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토 웜비어.<사진=AP/뉴시스>

[위클리오늘=설현수 기자] 오토 웜비어의 사인이 향후 북미 관계의 뇌관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19일 오후(현지시간) 오토 웜비어가 송환 엿새만에 사망하자 미국 전체가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다. 

워싱턴 정가와 여론은 극도로 격앙된 모습이다. 단순 관광에 나섰던 신체 건장한 미국 청년이 코마(의식불명) 상태로 돌아와 숨진 것은 연간 수천만명이 외국 여행에 나서는 미국에서도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현지 언론의 전언이다.

"잔인한 북한 김정은 정권을 응징해야 한다"는 미국 내 목소리도 점 점 높아지는 양상이다.

관건은 웜비이어 사망원인이다. 북한은 웜비어가 식중독(보톨리누스 중독증)과 수면제 복용 때문에 코마상태에 빠졌다고 주장한다. 웜비어의 의식불명 상태는 그의 과실에 의한 것으로 북한 당국과는 무관하다는 취지다.  

북한은 지난 13일 웜비어 송환 당시 "웜비어가 지난해 재판을 받은 후 식중독인 보툴리누스 중독증에 걸린 뒤 수면제를 복용했다가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 병원 전문가들의 소견은 달랐다. 

웜비어가 입원했던 오하아오주 신시내티 주립대 병원측은 웜비어에게 식중독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신시네티 주립대 병원 의료진은 지난 1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웜비어가 보툴리누스 중독증에 걸렸다는 아무런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의료진은 "웜비어의 뇌 조직이 광범위하게 손상된 것을 확인했지만 뇌 부상의 원인은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 말했다. 

이 병원 신경과 전문의 대니얼 캔터는 “우리는 웜비어의 신경 손상의 원인이나 정황에 대한 확실하고 입증 가능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웜비어 가족들은 웜비어가 북한정권의 고문 때문에 치명상을 입은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한다.

웜비어가 미국으로 송환된 이후 뉴욕타임스는 익명의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구타설을 제기했다. 

북한을 수차례 다녀온 바 있는 빌 리처드슨 전 유엔 미국대사는 "웜비어가 억류돼 있는 동안 북한 외교관들을 20여차례 만났지만 그의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얘기는 전혀 듣지 못했다"며 "북한은 웜비어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 지 국제사회에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웜비어의 사인은 부검을 실시하면 좀 더 정확히 밝혀질 전망이다. 

부검 등을 통해 웜비어의 사인이 북한측이 주장하는 보툴리누스 중독증이 아니라 외부충격에 의한 것으로 밝혀지면 미국 사회의 대북한 응징 목소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웜비어는 지난해 1월 평양을 여행하다가 호텔에서 정치 선전물을 훔치려 했다는 이유로 체포돼 체제전복 혐의로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웜비어는 선고 직후인 작년 3월 혼수상태가 됐지만, 북한은 1년 넘게 그의 상태를 숨겼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한편 '보툴리누스 중독증(botulism, 보툴리눔 독소증)'이란 일종의 식중독이면서도 설사나 열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치사율이 8%에 이른다.

보툴리누스 독소가 신체 유입되는 대표적인 경로는 부패한 캔 식품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냉장보관되지 않거나 공기가 통하지 않게 한 음식에서 주로 생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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