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67년 기념사서 시사…올 3% 성장 가능성엔 "금통위원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얘기"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1별관 8층 강당에서 열린 '한국은행 창립 제67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 뉴시스 제공

[위클리오늘=김민석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통화정책의 완화 조정 필요성을 처음으로 시사했다. 총재 취임 후 3년 만에 첫 금리인상 시그널을 시장에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12일 한은 창립 67주년 기념사를 통해 "앞으로 경제상황이 보다 뚜렷이 개선될 경우에는 통화정책 완화정도의 조정이 필요할 수 있어 이러한 가능성에 대한 검토를 면밀히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성장세가 확대되고 있지만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고 수요측면의 물가상승 압력이 크지 않은 점에 비추어 당분간은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취임 이후 3년여간 줄곧 금리를 인하하거나 동결해왔는데,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해 두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지만 공식석상에서 '통화정책 완화정도의 조정'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 총재는 특히 "통화정책을 운영함에 있어 가계부채 증가세, 미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추이 등 금융안정 관련 주요사항에 유의해야 함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고 부연했다.

다만 이 총재는 이날 기념식 후 기자들과 만나 이날 발언을 두고 시장에서 긴축 신호로 받아들이는 데 대해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 아니냐. 그런 상황이 되면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 총재 발언이 공개된 이후 3~10년물 국고채 금리는 약 4bp(0.04%p) 뛰었다. 국고채 금리가 오를수록 채권가격은 떨어진다

이 총재는 올해 3% 성장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조동철 금통위원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얘기했다던데"라면서 우회적으로 쉽지 않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새 정부의 경제정책에 보조를 맞추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그는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여러 가지 경제정책들이 입안되고 있다. 앞으로 이들 경제정책이 거시경제와 금융안정 상황 등 통화정책 운용 여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세심하게 살펴봐야 하겠다"며 "통화정책이 정부 정책과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데에도 더욱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정부 정책이 경제 발전을 보다 잘 이끌 수 있도록 우리의 조사·연구 역량을 활용해 실효성과 현실적합성이 높은 정책대안을 적극 제시해야 하겠다"고 덧붙였다.

새 정부가 집중하는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선 "금융시스템의 잠재적 위험요인인 가계부채의 높은 증가세를 안정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가계부채 동향 모니터링, 증가요인 분석, 리스크 평가 등에 배전의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정부·감독당국과 긴밀히 협의해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되도록 해야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 총재는 이번 주 첫 상견례를 갖고 재정·통화정책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총재는 기자들과 만나 "김동연 부총리 일정이 바쁘신 것 같다"며 "(회동) 날짜를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오는 16일 제주에서 열리는 제2차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연차총회에 나란히 참석하기에 이 자리에서 자연스레 만날 수 있지만 그 전에 별도 회동을 가질 전망이다.

저작권자 © 위클리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