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축구 대구와 대전의 리그경기.


<위클리오늘 정찬수 기자> 가까스로 프로축구 1부 리그 잔류에 성공한 시도민구단들은 내년 시즌 예고된 치열한 생존경쟁을 또 치러야 한다. 깊은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2012시즌 1부 리그에 살아남았다는 기쁨은 접어둬야 할 판이다. K-리그에서 시민구단과 도민구단은 중요한 구성원이다. 상주 상무를 포함해 7개 팀이나 된다. 시민과 도민들이 주주이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연고지를 대표하는 축구단으로서 지역민들과 호흡하며 화합을 선보이는 구단들이다. 하지만 재정적인 어려움과 함께 합리적이지 못한 운영과 불협화음으로 시도민구단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

올 시즌 K리그는 사상 첫 강등팀을 가려냈다. 팬들에게는 큰 흥미였고, 즐거움이었다. 불명예의 주인공은 프로축구 16개 구단 가운데 막내인 광주FC와 군팀인 상주 상무였다. 막판까지 광주와 함께 치열한 순위 전쟁을 펼치던 대전 시티즌과 강원FC는 환호성을 질렀다. 스플릿 시스템이라는 치열한 전장을 경험한 구단들은 내년 시즌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내년 시즌은 1부 리그에 잔류한 14팀 가운데 최하위 2팀이 강등하고, 12위 팀이 2부 리그 1위와 플레이오프를 치러 잔류를 결정한다. 피 튀기는 이 한 판의 싸움에 팬들의 기대는 자못 크다. 저승사자 같은 강등행 티켓이 2.5장이나 놓여 있다. 재정적 지원이 취약한 시도민구단에게는 강등권을 통과할 확률도 낮은 데다 주변 여건 역시 크게 나빠졌다. 시도민구단의 금년 겨울이 몹시 추운 이유다. 내년 시즌에는 시도의 예산 자체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 대다수의 시민구단이 강등되지 않기 위해 예년에 비해 비교적 많은 예산을 투입했다. 강등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부분 좋은 선수를 사오기 위한 선수단 보강에 쓰여졌다. 프런트와 선수단 임금체불 등 부작용이 나온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시도민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그룹A에 오른 경남FC의 경우 시즌 도중 후원그룹인 STX의 후원 금액 삭감으로 구조조정을 하는 진통을 겪어야 했다. 2012시즌 초반부터 혹독한 한파를 맛봐야 했다.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2013 시즌에는 올해와 같은 투자가 이루어지기 쉽지 않다. 이미 몇몇 구단들은 동결 혹은 삭감을 통보받았다.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다.

예산이 줄어들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게 선수단 보강 작업이다. 좋은 선수를 사올 수 없다. 벌써부터 올 시즌 좋은 모습을 보인 시도민구단 선수들은 실탄이 충분한 기업구단들의 사냥감이 되고 있다. 시도민구단은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되는 선수들, 임대로 영입한 선수들을 모두 잡고 싶지만 그럴만한 총알이 없다. 금년 한 해 동안 팀의 에이스 역할을 해 준 외국인 선수들도 팀을 떠날 가능성이 높다. 케빈, 알렉산드로(이상 대전 시티즌) 까이끼(경남) 등은 기업구단인 빅 클럽들의 구애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시도민구단들이 이들을 이적료를 받고 내준다고 해도 벌어들인 돈으로 더 좋은 선수를 영입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달 안에 실시될 올 시즌 신인 드래프트는 사상 최악이라고 할 정도로 대어급 선수가 눈에 띄지 않아 시도민구단을 더욱 슬프게 만든다. 내년부터 2부 리그(K2)의 시작으로 그나마 괜찮은 신인급 선수들을 잡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이래저래 울상을 짓지 않을 수 없다. 기존 선수들을 영입하기도 어렵기가 마찬가지다. 올 시즌 스플릿 시스템을 경험하며 더블 스쿼드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좋은 선수는 내주지 않고, 그나마 시장에 나온 선수들에 대한 쟁탈전은 더욱 치열해졌다. 몸값 폭등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여기에 FC서울, 수원 삼성, 전북 현대 등 모기업의 재정적 뒷받침이 넉넉하기로 소문난 K리그 빅3가 모두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성공해 선수 쟁탈전은 더욱 피 튀길 것으로 전망된다. 스카우트들이 좋은 외국인 선수를 발굴하기 위해 시즌이 끝나기 전부터 벌써부터 유럽과 남미를 돌아다니고 있지만 쉽지 않다. 외국인 선수의 영입에 첫째 조건은 돈이다.

시도민구단들은 벌써부터 내년 3월에 시작될 다음 시즌 준비에 들어갔다. 대전과 대구는 약속이나 한 듯 시즌 종료 전에 감독교체를 결정했다. 새로운 감독으로 보다 빨리 다음 시즌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다른 시도민구단들도 예년보다 일찍 동계훈련에 들어갈 예정이다. 대구의 경우 브라질 23세 이하 대표팀 감독을 지냈던 모아시르 감독이 올 시즌에 좋은 성적을 냈지만 시민구단이 갖고 있는 재정적인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떠나보내야 했다. 대구의 코칭스태프도 연봉이 비교적 높은 브라질 출신으로 채워져 있었다.

올 겨울은 유난히 춥다고 한다. 시도민구단들은 장외에서 혹독한 칼바람 추위를 제대로 경험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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