팀을 가려내면서 그 어느 때보다 순위경쟁이 치열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프로축구는 성적에 관계없이 단일리그로 치러 이렇다할 외부 자극이 없었기에 경기력 향상과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었다.

상위그룹-우승 경쟁, 하위그룹-강등 탈출 전쟁
서바이벌 게임 보는듯…우승팀 위기관리 돋보여

K-리그는 8월 말까지는 1∼8위, 9∼16위를 상하위 리그로 나누었고, 하위리그 2개 팀은 2부 리그로 강등시켰다. FC서울, 지난해 챔피언 전북 현대, 포항 스틸러스, 수원 삼성, 울산 현대, 제주 유나이티드, 경남 FC 등 상위 그룹A 8개 팀은 치열한 우승 경쟁을 벌였고, 인천 유나이티드, 대구FC, 전남 드래곤즈, 성남 일화, 대전 시티즌, 강원 FC, K리그 막내 구단인 광주 FC, 상주 상무 등 그룹B 8개 팀은 피를 말리는 강등 탈출 전쟁을 치러야 했다.
이러한 스플릿 시스템과 강등제는 내년 시즌에도 그대로 유지된다. 프로축구를 주관하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 10월 이사회에서 내년 시즌에도 스플릿 시스템을 시행하기로 확정했고, 이달 말 이사회에서 내년 리그 방식과 경기 일정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이번 시즌에 광주와 상주가 2부 리그로 강등됨에 따라 내년에는 14개 팀이 1부 리그인 K리그를 치른다.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하게 3라운드를 치른 뒤 막판에 한 라운드(팀당 12경기)를 스플릿 시스템으로 치를 전망이다. 내년 시즌에도 하위 2개 팀(13~14위)은 2부 리그로 추락하고, 12위 팀은 2부 리그 우승팀과 홈 앤드 어웨이 방식의 플레이오프를 치러 1부 리그 잔류 여부를 결정한다.  서바이벌 게임을 보는 듯해 팬의 기대가 높다. 2014년부터는 보다 완전한 1,2부 리그제를 운영하겠다는 게 프로축구연맹의 청사진이다.
강등제가 도입되면서 팬들에게 기쁨과 흥미를 주는 공격축구가 자연스럽게 살아났다. 고무적인 현상이다. 전체 352경기에서 896골이 터져 경기당 2.54골을 기록했다. 2년 만에 챔피언에 오른 서울은 리그 44경기에서 최다승점(96점)에 최다승(29승)을 올리며 41경기 만에 우승을 일찌감치 확정지었다.

FC 서울의 독주

지난해 프로축구 K리그를 달군 최고의 화두가 전북의 ‘닥공(닥치고 공격)’이었다면, 올해는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할 때까지 단 한 번도 연패를 허용하지 않은 서울의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이 단연 돋보였다. ‘데몰리션 콤비’ 데얀-몰리나의 엄청난 파괴력을 앞세운 서울은 올해 ‘천적’ 수원에 패한 것을 빼면 별다른 패배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위력적인 경기력을 유지했다. 그러나 서울은 라이벌인 수원과 5차례(FA컵 포함) 맞붙어 1무4패를 당한 게 옥에 티로 남는다.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할 때까지 단 한 차례의 연패도 허용하지 않았고, 지난 8월22일 전남과의 정규리그 29라운드에서 선두 자리를 꿰찬 뒤 41라운드 우승을 확정할 때까지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빼앗기지 않았다. 서울은 모그룹인 GS그룹의 과감한 지원을 앞세워 국가대표팀에 못지 않는 호화멤버를 구축, 파죽지세를 달리며 뿌린 대로 거둔다는 스포츠계의 정설을 그대로 입증했다. 전경련회장인 서울의 구단주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1년에 3∼4차례 선수단을 초청해 저녁식사 시간을 갖는가 하면 매년 동계훈련지를 방문해 선수들을 격려하는 열성팬으로 이름 나 있다.
올해 ‘대행 꼬리표’를 떼고 정식 감독으로 시즌을 치른 서울의 최용수 감독은 나이가 38세에 불과하지만 특유의 친화력을 앞세운 ‘형님 리더십’으로 팀을 우승으로 이끌어 준비된 지도자로 인정을 받았다.
서울이 우승하는 데엔 ‘데몰리션 콤비’의 힘이 컸다.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MVP, 팬이 뽑은 판타스틱 플레이어상 등 4관왕을 차지한 ‘몬테네그로 특급’ 데얀(31골·4어시스트)과 ‘황금 왼발’ 몰리나(32)는 올 시즌 경기당 평균 공격포인트 1.73을 기록, 매 경기 2골 가까이 기여해 이들 발에서 우승이 만들어졌음을 드러냈다. K리그 6년차인 데얀은 한 시즌 최다골 기록과 사상 최초로 득점왕을 2연패하며 올 한해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 기념촬영하는 K리그 대상 수상자들.

성남 최악의 시즌

K리그 역대 최다인 7회 우승에 빛나는 성남의 추락은 비참했다. 무너지는 것은 한 순간이었다. 성남의 끝없는 추락은 올 시즌 프로축구에서 믿기 힘든 사건으로 평가될 만하다. 성남은 핵심 선수들이 대거 빠져나가 정규리그 10위에 머무른 지난해에도 FA컵 우승의 저력을 보이며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해 아시아챔피언에 올랐다. 하지만 올해는 그룹B에서도 중위권에 그쳐 실망스러운 한 해를 보냈다. 성남은 미드필더 윤빛가람을 경남에서 20억 원에 데려오고, 한상운과 요반치치 등을 영입하는 등 올 시즌을 야심차게 준비했다. 성남은 시즌 개막에 앞서 지난 1월 홍콩에서 열린 아시아챌린지컵 두 경기에서 무려 10골을 폭발시키며 우승을 거머쥐어 이번 시즌에 옛 영화를 재현할 기세였다. 그러나 막상 시즌의 뚜껑을 열어보니 그러한 투지는 찾아보기 힘들었고, 지독한 패배주의에 시달린 채 한 해를 보내야 했다.
성남은 대다수 시도민구단과 그룹B로 밀리면서 가파르게 추락했고, 최종 순위도 12위로 마감했다. 지난달 17일 광주FC를 상대로는 3-0으로 앞서다 3-4로 역전패하는 도저히 믿기 힘든 흉악한(?) 장면을 홈팬들 앞에서 연출하는가 하면, 결국 막판까지 홈 12경기 무승의 고리를 끊지 못했다. 총체적 난국에 휩싸였다는 말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성남의 레전드라 할 수 있는 신태용 감독(43)의 ‘형님 리더십’의 부재, 팀 리빌딩의 실패, 일부 선수들의 안일한 프로정신, 모기업의 지원 축소, 주축 선수들의 부상 이탈 등 다양한 부진 이유가 나돌 만큼 모든 게 삐거덕거렸다. 팀 창단 23년 만에 최악의 가을, 최악의 시즌이었다. 성남은 내년에는 대반전을 기대하고 있지만 선수단에 대대적인 수술을 단행하지 않는 한 금년과 같은 전철을 또다시 밟을지도 모를 일이다.

첫 강등제의 ‘희생양’

올해 서울의 우승만큼이나 팬들의 관심을 끈 것은 K리그 사상 첫 강등팀의 탄생이었다. 첫 강등팀은 공교롭게도 성적이 아닌 아시아축구연맹(AFC)의 클럽 라이선스 규정을 맞출 수 없는 군 팀인 상주로 결정됐다. 구단을 아직 법인화하지 못했다는 게 강등의 가장 큰 사유였다. 프로연맹은 지난 8월 이사회를 통해 상주가 AFC의 클럽 라이선스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1부 리그에서 뛸 수가 없다며 자격요건을 갖출 때까지 2부 리그에서 뛰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상주는 잔여리그 14경기 포기라는 카드를 들고 저항했지만 연맹의 결정을 바꿀 수 없었고, 결국 내년 2부 리그에 나서기로 했다.
이후 강등팀을 결정하는 그룹B의 경기는 더욱 치열해졌고, 광주-대전-전남-강원 등 하위 4개 팀은 1장의 ‘강등 티켓’을 서로 떠넘기고 피하려고 피를 말리는 축구전쟁을 펼쳤다. 끝내 지원과 투자에 인색했던 광주는 지난달 28일 정규리그 43라운드 대구전에서 0-2로 패해 리그 15위를 확정지으며 최하위인 상주와 더불어 2부 리그로 떨어지게 됐다. 이 두 팀은 최소 2년 동안은 2부 리그에서 썩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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