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춘 SK수펙스추구협의회 부사장 "K스포츠재단 뒤에 수석도 움직이는 거대 권력"

▲ 박영춘 SK 수펙스추구협의회 팀장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의 뇌물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위클리오늘=김성현기자] SK의 K스포츠재단의 자금 지원 협의 과정에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SK가) 빡빡하게 군다”며 질책을 했다는 진술이 법정에서 나왔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뇌물죄 재판에 출석한 박영춘 SK수펙스추구협의회 CR팀장(부사장)은 ‘안 전 수석이 이형희 SK브로드밴드 대표에게 박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빡빡하게 군다”는 말을 했다’는 내용의 증언을 했다. 

검찰은 "이형희 대표는 SK 측이 K스포츠재단과 1차 미팅을 한 며칠 후 안 전 수석이 전화해 '박 부사장이 빡빡하게 군다. 대통령이 관심을 갖고 지시한 사안인데 잘 살펴봐달라'고 진술했는데 들은 적이 있냐"고 물었으며 이에 대해 박 부사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박 부사장은 또 “안 전 수석이 이 대표에게 ‘순순히 협조할 사람이 아니다. K스포츠재단 사람을 이상한 사람 또는 마치 죄인 취급한다’고 말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또 K스포츠재단 사람들이 자신을 안 좋게 얘기했다고 들었다고 진술했다.

박 부사장은 K스포츠재단과의 미팅 내용이 안 전 수석에게 바로 가고 회답이 온 것을 두고 K스포츠재단 뒤에 청와대 경제수석을 움직일 만한 큰 힘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는 의견도 비췄다.

안 전 수석의 ‘빡빡하다’는 발언은 SK에 큰 부담이 됐다는 증언도 있었다.

“안 전 수석이 두 번이나 질책해 심리적으로 상당히 위축됐지 않았냐”는 검찰의 질문에 박 부사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안 전 수석의 질책성 항의 후에 박 부사장이 나서 먼저 K스포츠재단 측을 만났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박 부사장은 "청와대 요청사안이라 (가만히 있으면) 나중에 문제가 될 것 같았다"며 "분납안을 제안한 이후 아무 연락이 없어서 혹시나 저희의 비협조적 태도로 심기가 상한 것은 아닌지, 누구에게 보고가 안돼 지연되고 있는 것인지 알아보려 했다"고 당시 심정을 밝혔다.

SK의 K스포츠재단 지원은 무산됐지만 안 전 수석이 재단을 지원하라고 했다면 신속하게 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이 대표에게 제시했다고도 진술했다. 그룹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는 것이 박 부사장의 설명이다.

검찰에 따르면 K스포츠재단 측은 SK그룹에 총 89억원의 지원을 요구하면서 이중 50억원은 독일 비덱스포츠로 송금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SK측은 24억원 지원을 제안했지만 재단은 다시 30억원을 불렀다.

SK측은 ‘K스포츠재단 사업 실체가 없고 금액이 과하다’며 30억 지원에 대해서도 2년 분납을 제안했지만 최순실씨가 이를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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