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 청와대 충무실에서 김상조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강민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을 강행했다. 문 대통령이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한 지 하루만이다. 

야당과의 협치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청와대 발표 직후 성명을 내어 "협치는 물건너갔다"며 강력 반발했다.

문 대통령도 야권의 반작용을 충분히 예상했을 터인데 김상조 카드를 강행한 것은 결국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김상조  후보자에 대한 여론과 국민의당의 '전술적 모호성'이  문 대통령 결단의 1차적인 힘이 된 것으로 보인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도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국민 여론을 언급했다. 윤 수석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듯 국민도 김상조 위원장을 공정거래 정책의 적임자로 인정하고 있다. 흠결보다 정책적 역량을 높이 평가하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김 위원장은 검증을 통과했다고 감히 말한다"고 했다.

실제로 리얼미터가 전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 10명 중 6명은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 정상화를 위해 야당이 반대하는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조사에서 “야당의 반대로 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되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대통령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국정 정상화를 위해 임명을 강행해도 된다’는 의견이 56.1%로 ‘여야 협치를 위해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는 의견(34.2%) 보다 21.9%p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여론이 바탕이었다면 국민의당의 김상조 후보자에 대한 '전술적 모호성'이 문 대통령 결단의 직접적인 동력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의당은 장관 후보자 가운데 김상조 후보자의 경우 청문회 통과 쪽으로 방향을 잡는 분위기 였다. 

문 대통령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을 강행한 직후 야당들은 일제히 '항의 성명서'를 냈지만, 국민의당 것은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 것과는 뉘앙스 차이가 컸다. 항의 대상에 청와대와 함께 자유한국당을 포함시키기도 했다.

국민의당 김수민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국민의당은 김상조 후보에게 일부 흠결이 있으나 새 정부의 신속한 내각 구성을 위하여 청문경과보고서 채택에 협조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며 "하지만 원내 1, 2당의 오만과 아집이 충돌하며 임명 강행을 초래한 점은 국민의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고 전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말하는 협치와 야당이 말하는 협치가 과연 같은 것인지 의문이다"라며 "협치는 상대가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전제로 해야만 가능하다. 상대가 무조건 틀렸다고만 하면 협치는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유한국당 또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협치의 의미를 되새겨야 하는 것은 자유한국당도 마찬가지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비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김상조 위원장 임명 강행에 극렬 반발하는 모양새다.

자유한국당 정태옥 원내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협치를 그렇게 강조하더니 결국 자기 고집대로 하는 문재인 정부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며 "야당을 무시하고 국회를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용기 원내수석대변인도 "어제 문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추경에 대해서만 얘기하고 인사 파행을 언급하지 않을 때부터 밀어붙이기 방향이 사실상 정해진 것 같았다"며 "협치할 의사가 처음부터 없었다"고 힐난했다. 

정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는 인사와 관련해 스스로 국민께 약속했던 원칙을 전부 다 스스로 허물겠다는 걸 공식화한 것"이라며 "한국당은 앞으로 국회 일정과 관련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투쟁해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당 소속 의원들에게 비상총회 가능성을 알리며 국회 근처에 대기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바른정당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 강행에 "소통과 협치를 하겠다는 문재인 정부가 불통과 독재로 가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오신환 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통해 "바른정당은 이러한 문재인 대통령의 브레이크 없는 오만한 질주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으며 향후 국회일정과 관련해서도 상응하는 논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 대변인은 "오랜 시민사회 활동과 기업감시를 해온 인물이 자신과 그 가족에 대해서는 너무 관대했다"며 "더욱이 김상조 후보는 예일대 연수 당시 자신을 추천한 사람 3명 중 1명을 모른다고 했다가 나중에 참여연대 대표였음이 드러났다. 위증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 대변인은 그러면서 "이런 사람을 대통령의 사과없이 일방적으로 임명한 것은 국회 무시이자 독선"이라고 주장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 강행으로 여타 후보자들의 임명에는 더욱 험로가 예상된다. 특히 원내 교섭단체 야 3당이 동시에 '부적격'을 주장하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데드락'에 걸려든 형국이다.

김상조 위원장 처리에 그나마 우호적이었던 국민의당도 더이상의 임명 강행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국민의당 김수민 원내대변인은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는 공직후보자 임명 강행은 이번이 마지막이 돼야 한다. 모든 국민들은 대통령과 국회가 협치의 산물을 보여주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고,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해서는 당내 의견이 엇갈려 입장을 정하지 못한 상태다.

강경화 후보자의 경우 6월말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 문제와 얽혀 있어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더욱 임명이 절박한 상황이다. 현안 실무를 챙겨야 할 외교부 장관도 없이 워싱턴행 비행기를 탈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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